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지역의 가톨릭 교구 사제들이 아동들을 성추행했다는 사건을 보도했다.
1976년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80여명의 아이들이 성추행 당한 사건으로, 추기경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보도의 파문은 컸다.
관련 당사자들은 파문을 당했고 일부는 감옥에 갇혔으며 천주교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무려 30년 가까이 묻혔던 진실을 파헤친 것은 보스턴글로브 내 4명으로 구성된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였다.
각본과 연출가지 맡은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감독은 4명의 기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쫓으며 영상으로 보여줬다.
얼핏보면 기자들이 증인들을 만나 신문기사화 하는 과정이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와중에 회유와 압력, 사람들의 반발, 피해자들의 취재 거부 등 중간 중간 벌어지는 힘든 일들이 갈등 구조를 이루며 드라마틱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작품에 빨려들게 만들었다.
스포트라이트팀장이었던 월터 로빈슨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과 마이크 레젠데스 기자역의 마크 러팔로, 사샤 파이퍼 기자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 등은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런 연기를 통해 기자들의 활약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한마디로 저널리즘의 본령을 묻는 이 작품은 특별한 영상 기교나 요란한 액션 없이도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080p 풀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필름 느낌을 잘 살린 부드러운 영상은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역시 부드러운 울림과 함께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한동원 평론가와 임필성 영화감독의 해설, 제작과정, 배우들 인터뷰와 저널리즘에 대한 설명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한 다른 부록들은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보스턴글로브 편집국 모습. 실제와 똑같이 만든 세트다.
보스턴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사건을 보도해 200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보스턴글로브지 전경. 스포트라이트팀은 특별한 출입처없이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취재팀이다.
마이크로필름에 수록된 오래전 신문을 자료실 직원이 찾고 있는 모습. 수십년된 국내언론사들도 1970, 80년대 신문기사들은 이처럼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해 보관하고 있다.
야구 시합 장면은 2014년 9월 탐파베이 레이즈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를 찍었다. 관중석 장면 중에 실제 보스턴글로브지 기자인 월터 로빈슨, 사샤 파이퍼, 마이클 레젠데스가 출연했다.
회의를 하는 스포트라이트팀 뒤로 브라운관 TV가 보인다. 컴퓨터도 브라운관 모니터를 주로 사용했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보스턴대학을 나왔다.
마고 로비는 사샤 파이퍼 기자 역을 거절했다. 그 바람에 레이첼 맥아담스가 이 역을 맡았다.
맷 데이먼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이클 레젠데스 기자 역으로 고려됐다.
거리 장면 등 영화의 대부분은 토론토에서 찍었다. 2001년 보스턴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마틴 배런 편집장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 추행을 다룬 오래된 칼럼에서 '진실은 영원히 묻힐 것'이라는 구절을 읽고 취재를 결심했다.
사건의 발단은 1976년 일어난 존 게오건 신부 사건이다. 그는 30년간 130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천주교에서는 이를 은폐했다. 그러나 1991년 학대 사건으로 기소된 그는 1998년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보스턴글로브 보도 이후 2002년 10년형을 받고 셜리의 교정센터에 수감됐으나 동료 수감자에게 폭행 당해 2003년 8월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의사, 교사, 간호사 등에 대해 아동 학대를 발견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법이 있는데 여기에 성직자를 포함시키려고 할 때마다 천주교 교단이 나서 제동을 걸어 실패했다.
스포트라이트팀장이었던 월터 로빈슨은 1993년 기자 시절 아동을 성추행한 천주교 사제 20명의 명단을 제보 받았으나 취재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이유가 나오지 않았으나 그는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뒷 얘기에 따르면 그는 당시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사들 사정이 좋지 않다. 보스턴글로브는 2001년보다 기자 숫자 등 회사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뉴스가 계속 오락물로 전락하는 추세에 따라 탐사보도팀의 취재 방향도 달라졌다. 보스턴글로브 뿐 아니라 미국내 많은 신문사가 폐업했고 살아남은 곳도 40, 50%씩 인력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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