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미국은 극단적 반공주의에 물든 매카시즘에 끝자락에 있었다.
온 미국을 거짓으로 가득 찬 빨갱이 사냥으로 벌벌 떨게 만든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1954년 자신의 보좌관인 로이 콘의 군복무 면제를 청탁한 것이 문제가 돼서 결국 상원에서 징계를 받아 몰락했고,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다가 1957년 사망했다.
그만큼 56년 미국은 극우적이고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했다.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인권이 우월했고 흑백인종 차별 분위기가 팽배했다.
조슈아 로건 감독의 '버스 정류장'(Bus Stop, 1956년)은 이런 사회분위기가 여실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촌 동네에서 올라온 카우보이가 로데오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구애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사랑은 말이 구애일 뿐 사실상 여성 납치나 다름없다.
그의 거친 행동은 카우보이로 상징되는 미국 남부의 보수적 백인문화를 대변한다.
피닉스에서 열리는 로데오 대회는 미국의 주류인 화이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계(WASP)가 주도한 미국한 프론티어 정신을 과시하는 장치로 쓰였다.
특히 건들거리며 거친 주인공은 여전히 여성보다 우위에 있던 남성의 권위적 모습을 보여주며, 반면 마릴린 먼로가 연기한 주인공 세리는 그의 마초적 모습에 반해 자신의 꿈을 접고 순종적으로 미래를 맡긴다.
그만큼 마릴린 먼로의 극중 배역은 1950년대 미국 사회가 원했던 보수적 여성상의 전형이다.
비록 먼로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미약하게나마 저항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은 흑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55년 로사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 좌석에 앉았다가 고발당하면서 흑인 민권운동이 본격화됐지만 이때까지 미국에서 흑인은 여전히 사람 대접을 못받았다.
심지어 아이젠하워 대통령 조차 흑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러니 백인들의 우상이었던 먼로가 주연인 영화에서 흑인들이 할 일은 없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왜 그렇게 건들거렸는 지, 먼로는 왜 그렇게 바보같을 정도로 답답한 모습으로 그려졌는 지 이해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의 백인 문화 찬가로 끝난 영화이지만 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작품이다.
그 외 로데오 대회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이 그나마 이색적 볼거리다.
억지로 해피 엔딩으로 몰고가는 이야기 구성이나 어설픈 코미디는 지금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다.
1080p 풀HD의 2.5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67년 전 작품이니 아무래도 화질에 한계가 있다.
영상이 지글거리고 윤곽선도 두껍지만 먼로의 전성기 때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
DTS-HD 4.0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없다.
부록은 전무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필드와 맥코이 (블루레이) (0) | 2013.08.27 |
---|---|
키리쿠와 마녀 (0) | 2013.08.18 |
전쟁의 안개 (2) | 2013.08.15 |
피치 퍼펙트 (블루레이) (0) | 2013.08.14 |
매드 매드 대소동 (6) | 2013.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