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 시리즈와 만화가 동시에 시작된 작품으로, 인기를 끌자 1989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OVA나 만화책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닌 독립 작품이다.
극장판의 성공으로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내용은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작업용 로봇에 탑재된 운영체제(OS)에 문제가 발생해 폭주하는 로봇들에 맞서 로봇경찰이 제압하는 이야기다.
'공각기동대'를 만든 오시이 마모루 감독답게 이 작품 역시 그의 암울한 세계관이 배어 있다.
우선 컴퓨터바이러스를 접목해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컴퓨터 범죄를 다뤘고, 이를 통해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메시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쓸쓸하고 우울해 보이는 도시풍경 그림도 여전하다.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일행이 방문하는 도심 곳곳은 인적이 드물고 버려진 건물 등 주로 대도시의 어두운 부분, 즉 슬럼가나 뒷골목 등이다.
이를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으로 적절하게 묘사했다.
여기에 깔끔하게 디자인된 로봇이 등장해 언밸런스하면서 전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제목만 보고 건담류의 요란한 로봇 전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로봇은 부차적인 사건 해결의 수단일 뿐이며 범죄를 푸는 탐구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로봇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수사물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강렬한 색감이 잘 살아 있는 무난한 화질이다.
과거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에 비하면 화질이 많이 개선됐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량은 리어를 적당히 활용하기는 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이 아니며 음량도 약간 작다.
이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DVD를 출시하며 5.1채널로 사운드를 다시 만들었는데, 당시 인위적 채널 분리를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이다.
부록으로 예고편만 수록돼 있으며 과거 DVD 타이틀에 들어 있는 텍스트 부록과 투니버스 채널 방영시 녹음한 우리말 더빙판은 빠졌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밀리터리 마니아인 오시이 마모루감독답게 각종 병기류 디자인이 뛰어나다.
영화 '로보캅'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의 로봇 디자인 헤드기어팀이 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장점은 캐릭터나 액션보다 이처럼 정물화나 풍경화에 가까운 장면에서 빛난다. 세부 디테일이 뛰어나면서 그림의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형사 일행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도심 곳곳은 실제로 감독이 직접 돌아다니며 헌팅했다.
원래 극장판은 부제목이 따로 없지만 별도 출판된 소설의 제목은 '풍속 40m'다. 재앙을 확대할 수 있는 태풍의 세기를 의미하는 제목이다.
생활 디테일이 뛰어난 작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도쿄학예대 졸업 후 실업자로 지내다가 거리에서 부딪친 전봇대에 붙은 타츠노코 프로덕션 구인 전단을 보고 애니메이터가 됐다.
경찰들이 주로 사용하는 로봇인 AV98 잉그램. 높이 8m, 무게 2.4톤으로 37mm 리볼버 캐논과 전자경찰봉, 대포에 가까운 샷건 등을 무기로 사용한다.
후반에 잠깐 등장하는 AV-X0은 훗날 0식으로 부르는 AV-0 피스메이커로 발전한다. 이 작품은 사운드를 다시 만들면서 성우들도 다시 모여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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