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햇필드와 맥코이 사건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남북전쟁 및 벌목 관련 이권을 둘러싸고 반목한 두 집안이 1880년부터 1920년까지 몇 십년에 걸쳐 싸운 이야기로, 어찌나 싸움이 심했던 지 두 집 안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물론이고 영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이를 케빈 코스트너가 제작, 주연을 맡고 케빈 레이놀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3부작 TV 미니시리즈로 만든 작품이 '햇필드 앤 맥코이'(Hatfields & McCoys, 2012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히스토리채널에서 지난해 방영해 2012년 케이블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닐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3부작은 1,43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실제 사건은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서로 벌인 살인사건이 전쟁으로 부를 만큼 대규모 총격전으로 확대되고, 이 와중에 양 가의 아들 딸이 로미오와 줄리엣 식 사랑을 한다.
케빈 레이놀즈 감독은 양 가의 갈등 원인부터 사건 전개, 마무리까지 꽤나 세밀하게 재현했다.
무엇보다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성격을 분명하게 살린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햇필드 집안의 가장을 연기한 케빈 코스트너와 맥코이 집안의 가장을 연기한 빌 팩스톤은 분노와 증오를 온 몸으로 표출한다.
특히 케빈 코스트너는 냉철하면서도 카리스마있는 가장을 맡아 오랜만에 명연기를 선보였다.
톰 베린저도 거친 야생마 같은 짐 반스 삼촌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실적인 고증도 한 몫 했다.
1880년대 총기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당시 무기들은 물론이고, 그때 찍은 사진들을 바탕으로 재현한 의상과 모자, 각종 소품까지 시대상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대결의 순간 긴장감을 높이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근접 촬영부터 달리는 말을 쫓아가 속도감을 살린 촬영 등 영상도 훌륭하다.
다만 서부극이긴 하지만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의 총격전이나 선악 구조로 일관한 정통 서부극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액션이나 총격전을 기대한다면 심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양 가의 반목을 들여다보면 결국 맞닥뜨리는 것은 미국이 갖고 있는 각종 갈등 구조다.
남북전쟁을 야기한 북부와 남부의 반목, 프론티어 정신으로 포장된 땅따먹기를 위한 탐욕과 쟁탈의 역사가 이 사건에 고스란히 내재돼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미국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3부작을 두 장의 디스크에 담은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1.78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탈색된 색감도 잘 살아있고 윤곽선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등 좋은 편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고 힘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뮤직비디오와 함께 제작 과정이 들어 있으나 한글 자막이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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