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버스정류장 (블루레이)

울프팩 2013. 8. 17. 12:58


1956년 미국은 극단적 반공주의에 물든 매카시즘에 끝자락에 있었다.
온 미국을 거짓으로 가득 찬 빨갱이 사냥으로 벌벌 떨게 만든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1954년 자신의 보좌관인 로이 콘의 군복무 면제를 청탁한 것이 문제가 돼서 결국 상원에서 징계를 받아 몰락했고,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다가 1957년 사망했다.

그만큼 56년 미국은 극우적이고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했다.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인권이 우월했고 흑백인종 차별 분위기가 팽배했다.

조슈아 로건 감독의 '버스 정류장'(Bus Stop, 1956년)은 이런 사회분위기가 여실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촌 동네에서 올라온 카우보이가 로데오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구애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사랑은 말이 구애일 뿐 사실상 여성 납치나 다름없다.
그의 거친 행동은 카우보이로 상징되는 미국 남부의 보수적 백인문화를 대변한다.

피닉스에서 열리는 로데오 대회는 미국의 주류인 화이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계(WASP)가 주도한 미국한 프론티어 정신을 과시하는 장치로 쓰였다.
특히 건들거리며 거친 주인공은 여전히 여성보다 우위에 있던 남성의 권위적 모습을 보여주며, 반면 마릴린 먼로가 연기한 주인공 세리는 그의 마초적 모습에 반해 자신의 꿈을 접고 순종적으로 미래를 맡긴다.

그만큼 마릴린 먼로의 극중 배역은 1950년대 미국 사회가 원했던 보수적 여성상의 전형이다.
비록 먼로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미약하게나마 저항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은 흑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55년 로사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 좌석에 앉았다가 고발당하면서 흑인 민권운동이 본격화됐지만 이때까지 미국에서 흑인은 여전히 사람 대접을 못받았다.

심지어 아이젠하워 대통령 조차 흑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러니 백인들의 우상이었던 먼로가 주연인 영화에서 흑인들이 할 일은 없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왜 그렇게 건들거렸는 지, 먼로는 왜 그렇게 바보같을 정도로 답답한 모습으로 그려졌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의 백인 문화 찬가로 끝난 영화이지만 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작품이다.

그 외 로데오 대회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이 그나마 이색적 볼거리다.
억지로 해피 엔딩으로 몰고가는 이야기 구성이나 어설픈 코미디는 지금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다.

1080p 풀HD의 2.5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67년 전 작품이니 아무래도 화질에 한계가 있다.
영상이 지글거리고 윤곽선도 두껍지만 먼로의 전성기 때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

DTS-HD 4.0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다.
부록은 전무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로데오 대회와 장거리 버스가 쉬어가는 휴게소 겸 정류장이 주요 무대가 된다. 주제가 'The Bus Stop Song'은 캐나다 토론토 출신 밴드인 포래즈가 불렀다.
전형적인 마초 카우보이를 선보인 돈 머레이는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짐 캐리를 연상케 하는 천방지축 청년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먼로가 차린 영화사 '마릴린먼로 프로덕션'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수로 나온 먼로의 노래는 음정이 흔들리는 등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돈 머레이에 따르면, 퍼레이드를 구경 가기 전 먼로가 자고 있는 장면을 찍을 때 먼로는 침대 시트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고 누워 있었다. 먼로는 여주인공 성격이라면 실제로 발가벗고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로데오 대회의 다양한 모습도 볼거리다.
원래 주인공 역은 페스 파커를 고려했으나 파커가 월트디즈니와 계약이 돼 있어 출연 허락을 받지 못했다.
이 작품은 윌리엄 인지가 쓴 희곡이 원작이다. 그의 오리지널 연극은 1955년 3월 뉴욕의 뮤직박스 시어터에서 처음 선보인 뒤 478회나 공연됐고, 56년 토니상 최우수작품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마릴린 먼로는 버스 속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여성을 연기한 호프 레인지의 밝은 머리색을 문제 삼았다. 자신의 금발이 돋보이지 않기 때문. 결국 레인지는 머리색을 짙은 색으로 염색했다. 레인지 역시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다.
초록색 상의에 검은 레이스가 달린 먼로의 의상은 수잔 헤이워드가 영화 '내 마음의 노래'에서 입었던 의상.
이 작품 이전에 TV에 주로 나왔던 돈 머레이는 1929년생으로 준 프로팀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다가 배우가 됐다. 이 작품 이후에도 TV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다.
먼로는 섹스 중독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법무장관과 염문을 뿌리다가 1962년 자택에서 진정제 과용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진정제가 입이 아닌 직장, 즉 항문으로 투입된 점이 발견돼 살해의혹을 부추겼다. 실제로 시카고 마피아 두목이었던 샘 지앙카나는 회고록 '더블 크로스'에서 케네디 형제의 살해 지시를 받아 먼로를 제거했다고 썼다.
버스 정류장
마릴린 먼로 저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버스 정류장 : 블루레이
Joshua Logan 감독/마릴린 먼로 주연/돈 머레이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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