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헌터 (블루레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년)는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을 전세계에 알린 영화로 유명하다.
처음 이 영화에서 러시안 룰렛 게임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게임은 두 사람이 6연발 권총에 탄알을 한 발 장전한 뒤 약실을 돌려서 서로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도박이다.
약실이 회전하기 때문에 총알이 어디에 있는 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하는 미친 게임이다.

죽을 확률은 당연히 6분의 1.
제정 러시아 시대에 군인들이 감옥에 갇힌 죄수들을 상대로 이런 게임을 벌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월남에 파병된 미군들이 베트콩들에게 포로로 잡힌 뒤 이 게임을 강요당한다.
치미노 감독은 이를 통해 전쟁의 광기와 무모함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영혼이 파괴된 젊은이들은 산 자나 죽은 자나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월남전이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픈 상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을 치미노 감독은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의 수려한 풍광과 스탠리 마이어의 가슴아픈 선율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풀어 놓았다.
워낙 이야기가 극적인데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감독의 연출이 탁월해 3시간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된 월남전을 소재로 반전 메시지를 탁월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물론 논란은 많았다.

실제로 베트남전에서 러시안 룰렛이 자행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사실성 논란이 일었고, 1979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인사들은 베트남 사람들을 사실과 다르게 묘사한 점에 항의해 줄줄이 퇴장해 화제가 됐다.
그만큼 영화가 미국인의 시각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린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에 얽힌 청년들의 엇갈린 운명을 풀어낸 이야기 솜씨와 연출력은 훌륭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제 51회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남우조연상(크로스토퍼 월켄), 음향상, 편집상 등을 대거 수상했고, 제 36회 골든글로브 감독상, 미국감독조합 감독상, LA 비평가협회 감독상 등을 잇따라 받아 치미노 감독의 성가를 드높였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초반 영상은 탁한 편이며 지글거림이 보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통해 헬기 소리 등 전장의 각종 소리를 전달하는 등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이 전혀 없어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결혼식 장면은 클리블랜드 오하이오의 러시아정교회에서 5일간 촬영. 실제 신부가 결혼식을 주관하는 신부로 나왔다. 실제 교회 성가대도 출연했는데 무려 50번 이상 찬송가를 불렀다. 러시아 정교회는 제단 뒤에 성 가족 그림을 그려 놓은 점이 특징이다.

젊은이들의 좋았던 한때를 나타내는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 꽤 길게 이어진다. 액셀을 연기한 척 애스퍼그렌은 배우가 아닌 영화 속 배경이 된 제철소 노동자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가 사전 답사차 제철소를 방문했을 때 현장 감독으로 일하는 그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캐스팅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전라로 거리를 뛰는 장면은 전장에 끌려가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공포를 나타낸다. 드 니로는 과감하게 성기 노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제철소 내부는 US스틸의 클리블랜드 제철소에서 촬영.

스탠리 마이어는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카바티나'를 원래 피아노용 소품으로 짧게 작곡했다. 이를 '스카이'에 몸담았던 유명 클래식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가 영화에 쓰인 유려한 멜로디의 기타 연주곡으로 길게 편곡했다. 보컬 버전은 클레오 레인이 녹음했다.

'대부'에서 둘째로 나와 낯익은 존 카제일은 이 영화가 유작이다. 당시 폐암에 걸려 몸이 상당히 쇠약해졌는데, 마이클 치미노 감독과 가까운 사람들만 이를 알고 있었다. 제작사는 카제일이 병약해 보인다며 교체하려고 했으나 약혼한 사이였던 메릴 스트립이 자신도 그만두겠다며 카제일의 교체를 강하게 반대했다. 카제일은 촬영 후 얼마되지 않아 42세 나이로 숨졌다.

이 영화는 미국 상영 당시 원래 2.35 대 1 오리지널 화면비를 2.20 대 1 화면비의 70미리 프린트로 만들어 상영했다. 돌비 사운드트랙과 70미리 상영관에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유명 할리우드의 극본 작가였던 치미노 감독은 '대도적'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작품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1980년에 만든 다음 작품 '천국의 문'이 기록적인 흥행 실패로 유나이티드아티스트사를 파산으로 몰고 간뒤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베트콩들이 월남군과 미군들을 상대로 잔인한 러시안 룰렛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월남전 기간 베트남에서는 러시안 룰렛 도박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7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이 작품 상영 당시 구 소련 사람들이 사실 왜곡에 항의하며 퇴장했고 쿠바 동독 불가리아 체코 사람들도 줄줄이 떠났다. 심사위원단 중 2명도 사임했다.

러시안 룰렛 촬영 당시 로버트 드 니로의 제안으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총알을 장전해 촬영을 했다. 물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에서는 약실에 총알을 제거하고 찍었다. 월남의 러시안 룰렛도박장에 나오는 프랑스인 피에르 세구이는 친구가 실제로 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목숨을 잃은 경험이 있다.

월남으로 나온 곳은 모두 태국에서 찍었다. 포로로 잡혀 물에 잠긴 감옥에 갇혀있던 존 새비지가 "쥐가 있다"고 소리치는 장면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그는 정말로 쥐를 두려워했다.

인상깊은 주인공을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이 작품은 세트 촬영이 하나도 없고 모두 현장 촬영했다. 술집은 오하이오의 밍고 교차로에 있는 빈 가게 앞 공간에 임시로 만들어 촬영했으나 나중에 제철소 직원들을 위한 실제 술집이 됐다.

메릴 스트립의 앳된 모습.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강인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가녀리며 아주 여성적으로 보인다. 그는 많은 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 했다. 치미노 감독은 2005년 출시된 SE판 DVD의 음성해설에서 극 중 존 새비지의 아기가 월켄이 연기한 닉의 아기였다고 밝혔다.

CBS는 이 작품의 TV 독점 방영권을 500만달러에 샀으나 방영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내보내지 않았다. 결국 TV 방영은 CBS NBC ABC 등 대형 메이저를 제외한 지역 네트워크들만 실시했는데, 방영 당일이 1980년 11월 4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사슴 사냥 장면은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촬영. 배경에 보이는 산이 shuksan산이다. 훈련시킨 사슴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2대의 카메라로 1시간 30분 동안 촬영.

빙고게임, 월남에서 사용하는 주판 등 1970년대 추억들이 나온다. 또 위스키를 먼저 마신 뒤 맥주를 바로 이어 마시는 미국식 폭탄주 '롤링 록'도 등장. 존 새비지 역할에 원래 로이 샤이더를 캐스팅했으나 견해차를 이유로 촬영 전 하차했다. 치미노 감독은 새비지 역할에 브래드 도리프를 원했다.

1970년대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월남전이 금기시된 소재였다. 이 작품도 영국의 EMI가 주도적으로 재정을 마련했고, 나중에 유니버셜이 참여했다.

크리스토퍼 월켄은 창백해 보이기 위해 쌀과 바나나 외에는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았다. 날카로운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뉴욕비평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그는 과속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서 사슴 사냥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고생했단다. 제프 브릿지스도 월켄이 연기한 닉 역할로 고려됐다.

원래 대본은 로버트 드니로와 크리스토퍼 월켄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었다. 즉 드니로가 월남에 남아 러시안 룰렛을 하며 스티븐에게 돈을 보내는 내용이었다. 치미노 감독과 데릭 워시번은 1975년 루이스 가펑클과 퀸 레데커가 쓴 '더 맨 후 케임 투 플레이'라는 대본을 토대로 이 작품의 극본을 썼다. 그들이 기초로 삼은 대본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러시안 룰렛을 하는 사람들 얘기였다.

		디어헌터(화질보정판) Robert De Niro 출연/Meryl Streep 출연/존 세비지 출연 [블루레이] 디어헌터 SE(스페셜 에디션)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