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도깨비'의 물리학, 투어니 분수와 의사당-퀘벡시티

울프팩 2019. 7. 24. 06:01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했다.

첫사랑이었다.

투어니 분수 뒤쪽 잔디밭에서 '도깨비'에 나오는 사랑의 물리학 장면을 찍었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김인육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이다.

김고은이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 뛰어올 때 공유가 혼잣말 하듯 나지막이 읊조리던 시다.

 

그림엽서 같은 그 장면을 찍은 장소가 바로 퀘벡시티의 주 의희 의사당(Colline Parlementaire) 건너편 잔디밭이다.

의사당 앞 투어니 분수(Fontaine de Tourny) 뒤쪽으로 자그마한 잔디밭이 펼쳐지고 그 뒤에 성벽이 보이는 장소다.

퀘벡시티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구분하는 생 루이문. 왼쪽으로 향하면 시타델, 문을 통과해 오른쪽으로 향하면 의사당과 투어니 분수가 나온다.

실제로 가보면 드라마처럼 낭만적이거나 근사하지 않은 작고 평범한 잔디밭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시와 음악이 흐르고 근사한 배우들의 연기가 겹쳐 판타지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기준으로 의사당을 가는 방법은 호텔에서 다름 광장(place d'Armes) 방면 출구로 나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서 곧장 직진하면 된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생 루이 문(Porte Saint-Louis)이 나온다.

생 루이 문 앞에 서 있는 처칠 수상과 루즈벨트 대통령의 두상. 아래쪽에 간디의 흉상도 있다.

옛 성벽의 문이었던 생 루이 문과 연이어 붙어 있는 성벽을 경계로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를 나눈다.

즉 샤토 프롱트낙 호텔쪽이 구 시가지, 의사당과 투어니 분수는 신 시가지에 속한다.

 

생 루이 문을 통과하기 전에 오른쪽에 보면 영국의 처칠 수상과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두상이 나란히 서 있다.

퀘벡시티의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연합국의 두 정상들이 모여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논의한 것을 기념하는 두상이다.

성벽 위에서 찍은 풍경. 굳이 올라가 볼 필요는 없다.

두상 옆 계단을 오르면 길게 뻗은 성벽에 오를 수 있다.

론리 플래닛에서는 성벽을 따라 걷는 것을 추천했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할 게 없으면 몰라도 굳이 오를 필요는 없다.

 

올라봐야 특별히 별로 볼 만한 풍경이 없기 때문이다.

성벽에 올라 쭉 내려가면 아래쪽 시가지까지 갈 수 있지만 그다지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나서면 투어니 분수 주변이 한산하지만 낮이 되면 이 곳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빈다.

생 루이 문을 지나서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잔디밭이 '도깨비'에서 사랑의 물리학 장면을 찍은 곳이다.

그 앞에 서 있는 분수가 바로 투어니 분수다.

 

퀘벡주 4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분수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공수해 온 자재들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크거나 장식이 화려한 분수는 아니지만 뒤쪽으로 보이는 의사당 건물과 앞쪽 파란 잔디밭과 어우러져 나름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투어니 분수 주변으로 자동차들이 다닌다.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연보랏빛으로 빛나면서 낭만적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덕분에 이 분수는 1855년 파리 월드페어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도깨비'에서는 김고은과 공유가 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치는 장면에 등장한다.

또 훗날 기억을 잃어버린 김고은이 퀘벡시티를 다시 찾았다가 이 분수에 앉아서 옛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밤에는 투어니 분수에 조명을 켜놓아서 운치있게 보인다.

투르니 분수에서 길을 건너면 유럽에서 흔히 볼 법한 건물이 나온다.

퀘벡주 의회 의사당이다.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이 건물은 1877년에 공사를 시작해 1886년까지 9년 동안 지었다.

특이한 것은 건물 외벽을 장식한 22인의 청동상이다.

투어니 분수 뒤로 우뚝 서 있는 퀘벡주 의회 의사당. 푸른 바탕에 흰색 십자 모양과 백합꽃을 그린 깃발은 퀘벡주 깃발이다.

건물 1 층과 중앙 탑을 따라서 주변 2~4층에 서 있는 이 청동상은 퀘벡 역사의 주요 인물들이다.

퀘벡시티를 만든 사무엘 상플랭과 초기 뉴 프랑스 총독을 지낸 루이 드 부아드 프롱트낙 백작, 유명한 장군 제임스 울프 등이다.

 

의사당은 무료로 들어가 볼 수 있다.

단 입장할 때 여권이나 국제면허증 등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안내하는 투어가 진행된다.

뉴 프랑스 총독을 지낸 프롱트낙 백작의 청동상. 중앙탑을 기준으로 왼쪽 2층에 서 있다.

방문 당시 첫 투어는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했다.

투어를 하려면 원형 계단 1층의 왼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의사당 앞쪽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다양한 식물과 꽃들을 종류별로 나눠서 잘 가꿔 놓았다.

의사당에서 아브라함 평원쪽에 있는 노란 횡단보도. '도깨비'에서는 다른 위치에 이 횡단보도를 흉내내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 넣었다.

참고로 '도깨비'에서 김고은이 뛸 때마다 색깔이 바뀌는 횡단보도는 드라마 속 위치에 없다.

대신 의사당에서 아브라함 평원 방면으로 향하는 횡단보도가 드라마처럼 노란색 선으로 돼 있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의사당에서 생 루이 문쪽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노란색 횡단보도가 없다.

아마 드라마 제작진이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 넣은 모양이다.

생 루이 문의 야경.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도깨비 (감독판) : 블루레이 : 품절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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