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베즈무아 : 거친 그녀들

울프팩 2013. 5. 30. 22:26
비르지니 데팡트와 코랄리가 공동 감독한 '베즈 무아 : 거친 그녀들'(Baise-moi, 2000년)이 국내에 DVD로 출시될 줄 몰랐다.
'살로 소돔의 120일'(http://wolfpack.tistory.com/entry/살로-소돔의-120일-블루레이) 만큼이나 내용이 충격적이기 때문.

내용은 '나를 강간해 달라'는 원제 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두 명의 여성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만나서 강도 살인 행각을 벌이며 떠도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두 여성은 사회와 남성들에 대한 거침없는 분노를 쏟아낸다.
그 과정이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잔혹하고, 더러는 리비도를 주체하지 못하는 성적 일탈로 달음질친다.

기본적인 구성은 '델마와 루이스'(http://wolfpack.tistory.com/entry/델마와-루이스-SE)와 흡사하다.
하지만 하이힐로 사람의 머리를 짓이기고 성행위가 그대로 나오는 등 폭력과 성적 묘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다.

어지간한 배우들 같으면 쉽게 촬영하기 힘들텐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은 물론이고 주연을 맡은 카렌 란카우메와 라파엘라 앤더슨 모두 포르노 배우 출신들이다.
그 바람에 이 영화의 성적 표현은 포르노그래피나 다름없다.

포르노에 나오는 갖가지 성행위를 성기를 노출한 채 그대로 표현했다.
그렇다보니 호주,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상영을 금지하거나 일부 장면을 삭제한 채 상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적나라한 표현 수위 때문이 아니라, 두 여성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렌 란카우메의 분노에 찬 눈빛은 섬뜩하다.

해외에서도 말이 많은 작품인 만큼 국내에 소개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오래 전 미국 출장 길에 DVD 타이틀을 구입했다.
그 타이틀을 이번에 국내 출시된 타이틀과 비교해 봤는데,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케이스에는 상영 시간이 미국판과 동일한 77분으로 적혀 있으나 상당 부분 잘라 냈다.
잘린 부분은 강도 높은 성적 묘사 장면들이며, 남아 있는 극히 일부 장면도 모자이크 처리됐다.

화면비 표시도 잘못됐다.
국내 타이틀은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으로 돼 있으나 미국판처럼 1.33 대 1 풀스크린으로 나온다.

미국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국내판을 다시 구입한 것은 한글 자막 때문이었는데, 번역이 엉망이다.
차라리 미국판에 들어 있는 영문 자막을 보는게 더 나을 정도.

화질은 미국판이나 한국판이나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나마 미국판이 약간 낫다.
노이즈가 심해서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것 같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로 표기돼 있으나 사실상 스테레오나 다름없으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을 맡은 비르지니 데팡트 감독은 원작 소설을 썼다. 영어 제목은 'Rape Me'. 공동 감독인 코랄리도 포르노 배우 출신이다.
주연 중 한 명인 라파엘라 앤더슨은 포르노 배우였다. 1976년생으로 부모는 모두 알제리 사람이다.
라파엘라는 프랑스에서 10대 후반에 포르노 배우가 돼 4년 정도 포르노를 찍었다.
라파엘라는 포르노 배우시절 강간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두 명의 남자에게 포르노물처럼 강간을 당한 뒤 고소했는데, 법정에서 패소했다. 당시 판결이 "포르노 배우이니 불평하지 말라"는 것.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하이힐로 짓이기는 등 여성을 성적인 상대로만 보는 남자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잔혹한 폭력으로 표출된다.
눈빛이 강렬한 비운의 스타 카렌 란카우메. 카렌 바흐로도 알려진 그 역시 포르노 배우였다.
카렌은 1973년생으로 프랑스인 아버지와 모로코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집안이 부유했으나 17세때 클럽 DJ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인생이 꼬였다.
카렌은 돈을 벌기 위해 주말마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했으나 결국 빚을 지게 돼 할 수 없이 부부가 포르노물을 찍게 됐다. 그러나 첫 작품을 완성하기 전 부부는 이혼했고, 카렌은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포르노를 찍었다.
성적 묘사는 캡처할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을 만큼 완전 포르노 영상이다. 그 바람에 프랑스에서도 상영 금지됐으나 카트린느 브레야, 장 뤽 고다르 등이 청원을 하면서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서는 강간 장면 등을 잘라 냈고, 캐나다에서도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카렌은 이 작품을 찍으며 포르노 배우를 그만뒀고, 2002년 영화배우마저 그만뒀다. 그리고 나서 2005년, 남자 친구의 아파트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 자살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영화 내용 만큼이나 배우들의 인생도 파란만장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을 찍으면서 라파엘라와 절친한 사이가 된 카렌의 죽음은 영화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베즈 무아
최경란 역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베즈무아: 거친그녀들 (1disc)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설국  (2) 2013.06.03
재즈싱어 (블루레이)  (6) 2013.05.31
프랑소와 오종 단편집  (0) 2013.05.28
원더풀 데이즈 - 감독판 (블루레이)  (8) 2013.05.27
사랑의 추억  (0)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