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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특전 유보트 감독판(블루레이)

울프팩 2021. 8. 5. 11:11

** 카카오에서 2012년에 올린 '특전 유보트 감독판'(블루레이) 포스트에 대해 근 10년 지나서 '청소년 유해 정보'라는 이유로 블라인드 처리를 했습니다.

어느 부분이 왜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인지 명확한 설명이나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해버리니 황당합니다.

사전에 유해 근거에 대해 설명하고 시정 조치를 하라고 하면 좋을텐데, 일체 사전 설명없이 블라인드 처리를 해버려서 똑같은 포스트를 다시 올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게 되네요.

미루어 짐작컨데 잠수함에서 건강 검진하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에 남자 엉덩이 뒷부분이 나온 것을 문제 삼은게 아닌가 싶은데, 만약 그렇다면 그 부분이 왜 청소년에게 유해한 지 좀 알려주면 좋겠네요.

혹시 또 카카오에서 어이없는 시비를 걸까봐 해당 사진을 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편집의 '블러' 기능을 이용해 올렸습니다. 원본 블루레이 타이틀은 캡처 사진과 달리 명확하다는 점을 밝힙니다.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 방침을 이유로 그보다 더 우선하는 헌법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시정돼야 할 조치입니다. ***

 

"전쟁 중 내가 유일하게 두려워한 존재는 U보트였다. 우리들의 생명선인 바다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U보트에 모든 것을 걸어보는 편이 현명했을 것이다."(윈스턴 처칠)
"개전 당시 나에게 300척의 U보트만 있었더라면 전황은 달라졌을 것이다."(칼 되니츠 제독)

제2 차 세계대전 당시 적이었던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U보트였다.
전쟁 당시 영국을 이끌었던 처칠 수상이나, 독일 잠수함대 사령관과 해군총사령관을 거쳐 히틀러의 유언으로 종전 당시 총통이었던 되니츠 제독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중요한 존재로 U보트를 꼽았다.

운테르제보트의 약칭인 U보트는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건조한 잠수함이다.
1차 세계대전 패배 후 잠수함 건조가 금지된 독일은 나치 집권 후 몰래 잠수함을 만들어, 57척의 U보트로 전쟁을 시작했다.

걸출한 잠수함전의 귀재였던 되니츠 제독은 개전 당시 300척을 원했으나 나치 수뇌부가 잠수함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은 탓에 이를 채우지 못했다.
되니츠는 부족한 숫자로 강력한 효과를 내기 위해 독창적인 잠수함 전법을 고안했다.

바로 여러 척이 무리를 지어 공격하는 전술, 즉 '늑대 무리'(울프팩, wolfpack) 전법이었다.
적선이 보이면 U보트 함장들은 무전을 쳐서 한 군데 모여 마치 늑대들이 양 떼를 사냥하듯 사방에서 어뢰 공격을 퍼부어 적의 수송선단과 호송 전함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다.

집단 공격은 공격 효과와 함께 U보트의 생존율도 동시에 높였다.
그렇게 U보트의 공격으로 사라져 간 연합국 선박은 상선 군함 항공모함 등 모두 합쳐 2,775척에 이른다.

U보트의 희생도 만만치 않았다.
전쟁 중 모두 1,162척이 건조돼 784척이 사라졌다.

1945년 5월 독일 항복 당시 남아있던 U보트는 200여 척.
당시 U보트 함장들에게는 비상 상황 시 해군사령부가 발동하기로 한 마지막 암호가 있었다.

'레겐보겐', 무지개를 뜻하는 독일어로 '자침 하라'는 암호다.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순간 U보트를 적의 손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침몰시키기로 한 암호였으나, U보트와 바다사나이들을 너무 사랑한 되니츠는 이 암호를 일부러 발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U보트 함장과 승무원들의 선택은 달랐다.
독일의 항복을 알게 된 순간, 그들은 스스로 '레겐보겐' 암호를 주고받았다.

승무원 전원의 동의를 얻은 함장들은 바다 위로 떠오른 뒤, U보트를 폭파시켰다.
그렇게 마지막 남아 있던 U보트 221척은 장렬하게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다.

독일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은 바로 이 장렬한 바다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특전 U보트'(Das Boot, 1981년)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두 가지 이유로 화제가 됐다.

처음으로 연합국의 적이었던 독일의 시각에서 제작된 제2차 세계대전 영화였고, 독일인의 손으로 처음 만든 U보트 영화였다.
독일은 제2 차 세계대전 후 나치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무도 나치 독일과 U보트를 긍정적으로 다뤘다고 비난하지 않았고, 호평 일색이었다.

그 이유는 페터젠 감독이 철저하게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영화를 다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U보트 함장과 선원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벌벌 떠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인간의 공포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 본능을 극명하게 묘사해 오히려 반전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 해전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일 만큼 사실적으로 다뤘다.

그래서 페터젠 감독 최고의 걸작인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잠수함 영화의 교범으로 꼽힌다.
국내 출시된 2장짜리 블루레이 타이틀은 미 콜럼비아사가 1997년 DVD 출시를 위해 상영 시간을 207분으로 늘린 감독판을 담았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30년 전 작품이니 최신작만큼 화질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볼 만하다.
DVD와 비교하면 샤프니스와 색감 등이 월등하게 개선됐다.

음향은 개봉 당시에도 소너 음향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화제가 됐는데,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DTS-HD 5.1 채널로 보강돼 수압에 선체가 우그러지는 소리 등이 서라운드로 재생되면서 소리의 공포를 확실하게 강조했다.
부록으로 제작진 음성해설, 제작과정, 역사 다큐멘터리 등이 들어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 자막이 전무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원래 독일 바바리아 스튜디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방송사들이 TV용으로 공동 제작한 6시간짜리 TV 시리즈물이었다. 이를 극장 개봉하면서 2시간 반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서 2시간 5분으로 편집해 극장 상영했다. 블루레이는 1997년 3시간 27분으로 늘린 감독판을 담았다.
영화의 모델이 된 U보트는 U-96으로, 여러 종류의 U보트 가운데 가장 활약을 많이 한 7형 C에 해당한다. 67미터 길이의 이 함은 44~48명의 승무원이 탑승했으며 앞에 4개, 뒤에 1개 등 5개의 어뢰 발사관이 있다.
U보트는 물 위에서 1500마력의 6기통 디젤 엔진, 물속에서 배터리로 가동하는 전기모터로 움직여 수중 항해 시 소음이 없었다. 배터리는 디젤 엔진 가동 시 충전했다.
수중 항해 장면은 모형 잠수함을 이용해 6미터 깊이 수조에서 수중 촬영했다. 해상 장면은 11미터 길이의 실제 움직이는 미니어처 잠수함을 만들어 촬영.
이 작품은 로털 귄터 부흐하임이 1973년 독일에서 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부흐하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화 속 인물처럼 중위 계급장을 달고 종군 기자로 U보트에 탑승해 동행 취재했다. 원작은 국내에도 한진출판사에서 1982년에 번역 출간했으나 여러 부분이 생략됐다. 선원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원작에 없는 내용을 페터젠 감독이 상상해 끼워 넣었다.
이 영화는 사상 처음 수중 폭파 장면을 찍었다. 폭뢰가 터지는 장면을 보고 물속에서 불꽃이 보이냐고 의문을 제기한 사람도 있지만, 제작진은 이를 실제 시험한 수중 촬영 영상을 사용했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시험 영상을 보면 수중 폭발 시 핵폭탄 폭발의 화염구처럼 순간적으로 작렬하는 불꽃이 선명하게 보인다. 피격된 상선이 침몰하는 장면은 배 밑으로 가스 파이프를 연결해 불꽃을 내뿜었다.
U-96이 라로셀 기지로 귀항하는 장면은 실제 프랑스 라로셀에서 현지 주민들을 엑스트라로 동원해 촬영.
유르겐 프로크나우가 연기한 함장 역할은 U-96을 지휘한 두 명의 함장을 모델로 했다. 원작자 부흐하임은 초대 함장인 하인리히 레만 빌렌브록 시절 종군한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 빌렌브록은 8회 출항해 22척을 격침했다. 블루레이의 부록 영상에 실제로 등장한다.
페터젠 감독은 이 영화 촬영 당시 제1 조감독이었던 마리아 페터젠과 결혼했다.
함 내 장면은 실제 U보트와 똑같이 만든 세트를 짐벌 위에 올려놓고 흔들며 촬영. 수압 때문에 볼트가 튀어나가는 효과는 대형 망치로 내리쳐 연출했다.
개전 당시 U보트 선원들의 평균 연령은 28세였으나 전사자가 늘면서 점차 21세로 낮아졌다. U보트 승무원 4만여 명 가운데 3만여 명이 전사했다.
이 영화는 음악도 훌륭하다. 클라우스 돌딩어가 작곡한 음악은 소너음을 연상케 하는 효과음을 가미해 박력 넘친다. 그만큼 OST도 들을만하다. 선원들이 부르는 영국 노래는 'It's a long way to Tipperary'라는 곡. 티퍼래리는 아일랜드 지명이며, 노래는 러시아 붉은 군대 합창단이 불렀다.
막판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 전설적인 칼 되니츠 제독이다. 제1차 세계대전때 U보트 함장이었던 그는 영국에 포로로 잡혔으나, 당시 U보트 함장들은 돌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미치광이 시늉을 해서 본국으로 돌아온 뒤 잠수함대를 재건했다. 늑대 무리 전술을 창안한 그는 후에 해군 총사령관을 거쳐 히틀러의 유언에 따라 종전 직전 총통이 돼서 연합국에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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