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브라더베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색감이 예쁘다. 요즘 추세와 달리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한 애론 블레이즈(Aaron Blaise)와 로버트 워커(Robert Walker) 공동감독의 '브라더베어'(Brother Bear, 2003년)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와이오밍강, 알래스카,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을 다니며 그린 배경이 오래된 유화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신비한 인디언의 전설이 흐른다. 인디언 소년이 자신의 토템인 곰을 죽인 벌로 곰이 돼 생활하다가 나중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곰으로 살아가는 내용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유럽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를 연상하게 만든다. 곰에 대한 친근한 정서는 서구인들보다 동양..

싸인

나이트 샤말란(Night Shyamalan) 감독의 '싸인'(Signs, 2002년)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SF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스릴러에 가깝다. 결론에 이를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외계인은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시킨다.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등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샤말란 감독답게 이번 작품의 화두는 크롭서클이다. 마치 나스카 평원의 이상한 기호처럼 밀, 보리밭 등에 거대한 도형이 저절로 생기는 크롭서클은 전 세계에 걸쳐 여러 곳에서 보고됐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신기한 소재인만큼 관심을 끌지만 싱거운 결론이 흠.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봤지만 소장가치를 느낄만한 DVD는 아니었다. '비스타 시리즈'라는..

정글피버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년)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남녀 관계를 빌어 얘기한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흑인 남성(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에게 어느 날 백인 여성(아나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이 비서로 배치된다. 그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연정이 싹트며 문제가 발생한다. 흑인 남자는 가정과 직장까지 버리며 여자와 사랑을 택하고 백인 여자는 식구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면서까지 흑인 남자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은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법, 둘은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스파이크 리는 참으로 냉소적이다.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흑백 갈..

바람의 검 신선조

아사다 지로(浅田次郎)의 글은 얕은 감정에 의존한다. '철도원'도 그렇고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도 그렇다. 억지로 울리려는 티가 역력하다.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감독의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2003년)의 원작 '미부기시전'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일본 도쿠가와 막부말 무사집단이었던 신선조의 최후를 그린 이 작품은 가난 때문에 무사 집단 신선조에 가담했다가 사무라이의 의리를 위해 죽어가는 시골 무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렇다 보니 한마디로 신파에 가까운 시대극이 돼버렸다. 중반까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신선조의 칼부림을 다뤄 제법 볼 만 하나 후반부로 넘어가면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주려는 의도가 역력해 거부감이 든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

오스틴파워 골드멤버

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가 제작 및 주연, 각본을 담당하고 '미트 페어런츠'의 제이 로치 감독(Jay Roach)이 메가폰을 잡은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Austin Powers in Goldmember, 2002년)는 007을 풍자한 오스틴 파워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아예 제목까지 007 시리즈 '골드핑거'를 풍자한 '골드멤버'로 지어서 개봉 전 007 제작사 MGM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반지의 제왕 1탄' 개봉 때 MGM의 007 시리즈 '어나더데이' 예고편을 틀어주는 조건으로 극적 합의해 소송을 피했다는 후문. 개인적으로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재미없다.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농담과 지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