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록키 호러 픽쳐쇼(블루레이)

울프팩 2021. 11. 22. 15:38

*** 카카오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2010년 작성한 해당 리뷰를 10년이 지나서 뒤늦게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하고 차단해 똑같은 내용을 다시 작성해 올립니다. 왜 유해물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면 수정을 할텐데 그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저작권을 무시한채 밑도 끝도 없이 삭제해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 바람에 이전에 여러분이 달아주신 댓글도 덩달아 사라졌습니다. 이 같은 카카오의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차단 근거를 알 수 없지만 2장의 사진을 추정해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한 장은 누드 조각상이고 한 장은 속옷을 만지는 사진입니다. 만약 이 사진들 때문에 차단됐다면 유명 화가들의 누드 미술품이나 속옷 사진은 카카오에서 모두 사라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지극히 편파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짓입니다. ***

 

지금까지 본 최고의 록 뮤지컬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짐 셔먼(Jim Sharman) 감독의 '록키 호러 픽쳐 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1975년)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국내에서 극장 개봉이 이뤄진 1998년이었다.

우연히 지인들과 보러 갔다가 너무나 흥겨운 음악과 내용에 홀딱 반해 팬이 돼버렸다.
미국보다 무려 23년이나 뒤늦게 개봉한 것이 안타까울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로부터 2년 뒤, 미국 출장길에 사 온 25주년 기념 DVD를 보면서 이 영화의 독특한 관람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이 영화는 관객이 함께 참여한다.

얌전히 스크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배우들의 복장과 분장을 하고 영화 속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춤을 춘다.
때로는 스크린을 향해 물총을 쏘고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새도우 캐스팅이라고 해서, 사전에 따로 뽑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 아예 스크린을 가리고 선 채 영화 속 춤과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한다.
이쯤 되면 이미 수십 번 영화를 보고 OST를 들어서 대사와 노래를 줄줄이 읊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영화 상영 시간은 골수팬들이 벌이는 흥겨운 파티 타임이다.
이처럼 환상적인 작품을 만든 사람은 이 작품에 집사로 출연한 리처드 오브라이언(Richard O'Brien)이다.

그는 '헤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같은 히트 뮤지컬을 연출한 짐 셔먼을 만나 프랑켄슈타인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을 이야기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이 작품을 기획했고, 오브라이언 혼자서 모든 곡을 작곡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 같은 곡을 자꾸 되풀이하는 반면, 오브라이언의 작품은 그 많은 곡들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그만큼 다채로운 곡이 들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곡 하나 버릴 것 없이 훌륭하다.

덕분에 73년 영국 런던 초연이 성공하자 미국 공연으로 이어졌고 75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와 달리 실패해 2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그 뒤에 이변이 일어났다.
심야 상영에서 갑자기 골수팬들이 생겨 날마다 찾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들은 극 중 배역과 같은 복장을 하고 와서 마치 종교의식처럼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바람에 이 작품을 컬트 영화의 시조로 만들어 버렸다.
그로부터 이 작품은 뉴욕에서만 13년 동안 연속 상영되는 진기록을 낳았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 작품을 상영하는 극장이 있으며, 청소년들이 성년식 전날이면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풍습이 생겼을 정도.
영화의 내용은 두 남녀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찾아든 고성에서 겪는 기괴한 파티를 다뤘다.

얼핏 보면 프랑켄슈타인, 킹콩 등 괴물 영화의 패러디 같지만 그 속에 외계인, 식인, 양성애 등 당시 미국에서 금기시된 안티 테제들이 모두 녹아있다.
결국 금지된 주제와 반항끼 가득한 록 음악이 한데 어울려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저항의 상징이 돼버렸다.

지금은 그저 SF와 공포물과 록음악이 어우러진 컬트로만 남았지만 흥겨운 춤과 노래, 기발한 영상만으로도 길이 남을 명작이다.
얼마 전 국내 출시된 35주년 기념판 블루레이는 그런 점에서 반가운 타이틀이다.

특히 DVD가 그동안 국내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 나온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1080p 풀 HD의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는 감동을 느낄 만큼 화질이 훌륭하다.

무려 35년 전 작품인 만큼 한계는 있지만 선명한 샤프니스와 화사한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DTS-HD 5.1 채널의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들을 만하다.

인트로가 다른 미국판과 영국판 2가지 판본을 모두 담았으며 삭제 곡, 노래 따라 부르기, 10주년 쇼 비디오, 제작진 인터뷰 등 다양한 부록이 들어 있다.
그러나 부록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짐 셔먼 감독의 '록키 호러 픽쳐 쇼'는 내용과 음악, 춤과 노래,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재기 발랄한 인트로.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는 끝까지 붉은 입술만 보여준다.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한 연출은 '친절한 금자씨'의 눈동자처럼 훗날 여러 영화에 등장한다.
팀 커리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양성애자이자 외계인 프랭크 박사를 연기한 커리는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나홀로 집에 2'의 호텔 지배인이 바로 이 아저씨다.
두 주인공, 자넷을 연기한 수잔 서랜든과 브래드 역의 베리 보츠윅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수잔 서랜든의 가녀린 하이 보컬은 깜짝 놀랄 만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대머리 집사가 작품의 줄거리를 쓰고 모든 곡을 작곡한 리처드 오브라이언이다. 그는 집사를 맡아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강렬한 노래를 들려준다.
잠깐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에디 역의 배우는 록가수 미트 로프다.
이 영화는 뮤지컬이면서 연극적 요소도 갖고 있다. 찰스 그레이는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며 해설을 한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춤추는 방법도 알려준다. 그만큼 이 영화는 재기 발랄하면서 독특하다.
색감도 굉장히 화려하다.
프랭크 박사가 만든 근육질 인조인간 록키 호러. 이면에는 남성 지배적 섹슈얼 코드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다. 이는 곧 마초이즘에 대한 도전이다.
동성애와 양성애를 다룬 장면. 성의 자유로운 일탈과 해방을 통해 금기시된 것들로부터 탈출을 꾀한다.
트랜스젠더를 암시한 장면 또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화는 성기 노출과 헤어누드 등 금지된 표현들도 조각상 등 미술작품을 이용한 교묘한 아이디어로 빠져나갔다.
성적 표현 수위가 높지 않지만 노래와 어울려 묘하게 자극적이다.
1950년대 매카시즘이 몰아쳤을 때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곧잘 외계인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래서 한동안 미국에서는 공산주의만큼이나 &nbsp; 외계 생물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로스웰 사건처럼 금기시된 주제였다. 갑자기 SF로 튄 막바지 장면은 스타트랙을 연상케 한다.
양성애와 SF 뿐 아니라 끔찍한 식인도 소재로 등장.
천지창조를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은 마치 전통 예술만 고급으로 치부하는 사회에 대한 조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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