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콘돈(Bill Condon) 감독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년)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히트한 작품을 실사로 옮긴 영화다.
내용은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댄 스티븐스 Dan Stevens)와 그를 감화시킨 미녀 벨(엠마 왓슨 Emma Watson)의 사랑 이야기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판은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전자를 따랐다.
즉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똑같이 재현했다.
관건은 야수를 비롯해 가구로 변한 사람들과 '환타지아'처럼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화려한 군무다.
콘돈 감독도 이 부분은 대안이 없어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고 일부 구성을 바꿨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의 성공 비결이었던 화려한 요소를 최대한 충실하게 살렸다.
중세 시골풍의 알록달록한 마을을 야외 세트로 만들었고 거대하면서도 음침한 성도 세트와 CG로 적절하게 재현했다.
압권은 벨과 야수의 춤을 비롯해 무도회 장면이다.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비롯해 여인들의 눈부신 드레스로 수놓은 장면은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춤추는 듯 미끄러지며 화려한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카메라 워킹도 뛰어났다.
더불어 배우들의 노래도 좋았다.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스를 비롯해 악당 개스통을 연기한 루크 에반스(Luke Evans), 찻 주전자 팟을 맡아 유명한 주제가를 부른 엠마 톰슨(Emma Thompson) 등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괜찮았다.
여기에 셀렌 디온, 아리아나 그란데와 존 레전드 등 유명한 가수들도 참여해 새로운 노래를 보탰다.
콘돈 감독은 노래 뿐 아니라 일부 내용을 추가해 상영시간을 원작보다 40분 가량 늘렸다.
애니메이션 복사판처럼 너무 똑같이 따라하지 않기 위해 야수로 변하게 된 왕자의 사연 등 애니메이션에 없던 캐릭터들의 배경 이야기를 넣었다.
반면 일부 설정을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가져갔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스통의 친구 루프가 황당하게도 동성애자로 변했고, 미녀 벨은 페미니스트인 엠마 왓슨을 의식한 듯 야무진 발명가가 됐다.
이런 변화가 개연성이 있으면 괜찮은데 이색적 차별 외에 굳이 그렇게 바꿀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루프의 동성애자 설정은 화이트 앵글로색슨계 신교도(WASP) 위주의 영화를 만든다는 비난을 의식한 디즈니가 억지로 다양성을 꿰어 맞추려는 구색 갖추기처럼 보여 어색하다.
그렇더라도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놀라울 정도의 실사로 훌륭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화려한 영상, 미술과 소품, 음악 등이 어우러져 애니메이션과 또다른 보고 듣는 즐거움을 준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갖가지 색이 찬란하게 살아 있으며 샤프니스가 높아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리어 채널의 활용도가 높아 잔향과 반향이 좋아서 공간감이 잘 살아난다.
우리말 더빙도 수록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다.
부록으로 대본 리딩, 제작과정, 배우 소개, CG 작업, 삭제 장면,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들도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다만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영화로' 부록에 한글자막 오자가 있다.
'규모와 에너지를...'을 '규모과 에너지를...'로 표기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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