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이 놀랍다.
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뱅크잡'(The Bank Job, 2008년)은 은행강도 이야기다.
1971년 영국 런던의 로이드은행이 털렸다.
은행 안에 부호들을 위한 개인금고를 운영했는데, 도둑들이 여기 침입해 고스란히 털어간 것.
피해액은 당시 돈으로 자그마치 400만 파운드.
문제는 은행측이 현금만 어림잡아 그렇다는 것이고, 도난 당한 수백 개의 개인 금고에 무엇이 들었는 지 모르니 실제 피해액은 얼마가 될 지 모른다.
황당한 것은 금고주인들이 피해신고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무엇을 보관했는 지 알아야 피해액을 추산할텐데 대부분 밝히기를 거부했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나서서 언론까지 통제해 보도가 나가는 것을 막았다.
심지어 국내 방첩을 담당하는 MI5는 이 사건을 2054년까지 국가기밀로 분류해 놓았다.
덕분에 범인들은 모두 잡히지 않았다.
어찌보면 영국 정부가 나서서 완전범죄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이토록 희한한 사건이니 영화제작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한 일.
도널드슨 감독은 마치 저녁식탁 자리에서 전하는 한 편의 만담처럼 이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영화의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 지 알 수 없다.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
그만큼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힘이 있다.
문제는 스토리 외에 가진게 없다는 점.
수수께끼를 한 번 풀어버리면 흥미가 떨어지 듯, 두 번 세 번 볼 만한 동인이 없다.
멋드러진 영상이나 화려한 액션, 두 세 번 봐도 감탄이 나올만한 명연기 등이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니 처음 볼 때는 재미있지만 다시 몇 번씩 볼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화라는 점 때문에 돋보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선뜻 권하기도 쉽지 않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어두운 부분에 디테일이 묻히는 등 DVD로서는 평범한 화질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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