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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4K)

울프팩 2021. 10. 2. 14:14

프랭크 다라본트(Frank Darabont) 감독의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년)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의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명작이다.
개인적으로 '백야' '대탈주' '빠삐용' 등 개인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갈구가 담겨있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공포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이 원작을 쓴 이 작품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20년을 옥살이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 Tim Robbins)는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갇혀 있으면서 한 번도 자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악독한 교도소장의 훼방으로 도저히 풀려날 것 같지 않은데도 앤디는 끊임없이 교도소 바깥 세계를 동경한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같은 죄수들에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의지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만들고 독방에 갇힐 각오를 한 채 죄수들에게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앤디는 세상이 죄수들에 눈에 보이는 철조망과 회색빛 두꺼운 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이다.
매번 가석방 심사에서 탈락된 친구 레드(모건 프리먼 Morgan Freeman)는 "헛된 희망을 품지 말라"고 앤디에게 충고하지만 앤디는 "희망은 좋은 것"이라며 희망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때로는 더 나아가서 앤디의 사례처럼 희망이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앤디가 막판 보여주는 대반전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감격스러운 결말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한 영화다.
폐쇄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 갖고 몰입도가 대단한 이야기를 끌고 간 감독의 연출 능력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다라본트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우울한 교도소 얘기여서 미국 극장 개봉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제작비가 2,800만 달러가 들었는데 극장 개봉으로 벌어들인 게 2,800만 달러였다.

사실상 남은 게 없는 장사였다.
그런데 1995년에 뒤늦게 좋은 작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가장 많이 대여된 비디오가 됐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말끔한 화질을 자랑한다.

물로 씻은 듯 깨끗한 영상은 디테일이 발군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에서 두꺼운 감옥의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웅장하게 울리고, 교도소 안에 우렁우렁 울려 퍼지는 박수소리가 사방 스피커를 가득 채운다.
앤디가 들려주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는 공간을 감싸게 포근하게 퍼져 나간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작품 평가, 스토리보드와 예고편, 갤러리, 패러디 단편 영화인 '샤크 탱크 탈출' 등이 들어 있다.
감독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본편의 한글 번역이다.
"계집애처럼 흐느꼈다"를 "여자처럼 흐느꼈다"로 순화해서 번역했는데, 오히려 냉소적으로 비꼰 뉘앙스가 잘 살지 않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교도소 부감 샷은 헬기로 촬영. 교도소 외관은 오하이오주 맨스필드에 위치한 100년 된 교도소에서 찍었다. 현재는 행정 건물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철거됐다.
박수 치는 흑인은 모건 프리먼의 아들 알폰소 프리먼이다. 부자가 함께 출연한 케이스. 모건 프리먼의 가석방 심사 서류에 붙어 있는 사진 또한 알폰소다.
교도소 내부는 4층짜리 세트를 지어서 찍었다. 맨스필드 교도소 내부가 너무 낡아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 미술부는 200~250개의 감방을 만들었다.
팀 로빈스와 더불어 영화를 빛낸 인물은 모건 프리먼이다. 스티븐 킹 원작에는 레드가 아일랜드계 백인이다. 그러나 감독은 프리먼이 연기를 너무 잘해 레드 역을 흑인으로 바꿨다.
스티븐 킹의 원작 제목은 '리타 헤이워드의 쇼생크 탈출'이다. 리타는 죄수들이 보는 영화 '길다'에서 주연을 했다. 그의 사진이 탈출의 주요 기제 역할을 한다.
다라본트 감독은 "폭력은 멀리서 봤을 때 더 충격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체 환경 속에서 파악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래서 영화의 폭력 장면은 대부분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감독이 '로드니 킹' 사건을 보다가 깨달은 사실이다.
팀 로빈스가 틀어놓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죄수들이 듣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감독이 대본을 쓸 당시 오페라에 심취했는데 이 대목을 쓸 때  '피가로의 결혼'을 들었다.
팀 로빈스의 누명을 벗겨줄 결정적 증인 역할을 한 친구는 '앨리 맥빌'에서 앨리의 첫사랑으로 나오는 배우다. 그가 총을 맞는 장면은 원작과 다르다.
다라본트 감독이 스티븐 킹에게 먼저 영화화를 제안했다. 킹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영화의 상징처럼 쓰인 장면. 카타르시스와 함께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1982년 펴낸 소설집 '다른 계절'에 수록됐다.
원작 소설에서는 3명의 교도소장이 거쳐간다. 영화에서는 이를 한 명으로 바꿔서 녹여냈다.
옥에 티 가운데 하나. 빨간색 오픈카는 1969년형 GTO다. 그러나 영화 속 배경은 1966년. 잘못 쓰인 소품이다.
감독은 영화학교에서 배운 대로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먼이 얻어 탄 픽업트럭은 극 중 이름 '레드'를 암시하는 붉은색이다.
프리먼이 팀 로빈스가 숨겨 놓은 메시지를 찾으러 가는 돌담은 모두 미술부가 쌓았다.
원작에서는 버스를 타고 앤디를 찾아가는 레드의 독백으로 끝난다. 영화 대본도 여기서 끝나지만 제작사가 관객을 위해 카타르시스 장면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에서 멕시코 지후와타네호로 나오는 곳은 미국 세인트 크로이섬의 거북이 서식지인 샌디포인트였다. 멕시코보다 바닷물이 더 파랗기 때문에 여기서 촬영. 감독이 추모한 앨런 그린은 감독의 최초 에이전트였으며, 이 작품 촬영 직전 에이즈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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