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

내 남자의 로맨스

'울랄라 시스터즈' 감독, '죽어도 좋아' 기획, '노랑머리 2' 조연, '단적비연수' 각본... '내 남자의 로맨스'(2004년)가 그저 그렇기에 박제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들춰봤다. 예상대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여러 로맨스 영화에서 흥행 공식을 따온 흔적이 역력하다. DVD 타이틀에 실린 음성해설을 들어보니 기획자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등 로맨틱 코미디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명 톱스타가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빚는 설정만 다를 뿐 사이사이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어중간한 코미디와 눈물 사이를 오가는 김정은과 김상경의 연기도 늘 보던 상투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극장에서 봤을 때나 DVD ..

007 죽느냐 사느냐

007 시리즈 8번째 작품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1973년)는 로저 무어(Roger Moore)가 3대 제임스 본드로 처음 등장한 영화다. 숀 코네리보다 연상인 로저 무어는 이 작품을 계기로 본격적인 007을 맡게 됐으며 이후 젊어 보이기 위해 몇 번의 주름살 수술까지 받았다. 가이 해밀턴(Guy Hamilton)이 감독한 이 작품은 카리브해 섬에서 마약을 재배하는 흑인 악당과 007의 대결을 그렸다. 흑인 세계를 다룬 만큼 특이하게 부두교와 카드점 등 미신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내용도 황당하며 작품성 또한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지는 편. 주제가는 폴 매카트니가 불러 당시 빌보드차트 2위까지 올랐다. 원제는 햄릿 대사처럼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고 '나는 살고 너를 ..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007 시리즈 7번째 작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1년)는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다.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정식 007 시리즈가 아닌 외전 격인 만큼 제외. 가이 해밀턴(Guy Hamilton)이 감독한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에서 대량의 다이아몬드를 밀수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위성무기를 만들려는 스펙터 집단의 두목 블로펠드의 음모를 다뤘다. 그다지 화려한 무기나 볼거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숀 코네리의 007 복귀만으로도 인기를 얻었던 작품. 그러나 숀 코네리가 나이 든 티가 역력해 007을 계속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주제가는 '골드핑거'를 불렀던 강렬한 목소리의 셜리 베시가 불렀다. 2.35 대 ..

버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감독한 재즈 영화 '버드'(Bird, 1988년)를 보면 이보다 2년 전 제작된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라운드 미드나잇'이 생각난다. 둘 다 실존했던 재즈 뮤지션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 그런지 분위기가 비슷하다. '버드'는 색소폰을 불었던 위대한 재즈뮤지션 찰리 버드 파커의 이야기를, '라운드 미드나잇' 역시 색소폰을 불었던 버드 파웰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힘든 삶에 초점을 맞췄고 양념처럼 이들의 음악이 흐른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가운데 '라운드 미드나잇'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라운드 미드나잇'이 이야기의 전개가 더 부드럽고 주인공의 연기도 더 자연스럽다. '라운드 미드나잇'은 배우도 아닌 실제 재즈 뮤지션 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