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숲이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윤성 감독의 영화 '롱 리브 더 킹'(2019년)은 목포의 유명한 조폭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야기다.
목포 건달 장세출(강래원)은 어느 날 용역 깡패를 동원한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들 편에 서서 투쟁하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때부터 장세출은 본업인 깡패짓을 때려치우고 여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개과천선한다.
산동네 독거노인의 변소를 치우는가 하면 식당 주방일까지 한다.
그러던 중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던 황보윤(최무성)이 다치면서 졸지에 장세출이 국회의원 후보가 된다.
상대는 보수 정당의 3선 의원 최만수(최귀화)다.
검사 출신 최만수는 당선을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급기야 최만수는 장세출의 라이벌 건달인 조광춘(진선규)을 이용해 인명까지 해치려 들면서 장세출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충 내용을 보면 이 영화는 가치전도를 통해 웃음과 재미를 주려고 한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조폭보다 더 악독하고 본래 못된 짓을 일삼는 깡패들이 정의의 사도가 됐다.
이렇게 뒤바뀐 설정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현실 속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정치를 믿지 않고 정치인을 불신한다.
그렇다고 조폭을 신뢰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전도된 설정을 통해서라도 정치인들이 호되게 당하는 꼴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잔재미이지만 그 이상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비약이 지나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구성 때문이다.
목포를 주무르는 잘 나가는 건달이 여인에 빠져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다.
여기에 목포대교에서 벌어지는 추락사고를 통해 건달이 영웅으로 부상하는 것 또한 지나친 비약이다.
건달의 개과천선 계기나 사건의 전개를 보면 결국 중심축은 정의가 아닌 여인을 향한 연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영화의 중심축은 로맨스다.
하지만 연정이 무르익어가는 로맨스 과정이 참으로 밋밋하다.
초등학생들의 연애도 아니고 머뭇거리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순진한 게 아니라 답답해 보인다.
더불어 설정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의 아성인 목포에서 보수 성향의 3선 의원이 나왔다는 설정 자체가 어색하다.
진보 진영이나 보수 진영이나 외치는 정치적 메시지도 대동소이해 차별화되지 않는다.
약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상투적인 메시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명확한 정당 선거로 판세로 갈리는 정치판에서 무소속으로 나섰다면 이를 압도할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관객들이 공감할 텐데, 막판 장세출의 연설은 상투적 이야기로 일관한다.
그만큼 정치적 메시지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김래원의 연기라도 힘이 있어야 할 텐데 참으로 정치인스럽지 못한, 어울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심지어 김래원의 사투리 연기는 억지로 꾸민 것처럼 어색한 티가 팍팍나 리얼리티도 떨어진다.
'범죄도시'를 만든 강윤성 감독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했으나 실망스러웠다.
윤계상, 마동석 등 전작의 주요 배우들이 하다못해 카메오까지 맡아서 골고루 출연한 점은 반가웠으나 정작 주연과 스토리 구성이 아쉽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필터링된 색감이 날아가지 않고 잘 살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저음도 묵직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감독과 배우들 해설, 비하인드 영상과 캐릭터 소개, 원작과 만남 등이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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