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3월 24일, 독일 자간에 있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서 무려 76명의 포로들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위해 슈탈라크 루프트3, 즉 독일 공군이 관리하는 제3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연합군 공군 포로들은 1년이 넘게 땅굴을 팠다.
사건을 보고 받은 아돌프 히틀러는 대단히 분노해 독일군 및 비밀경찰인 게슈타포까지 총동원해 전국을 이 잡듯 뒤졌다. 결국 일주일 동안 도망 다니던 포로들은 대부분 잡혔고, 단 3명만 자유를 찾는 데 성공했다.
비극은 그 뒤에 일어났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히틀러는 다시 잡은 포로들의 절반 이상을 죽이라고 지시했고, 게슈타포들은 2,3명씩 나눠 이송하던 중 50명을 몰래 사살했다.
포로들이 탈출 당시 군복을 개조해 만든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어서 명목상 군인이 아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당시 수용소에서 땅굴 작업에 참여했던 호주 출신 작가 폴 브릭힐은 이 사건을 1950년 소설로 펴냈다.
바로 '대탈주'다. 마침 존 스터지스(John Sturges) 감독이 이 작품을 읽고 작가를 설득해 같은 제목의 영화(The Great Escape, 1963년)로 만들었다.
예전 학창 시절 TV에서 본 이 작품은 감동이었다. 실화가 주는 장중한 울림도 컸지만, 당시 워낙 좋아했던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을 비롯해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제임스 가너(James Garner) 등 총출동한 스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제작진은 수용소 막사부터 땅굴 등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재현했다. 이를 위해 스터지스 감독은 수용소 시절 땅굴왕으로 통하던 캐나다 공군 출신 윌리 플로디 등 실존 인물들을 기술 자문으로 초빙해 갖가지 에피소드와 장비 등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살렸다.
덕분에 3시간의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재미있다. 여기에 엘머 번스타인이 작곡한 경쾌한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는 친숙한 멜로디로 아주 유명하다.
이 작품은 존 스터지스 감독의 스타일이 제대로 작용해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그의 전작인 '황야의 7인' 'OK 목장의 결투' 등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작품도 마치 스타 백화점처럼 유명 스타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 중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은 전작인 '황야의 7인'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다.
스터지스 감독은 인물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살리는 드라마에 강하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단순 탈출 과정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윤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다시 볼 때마다 가슴이 짠하다. 비극적 실화여서 그런 점도 있지만 출연 배우 중 여럿이 이제는 고인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 스티브 맥퀸의 죽음을 알리던 라디오 방송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추격하는 독일군을 피해 오토바이로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며 펄펄 날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4K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DVD 타이틀보다는 월등 좋아졌지만, 일부 야외 장면이 뿌옇게 보이고 지글거림이 두드러지는 등 필름에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다. 부록은 감독 음성해설과 다수의 다큐멘터리 등이 들어 있으나 DVD에 수록된 '존스 이야기'와 '뒷이야기'만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