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출신의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 감독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 2020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는 2008년 스위스 사람 팀 스타이너의 등에 작품을 문신으로 새겨 발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문신을 새겨 작품으로 발표했다.
워낙 특이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델보예이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화판으로 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작품 활동도 좋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난과 예술가의 독창성을 옹호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벤 하니야 감독은 여기에 이야기를 입혔다.
2011년 이슬람국가(ISIS) 치하에서 압박을 피해 레바논으로 달아난 시리아 청년 샘(야흐야 마하이니 Yahya Mahayni)은 음식을 훔쳐 먹다가 세계적 예술가 제프리(코엔 드 보우 Koen De Bouw)를 알게 된다.
제프리는 샘의 등을 작품으로 활용하는 대신 자유를 주겠다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그가 제안한 자유란 솅겐 협약에 가입한 유럽 국가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 비자를 등에 문신으로 새기는 것이다.
샘은 큰돈을 버는 대신 살아있는 작품으로 전시회장에서 등을 드러낸 채 앉아 있어야 한다.
돈 없는 난민 신분이었던 샘은 어쩔 수 없이 제프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유명인이 된다.
이후 샘은 졸지에 인기 스타처럼 인생이 바뀌지만 얻은 것만큼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벤 하니야 감독은 실화에 덧입힌 이야기를 통해 유럽이 골치를 앓고 있는 난민 문제와 더불어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라는 보편적 명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생사가 걸린 난민들의 절박함을 부와 명성을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얄팍한 속내를 은근히 꼬집었다.
이 덫에 걸린 샘은 부와 명예를 위해 피부를 팔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전락하며 자유를 잃고 사랑하는 연인과도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 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현대판 파우스트 박사 같은 존재다.
등에 자유의 상징인 솅겐 비자를 새겼지만 정작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급기야 경매에서 작품으로 팔리는 역설적 상황까지 맞게 된다.
경매장에 선 샘은 더 이상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기 힘든 한낱 작품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돼버렸다.
그런 샘에게 자유란 손이 닿지 않는 그의 등처럼 붙어 있으면서도 누릴 수 없는 절대 가치인 셈이다.
결국 샘은 예상 밖의 깜짝 선택으로 충격을 준다.
하니야 감독은 막판 반전 같은 결말을 통해 누릴 수 없는 자유란 정치적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화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풀어낸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묵직한 이야기를 독특한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지만 큰 굴곡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다소 지루하다.
막판 반전 또한 충격적이지만 크게 예측 가능한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외에 이렇다 할 존재감 있는 스타가 없다는 점도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굳이 주름을 감추려고 애쓰지 않은 모니카 벨루치는 나이게 걸맞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돋보인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무엇보다 색채가 자연스럽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살아 있다.
리어 채널을 통해 등 뒤에서 노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등 소리의 방향감이 확실하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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