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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론 레인저(블루레이)

울프팩 2022. 1. 22. 14:16

어려서 TV로 본 만화영화 중에 기억나는 작품이 두 편 있다.

하나는 1970년대 흑백 TV 시절에 꽤 인기 있던 '서부 소년 차돌이'였고, 하나는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며 방영된 '론 레인저'였다.

 

쾌걸 조로처럼 복면을 한 주인공이 흰 말을 타고 다니며 벌이는 모험이 인상적인 만화영화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귀에 익은 '윌리엄 텔' 서곡을 변주한 멜로디가 흥겨웠다.

 

원래 론 레인저는 1933년 미국의 WXYZ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TV 시리즈, 만화영화, 장편 극영화, 그래픽 노블 등으로 숱하게 제작됐다.

그로부터 원작 탄생 80주년이 되는 시점에 실사 영화로 다스 등장한 작품이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감독의 '론 레인저'(The Lone Ranger, 2013년)다.

 

워낙 미국에서 인기 있는 시리즈이고 어려서 만화영화를 봤던 기억 때문에 반가웠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기대했던 만큼 주인공 론 레인저(아미 해머 Armie Hammer)의 매력을 부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니 뎁(Johnny Depp)이 연기한 론 레인저의 조수 격인 인디언 톤토가 더 눈에 띄고 주인공 같았다.

여기에 론 레인저의 톤토 콤비의 활약을 마치 만담 콤비처럼 희화화 한 점도 패인이다.

 

마치 웃기지 않은 농담을 끝없이 이어가는 아재 개그처럼 실소를 자아낸다.

내용은 철도와 은광의 이권을 노리는 악당을 잡기 위해 론 레인저와 톤토가 손잡고 싸우는 이야기다.

 

극 중 론 레인저는 인디언의 도움으로 죽음에서 부활해 검은 마스크를 쓰고 익명의 영웅으로 활동한다.

인디언 톤토는 악령을 쫓는 신비한 힘을 지닌 존재이지만 극 중에서는 오히려 엉뚱한 일을 벌이는 캐릭터가 돼버렸다.

 

그 바람에 박력 넘치는 액션이 부각되지 못하고 어수선한 구성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한 이야기는 용두사미처럼 맥없이 끝나고 만다.

이는 전적으로 감독의 연출력 부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버빈스키 감독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꽤 인기를 끈 감독이다.

여기에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블록버스터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Jerry Bruckheimer)가 제작을 맡았다.

 

감독과 제작자만 놓고 보면 당연히 성공해야 할 작품이지만 과거 TV 드라마 시리즈와 만화영화, 1950년대 제작된 숱한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지 흥행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무엇보다 가장 어색했던 것은 조니 뎁이 연기한 인디언 톤토다.

 

마치 백인 배우가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흑인을 연기한 것처럼 조니 뎁의 인디언 역할은 연기력을 떠나 거북할 정도로 어색하다.

그렇다 보니 인디언을 웃음거리로 삼았다는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아닌 게 아니라 톤토라는 캐릭터는 지나치게 웃음의 소재로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감독이 지나치게 물량 공세를 앞세운 볼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를 제대로 세우는데 실패한 것도 패인이다.

 

사막 한가운데 직접 철도를 깔고 기차를 만들어 액션 장면을 찍는 수고를 들였지만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빛이 바랬다.

그 바람에 2억 5,000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1억 달러 가까운 손실을 보고 주저앉았다.

 

해적물과 서부극은 한 물 갔다는 말을 듣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작되는 장르다.

그만큼 오락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버빈스키 감독은 해적물과 서부극을 모두 만든 감독이다.

하지만 해적물은 성공했지만 서부극은 실패한 감독이 되고 말았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서부의 황량한 느낌이 묻어나는 톤을 잘 살렸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각종 효과음이 현장감 있게 들린다.

 

부록으로 로케이션 설명, 액션과 배우들의 훈련, 삭제 장면과 NG 장면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든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론 레인저 원작이 나온지 80주년을 맞아 개봉됐다. 조니 뎁은 이 영화에 출연하며 코만치 부족으로 입양됐다.
미국 서부 곳곳에서 촬영. 서부극 촬영지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주 모뉴먼트 밸리에서도 찍었다. 이 곳은 나바호족의 땅이다.
이 작품은 조니 뎁이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인디언 톤토로 나오면서 화이트 워싱 논란과 인디언을 희화화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사막 한가운데 8km 길이의 철로를 건설했다.
제작진은 3대의 증기 기관차도 1860년대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기관차는 시속 48~64km 속도로 달렸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와 애리나조나 모뉴먼트 밸리, 친리캐년, 콜로라도주 크리드,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발데스 칼데라, 유타주의 모아브 등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 촬영했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헬 온 휠'이라는 서커스 공간의 주인 레드 역할로 등장.
아미 해머와 조니 뎁 등 배우들은 뉴 멕시코주 앨버커키의 카우보이 부트 캠프에서 3주간 승마와 사격 훈련을 받았다.
론 레인저는 1956년 '론 레인저', 1958년 '론 레인저와 잃어버린 황금 도시' 등 2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원작은 조지 트렌들과 프랜 스트라이커가 만든 라디오 드라마다.
론 레인저는 실버라는 백마를 타고 다닌다. 그가 백마를 탄 채 '하이 요 실버'라고 외치는 대사가 유명하다. 쾌걸 조로와 느낌이 비슷하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카메라를 장착한 기차가 함께 달리며 촬영.
론 레인저를 연기한 아미 해머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를 1인2역한 배우다. 196cm의 큰 키가 특징.
론 레인저 시리즈는 항상 로시니가 작곡한 '윌리엄 텔 서곡'을 사용한다.
기차가 추락하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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