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에 영국을 통치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버진 퀸'으로 불린다.
헨리 8세의 딸인 그는 25세 나이에 왕좌에 올라 45년간 영국을 통치하며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결혼 한 번 못해보고 외롭게 살아간 불운한 여인이었다.
파키스탄 출신의 세커 카푸르 감독의 '골든 에이지'(Elizabeth: Golden Age, 2007년)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전성기를 그린 서사극이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스페인은 천주교를 앞세워 신교를 믿던 영국 침공의 기회를 노린다.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이를 위해 무적함대를 만들어 영국을 공격하지만 필사의 항전을 펼친 영국 함대에게 대패하면서 위대한 대양의 시대를 영국에게 넘겨주고 만다.
원래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 즉위를 다룬 1998년작 '엘리자베스'의 후속편이어서 곧바로 영국의 황금기를 다루게 됐다.
전작도 만들었던 카푸르 감독은 영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황금기를 맞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탄탄하게 왕위를 구축하는 엘리자베스 1세의 개인적인 번뇌까지도 함께 그렸다.
역사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거친 카푸르 감독은 장대한 서사극을 만들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인간들의 모습에 국한된 드라마로 흘렀다.
정작 영화의 핵심인 무적함대와의 전투는 너무 빈약해 웅장한 서사극을 기대한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내면의 아픔을 정교한 영상으로 다듬은 솜씨는 돋보이지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화질이 무난하다.
약간 입자가 거친 편이지만 화려한 색상이 잘 살아 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배경음악 등을 들어보면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 엘리자베스 1세는 얼굴을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얗게 화장을 했는데, 천연두를 앓은 자국을 감추기 위해 납 성분이 든 화장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카푸르 감독은 스페인의 펠리페 2세를 지나치게 종교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렸다. 그는 촛불을 신앙의 상징으로 보고, 촛불이 흔들리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신이 인정한 것으로 봤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로 등장하는 윌리엄 라일리를 맡은 클라이브 오웬. 사실상 해적인 사략선 선장이었던 그는 여왕 행차길에 나타나 물웅덩이 위로 자신의 망토를 펼쳐놓아 여왕의 관심을 끈다. 그는 스페인 선박을 집중 공략했기에 나중에 엘리자베스 1세가 죽고 난 뒤 영국과 스페인이 협정을 맺으면서 제물이 된다. 스페인이 그의 목숨을 요구했기 때문에 처형됐다.
사실상 여왕과 한 몸이나 다름없던 베스를 연기한 애비 코니쉬. 엘리자베스 1세가 인간의 정신을 상징한다면 베스는 육체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베스는 여왕의 눈을 피해 라일리와 밀애를 즐겼고 결국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 베스는 무적함대를 격파한 라일리와 훗날 결혼을 하지만 스페인의 요구로 라일리가 처형된 뒤 한동안 그의 머리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카푸르 감독은 여왕을 관용의 상징으로 그렸다. 여왕이 추구한 절대왕권은 사실상 신의 권위, 즉 신성이었다. 종교가 절대적이었던 시대에 신성은 곧 절대권력이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관용으로 표출됐다.
클라이브 오웬과 케이트 블란쳇은 실제로 말을 잘타서 극중 승마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이 작품은 유독 부감샷이 많다.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초라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뜻도 있지만 장엄한 서사극에 어울리는 앵글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1세가 암살 위기를 모면한 세인트 폴 대성당 장면은 실제로는 윈체스터 대성당에서 촬영.
펠리페 2세의 궁전으로 나온 장소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다. 영국 왕들의 대관식 장소였던 이곳에 엘리자베스 1세가 묻혀있다.
어둡고 탁한 조명 때문에 음침한 느낌이 드는 메리 여왕의 유배지.
참수형으로 죽은 메리 여왕은 세 번의 도끼질을 당했다. 한 번에 목이 잘리지 않았기 때문. 그가 입은 붉은 드레스는 카톨릭을 상징한다. 참수형 장면은 런던의 바르톨로메오 교회서 촬영.
수백 척의 스페인 무적함대와 영국 함대가 결전을 벌이는 장면은 1대의 선박으로 촬영했다. 제작진은 10센티 두께의 목재를 사용해 길이 54미터, 폭 20미터의 범선을 실제로 건조해 80톤이 넘는 커다란 짐벌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며 촬영한 뒤 이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수백 대로 복제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박의 양쪽 면이 다르게 제작된 점이다. 한쪽 면은 영국 함선, 한쪽 면은 스페인 함선으로 제작해 반대로 돌려가며 배 1척으로 양쪽 함대를 촬영했다.
해전 장면은 '리브라'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크레인에 달아서 촬영. 리브라는 원격조정이 가능하며 촬영 각도를 메모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재촬영시 이전에 사용한 동일 각도를 그대로 찍을 수 있다.
특수효과는 영국 MPC에서 담당.
이 작품은 미술과 의상이 볼 만 하다. 실제 영국 중세건축물에서 찰영한 장면도 볼 만 하지만 지도실처럼 근사하게 만든 세트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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