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인터뷰

'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3)-"난 멜로 감독이 아니다"

울프팩 2004. 12. 16. 22:11

-영화 ' 머리속의 지우개'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어떤 작품인가.
"가칭 '일레븐 데스페라도'(11인의 무법자)라는 액션물이다. 평생 만들고 싶은 작품이었다. 지금 시나리오 작업 중이며 싸이더스에서 제작한다. 100년 전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간 조선인들이 현지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신대한'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이야기다. 놀랍게도 실화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7년 전부터 구상했다. 이 얘기를 '내 머리속의 지우개'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한 김영하 소설가에게 했고, 그가 '검은 꽃'이라는 소설로 펴냈다. 시나리오도 그와 함께 작업한다."

-느닷없이 멜로에서 웬 액션물인가.
"데뷔작 '컷 런스 딥'도 그랬지만 난 원래 액션물을 좋아한다. 멜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멜로물을 만들었나.
"'컷 런스 딥' 이후 3년 동안 3편의 작품이 엎어졌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싸이더스에서 어느 날 '내 머리속의 지우개' 기획안을 내밀며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하게 됐다."

-멜로물을 왜 싫어하나.
"심심하잖나. 억지로 사람을 울게 만드는 게 싫다. 그리고 멜로는 액션보다 만들기 힘들다. 일단 액션은 화려하게 보여줄게 많지만 멜로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누구는 나더러 '국가대표 멜로감독'이라고 하는데, 다시는 멜로물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빨리 다음 작품으로 멜로 감독의 이미지를 씻어야겠다. 난 절대 멜로 감독 아니다.(웃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이 좋은 것을 보면 멜로물도 잘 맞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도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멜로물도 잘 맞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점수를 주면 몇 점쯤 주고 싶나.
"100점 만점에, '컷 런스 딥'이 30점이라면 이번 작품은 50점쯤 주고 싶다."

-액션물 말고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보고 싶다. 사실 난 SF를 좋아한다.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러너'의 광팬이다. 기회 되면 꼭 SF를 만들고 싶다."

-어떤 스타일의 SF를 생각하는가.
"난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도 좋아한다.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많이 봤는데, 그의 작품은 첨단 문명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SF는 레이저총과 첨단 기계가 전부는 아니다. 인간의 과거, 현재가 미래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잘 다루는 게 SF라고 생각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창조자와 피창조자의 관계였다. '브라질'의 식당 테러는 요즘 사회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테러와 뭐가 다른가. SF는 곧 요즘 모습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관객들은 '매트릭스' '스타워즈' 등 할리우드의 현란한 기술을 동원한 SF에 익숙해 있다. 우리 여건에 그런 게 가능할까. 그렇지 못하면 실패할 위험이 있지 않나.
"지금까지 나온 우리 SF영화는 외국 영화를 흉내 내다보니 개성이 살지 않아 실패했다. 우리는 할리우드에 비해 기술이 딸리지만 현 시스템 갖고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있다. 문제는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