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미래를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년) 만큼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린 영화는 없다.
그는 약 2시간 30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상영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우주 탐험을 향한 인류의 의지가 어떻게 귀결될지 보여줬다.
공상과학(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와 함께 각본을 쓴 큐브릭은 약 3분간 이어지는 암전 속에 불안하게 음악만 흐르는 독특한 인트로로 영화를 시작한다.
이후 제작사 MGM의 로고가 나오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웅장하게 이어지는 유명한 우주 화면이 등장한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
이후 큐브릭 감독은 유인원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질서하고 짐승처럼 살아가던 유인원은 우주에서 떨어진 거대한 비석 같은 석판인 모놀리스 때문에 도구를 사용해 사냥하고 싸움을 벌이며 진화한다.
유인원에게는 외계에서 날아온 모놀리스가 곧 신이요, 지도자였다.
그런 점에서 큐브릭 감독은 인류가 신의 피조물이 아닌 과학이 발달한 외계 생명체에 의해 진화했다는 주장에 방점을 찍었다.
이 과정을 큐브릭 감독은 긴 설명이나 대사 없이 포효하는 유인원 무리와 짐승의 뼈를 휘두르는 유인원 우두머리 모습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함축적이며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후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음악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우주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렇게 큐브릭 감독은 클래식 선율을 사용해 우주여행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인간과 목성행 우주선에 실린 인공지능(AI) 컴퓨터 '할 9000'의 대결이라는 긴장 관계를 배치해 끊임없이 아슬아슬한 긴장을 느끼며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놀라운 것은 영상으로 보여준 이런 상상들이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기 이전에 나왔다는 점이다.
지금은 우주선을 이용한 우주 탐험과 AI가 별다를 게 없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우주의 모습을 본 적 없는 1960년대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소재들이다.
특히 우주선을 타고 달에 도착한 사람들이 모놀리스를 발견하는 장면을 보면 영화 제작 이후에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뒤 인류 최초로 TV에 중계된 달 표면과 별로 다르지 않다.
또 우주 정거장을 거쳐 목성까지 날아가는 설정과 휴대폰도 없던 시절에 우주선과 지구 사이에 화상전화를 하는 모습 등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SF컬트의 신기원
더불어 이런 상상들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큐브릭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도 없던 시절에 더글러스 트럼불과 함께 기초적인 시각효과와 영상 기법만으로 환상적인 우주 등 놀라운 영상들을 창조했다.
우주선 안에서 볼펜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과 도넛처럼 생긴 우주선 내부의 트랙을 곡예하듯 사람이 걷는 장면은 은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처럼 큐브릭 감독은 황당한 괴물이 판치던 1950, 60년대 SF 영화들과 달리 지적 탐험을 몽환적 영상과 음악으로 풀며 SF라는 장르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여기에 무정형의 프랙털 디자인이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며 우주 공간에 펼쳐지는 신비한 스타게이트 장면은 SF 컬트의 신기원을 열었다.
영화가 개봉한 1960년대 당시 히피 문화에 물든 젊은이들은 대마초나 환각제에 취한 채 이 영화를 몇 번씩 보며 사이키델릭한 스타게이트 장면에 빠져 들었다.
마치 1970년대 젊은이들이 컬트의 기원이 된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던 것처럼 1960년대 히피들에게 이 영화는 또 다른 관점에서 바이블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고, 2시간 3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혹적 구성으로 이야기를 엮어낸 큐브릭 감독의 재능에 새삼 찬탄하게 만드는 걸작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부록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20 대 1 화면비의 4K 타이틀은 화질이 발군이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색감이 선명하다.
캄캄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단색일 것 같지만 의외로 휘황찬란하고 다채로운 색을 잘 살렸다.
음향은 개봉 당시 극장용 오디오와 DTS HD MA 5.1 채널로 다시 녹음한 버전 등 2가지로 수록됐다.
리믹스 오디오는 전후좌우 각 채널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특수효과, 감독과 아서 클라크 인터뷰, 우주 개발 설명, 1966년 큐브릭 단독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음성해설과 1966년 큐브릭 인터뷰를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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