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여덟 번 째 영화 '밤과 낮'(2008년)은 이중성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딱히 이중성을 다룬 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워낙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다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대마초를 얻어 피웠다가 잡힐까봐 파리로 몸을 피한 어느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아 웃음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서로 대립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 일으키는 이중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서로 댓구를 이루는 제목부터 그렇다.
하루를 구성하는 밤과 낮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분리적인 요소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성남(김영호)과 아내 성인(황수정)이 있는 서로 다른 장소인 파리와 서울의 시간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공간의 존재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중적인 요소는 숱하게 나온다.
유학생 유정(박은혜)은 남을 위해 돈 쓰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구두쇠이면서도 파리의 거지들에게 식사를 사주는 이해할 수 없는 면모를 보인다.
성남은 성경 구절을 들먹이며 아내를 생각해 다른 여자와 잠자리 하는 것을 피하면서도, 유정에게는 적극 달려든다.
더불어 등장인물들이 꾸는 꿈과 현실이 교차하며 서로 다른 상황으로 충돌한다.
이처럼 한 인물 안에 등장하는 모순된 상황이 곳곳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보는 이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키며 자극을 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
속이 빈 듯한 헛헛한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보면 옹골찬 메시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마다 메시지를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열려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땅을 벗어나 파리에서 찍은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라는 점.
하지만 파리에서 찍어 볼 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홍 감독은 허를 찌르듯 인물을 프레임에 꽉 채운 바스트샷과 줌잉 등으로 풍경을 예사롭지 않게 무시한다.
아주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파리의 예쁜 풍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배우들의 변신도 볼 만 하다.
언제나 곱고 착하기만 한 캐릭터로 기억되던 박은혜는 이 작품에서 종잡을 수 없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이 작품은 그에게 플러스가 된다.
파리에서 캐스팅한 아마추어 배우들도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 극 중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살아 있다.
독특한 것은 일기장처럼 날짜를 기준으로 챕터가 넘어가는 점이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편년체 역사기록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서술했다.
하지만 홍상수는 역시 홍상수다.
해외 로케와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어도 그의 장기인 헛헛한 웃음과 느닷없는 엔딩은 여전하다.
홍 감독 영화에 익숙하면 그 또한 그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며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황당하고 불편할 수 있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깔끔한 윤곽선과 필터링된 색감이 부드럽게 재현돼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부록은 예고편같은 뮤직비디오 하나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성남을 연기한 김영호. 성남은 장난삼아 얻어핀 대마초 때문에 잡혀갈까봐 파리로 달아난다. 공항 장면은 파리의 오를리 공항에서 촬영. 파리까지 갔으면 다채로운 풍경을 화면에 담을 만 한데, 이야기는 주로 민박집이 있는 파리 14구 알레지아 지역과 여자의 집 근처에서 맴돈다. 홍 감독은 이 작품에 '화가 김성남의 34일의 감정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화가 김성남은 구름을 잘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강운 작가가 실제 모델이다. 두 사람이 테이블을 앞에 놓고 대화하는 투 샷을 홍 감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배경음악처럼 쓰였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보며 나누는 대화는 대본이 아닌 배우들이 나눈 대화를 그대로 썼다. 원래 쿠르베의 유명한 그림 '돌깨는 사람' 앞에서 찍을 예정이었으나 그림을 도난당해 '세상의 기원'으로 바꿨다.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하루 대여료가 2,000만원이 넘는데 관장이 홍 감독 팬이어서 무료로 제공했단다. 유정(박은혜)과 같은 집을 쓰는 현주를 연기한 서민정은 배우가 아닌 프랑스 그르노불에서 어학 연수 중인 학생을 현지 오디션으로 뽑았다. 파리 촬영인데도 현지 도움으로 제작비를 절약했다고 한다. 홍 감독의 유명세 덕에 파리 시가 적극 협조해 진짜 청소부가 무료 등장했고,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대학생들이 제작진으로 자원 봉사했다. 홍 감독은 이 작품의 제목을 먼저 정하고 구상했다. 홍 감독이 영화제 참석차 뉴욕에 가서 집에 전화를 했다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통화 중인 사실을 발견하고 제목을 떠올렸다. 바닷가 풍경은 노르망디 해안의 트루빌 해변에서 촬영. 영화처럼 해수욕장과 대형 카지노가 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다 본 파리. 박은혜가 입고 나온 옷들은 실제 그가 평소 입는 옷과 현지 제작진의 옷들이다. 홍 감독 특성상 따로 촬영용 의상을 준비하지 않았다. 극 중 유정이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그림들은 화가 홍보람씨 작품들이다. 인물에 집중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 때문에 파리 풍경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 북한 청년으로 나온 이선균. 그와 벌이는 팔씨름을 통해 남자들의 쓸데없는 호승심을 풍자했다. 파리에 간 성남(김영호)이 서울에 있는 부인 성인(황수정)과 통화하는 장면은 실제로 파리와 서울 간 전화통화를 녹음했다. 이 때문에 황수정은 새벽에 서울 녹음실에서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홍 감독은 국제 통화비를 아끼려고 인터넷 영상전화를 이용해 배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통화 장면을 찍었다.
딱히 이중성을 다룬 영화라고 단정하기 힘든 이유는, 그의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워낙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다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우연히 대마초를 얻어 피웠다가 잡힐까봐 파리로 몸을 피한 어느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다.
설정부터 범상치 않아 웃음이 나온다.
이 작품은 서로 대립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불러 일으키는 이중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선 서로 댓구를 이루는 제목부터 그렇다.
하루를 구성하는 밤과 낮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분리적인 요소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성남(김영호)과 아내 성인(황수정)이 있는 서로 다른 장소인 파리와 서울의 시간대를 의미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공간의 존재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중적인 요소는 숱하게 나온다.
유학생 유정(박은혜)은 남을 위해 돈 쓰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구두쇠이면서도 파리의 거지들에게 식사를 사주는 이해할 수 없는 면모를 보인다.
성남은 성경 구절을 들먹이며 아내를 생각해 다른 여자와 잠자리 하는 것을 피하면서도, 유정에게는 적극 달려든다.
더불어 등장인물들이 꾸는 꿈과 현실이 교차하며 서로 다른 상황으로 충돌한다.
이처럼 한 인물 안에 등장하는 모순된 상황이 곳곳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보는 이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키며 자극을 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
속이 빈 듯한 헛헛한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보면 옹골찬 메시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마다 메시지를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열려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땅을 벗어나 파리에서 찍은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라는 점.
하지만 파리에서 찍어 볼 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홍 감독은 허를 찌르듯 인물을 프레임에 꽉 채운 바스트샷과 줌잉 등으로 풍경을 예사롭지 않게 무시한다.
아주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파리의 예쁜 풍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배우들의 변신도 볼 만 하다.
언제나 곱고 착하기만 한 캐릭터로 기억되던 박은혜는 이 작품에서 종잡을 수 없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이 작품은 그에게 플러스가 된다.
파리에서 캐스팅한 아마추어 배우들도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 극 중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살아 있다.
독특한 것은 일기장처럼 날짜를 기준으로 챕터가 넘어가는 점이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편년체 역사기록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서술했다.
하지만 홍상수는 역시 홍상수다.
해외 로케와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어도 그의 장기인 헛헛한 웃음과 느닷없는 엔딩은 여전하다.
홍 감독 영화에 익숙하면 그 또한 그의 특징으로 받아들이며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황당하고 불편할 수 있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깔끔한 윤곽선과 필터링된 색감이 부드럽게 재현돼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부록은 예고편같은 뮤직비디오 하나만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성남을 연기한 김영호. 성남은 장난삼아 얻어핀 대마초 때문에 잡혀갈까봐 파리로 달아난다. 공항 장면은 파리의 오를리 공항에서 촬영. 파리까지 갔으면 다채로운 풍경을 화면에 담을 만 한데, 이야기는 주로 민박집이 있는 파리 14구 알레지아 지역과 여자의 집 근처에서 맴돈다. 홍 감독은 이 작품에 '화가 김성남의 34일의 감정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화가 김성남은 구름을 잘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강운 작가가 실제 모델이다. 두 사람이 테이블을 앞에 놓고 대화하는 투 샷을 홍 감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배경음악처럼 쓰였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보며 나누는 대화는 대본이 아닌 배우들이 나눈 대화를 그대로 썼다. 원래 쿠르베의 유명한 그림 '돌깨는 사람' 앞에서 찍을 예정이었으나 그림을 도난당해 '세상의 기원'으로 바꿨다.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하루 대여료가 2,000만원이 넘는데 관장이 홍 감독 팬이어서 무료로 제공했단다. 유정(박은혜)과 같은 집을 쓰는 현주를 연기한 서민정은 배우가 아닌 프랑스 그르노불에서 어학 연수 중인 학생을 현지 오디션으로 뽑았다. 파리 촬영인데도 현지 도움으로 제작비를 절약했다고 한다. 홍 감독의 유명세 덕에 파리 시가 적극 협조해 진짜 청소부가 무료 등장했고, 영화를 공부하는 파리 대학생들이 제작진으로 자원 봉사했다. 홍 감독은 이 작품의 제목을 먼저 정하고 구상했다. 홍 감독이 영화제 참석차 뉴욕에 가서 집에 전화를 했다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통화 중인 사실을 발견하고 제목을 떠올렸다. 바닷가 풍경은 노르망디 해안의 트루빌 해변에서 촬영. 영화처럼 해수욕장과 대형 카지노가 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다 본 파리. 박은혜가 입고 나온 옷들은 실제 그가 평소 입는 옷과 현지 제작진의 옷들이다. 홍 감독 특성상 따로 촬영용 의상을 준비하지 않았다. 극 중 유정이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그림들은 화가 홍보람씨 작품들이다. 인물에 집중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 때문에 파리 풍경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 북한 청년으로 나온 이선균. 그와 벌이는 팔씨름을 통해 남자들의 쓸데없는 호승심을 풍자했다. 파리에 간 성남(김영호)이 서울에 있는 부인 성인(황수정)과 통화하는 장면은 실제로 파리와 서울 간 전화통화를 녹음했다. 이 때문에 황수정은 새벽에 서울 녹음실에서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홍 감독은 국제 통화비를 아끼려고 인터넷 영상전화를 이용해 배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통화 장면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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