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 같은 애인(블루레이)

1985년 '깜보'라는 영화에서 김혜수와 함께 출연한 박중훈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한참 흘렀다.
그동안 찍은 영화가 '영화판'과 '체포왕'까지 포함해서 40여 편이다.

그중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2010년)은 박중훈의 40번째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끌어 모은 듯한 연기를 보여 준다.

내용은 지방대를 나와 취직이 되지 않아 고생하는 세진(정유미)이 깡패 동철(박중훈)과 이웃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박중훈은 이 작품에서 별 볼 일 없이 세월만 흘러간 삼류 건달을 맡았다.

박중훈이 연기한 동철은 잔뜩 허세를 부리지만 의외로 엉성한 구석이 많은 안쓰러운 캐릭터다.
술집에서 시비를 거는 합기도 사범들에게 두드려 맞고 교육방송을 즐겨 보며 정부 정책을 성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직에 가담한 신출내기를 나쁜 길에 휩쓸리지 않도록 말리고, 어떻게든 세진을 도우려고 애쓰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역설적인 존재다.
역설적인 캐릭터를 잘 살린 것은 박중훈의 연기다.

그는 동철이라는 배역을  통해 '깡패수업'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보여준 껄렁하면서도 코믹한 연기와 '라디오스타' '해운대' 등에서 보여준 진지함을 함께 드러낸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박중훈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빛나는 건달 연기를 보여준 박중훈의 영화다.
더불어 정유미와 박중훈의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옥희의 영화' 등에 출연해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 정유미는 이 작품에서 88세대의 고민을 그대로 간직한 여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특히 그의 풋풋한 매력이 거친 박중훈의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그 바람에 미녀와 야수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조합은 의외로 괜찮은 결과를 보여줬다.
굳이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도 전개가 짐작이 갈 만큼 도식적인 설정이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한 두 배우의 연기 덕에 식상함을 면했다.

그런 점에서 김광식 감독은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배우 덕을 톡톡히 봤다.
감독은 대학원까지 나오고도 취직을 하지 못해 고생하는 대학 동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진한 색상을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과 박중훈의 해설, 배우들의 해설 등 두 편의 음성해설과 배우 및 감독 인터뷰, 제작 발표회, 제작 과정, 시사회 현장, 김조한의 ‘그녀를 찼네요’ 뮤직 비디오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김광식 감독이 각본을 쓴 이 작품은 굳이 분류하자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빚어내는 안타까움을 다룬 신파 누아르다. 깡패 사무실은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만든 세트다.

박중훈은 건달 연기를 위해 7kg 이상 감량했다. 분식집 골목 장면은 서울역 뒤 만리동에서 촬영.

권율이 신출내기 조폭으로 등장. 그의 이모가 배우 최명길이다.

박중훈은 피부 색을 유지하기 위해 1주일에 2,3회씩 태닝을 했다.

김 감독은 자주 들리던 건물에서 지하 연습실을 자주 찾던 손담비를 여러 번 봤다. 그래서 용감한 형제가 작사 작곡한 손담비의 노래 ‘토요일밤’을 면접장에서 춤추는 장면에 사용했다.

반지하방은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만든 세트다.

전선이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 장면은 노량진에서 촬영.

기차 한 칸을 빌려 서울서 부산까지 타고 내려가며 찍었다.

세진의 고향집을 방문한 장면은 부산 기장의 어촌마을에서 촬영.

동철이 난동 부리는 장면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입주한 시만텍에서 촬영. 그래서 면접 과정에 IT보안 질문이 나오고 세진의 명함에도 시만텍으로 적혀 있다.

붉은 페인트 위에서 싸우는 장면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중 흰 페인트가 나오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남산의 부장들’ ‘역린’을 찍은 고낙선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그는 ‘그때 그사람들’ ‘바람난 가족’ ‘발레교습소’ 등에서는 조명을 담당했다.

이 영화는 제작비가 8억2,000만 원이 든 저예산 영화다. 김 감독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