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Ueber Berlin, 1987년)는 천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본 이야기다.
사람들의 힘든 생활을 위무해 주던 수호 천사가 직접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세상으로 뛰어 든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유령처럼 베를린 곳곳을 떠돌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던 천사들은 지치고 힘든 인간들의 아픈 삶과 역사를 본다.
그것만 봤다면 결코 천사의 날개를 떼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려는 여인을 만난다.
결국 천사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침 커피에 빠져 세상으로 내려 온다.
빔 벤더스 감독은 한 편의 동화같고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천사와 사람의 관점을 오가며 아름다운 흑백과 컬러 영상으로 풀어 놓았다.
앙리 알르캉이 할머니의 스타킹을 필터로 사용해 찍은 흑백 영상은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천사의 관점이다.
벤더스 감독은 이 것이 곧 사람과 풍경과 사물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즉, 흑백 영상이 표면보다 내면의 본질을 더 잘 보여준다는 것.
반면 현란한 색채 영상은 복잡 다단한 사람들의 삶을 대변한다.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영상이 어우러져 베를린 사람들의 오늘을 이룬다.
더러는 살풍경하고 거칠지만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서려는 그들의 몸부림 속에 희망이 보인다.
이 것이 곧 천사가 베를린에서 본 아름다움이고, 날개를 떼어낸 이유이기도 하다.
또 빔 벤더스가 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바친 송가이기도 하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지글거림이 심하고 링잉이 보이며, 윤곽선이 두터워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벤더스 감독은 컬러 영상의 경우 극장에서 상영한 프린트보다 DVD타이틀의 색감이 더 낫다고 칭찬했다.
그는 "극장에서는 의도한 색감이 나오지 않았지만, DVD 타이틀은 색 보정을 통해 제 색깔을 잡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음량이 너무 작다.
부록으로 감독과 피터 포크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로케이션 현장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빔 벤더스 감독의 명성을 널리 알린 명작이다. '관객 모독'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를 쓴 작가 페터 한트케가 대본의 일부를 썼다. 그는 벤더스 감독의 친구다.
초반 베를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장면에 나오는 시각장애 여인은 감독의 이모 에이티다. 그는 8세때 시력을 잃었다. 감독은 그에게서도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도적으로 제임스 딘처럼 보이게 만든 장면. 베를린을 좋아하는 감독은 베를린이 "섬처럼 분리된 땅"이라고 말한다.
베를린은 도시 곳곳에 유난히 천사 조각과 그림이 많은 도시다. 또 감독이 매일 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에도 천사가 많이 등장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 영상은 컬러로 표현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솔베이그 도마르틴은 곡예사들에게 석 달 동안 공중그네 훈련을 받고 스턴트나 안전장치 없이 직접 공중그네 장면을 모두 연기했다.
솔베이그는 한때 벤더스 감독의 연인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떴다.
페터 한트케는 도입부에 나오는 시 '유년기의 노래'와 중간과 말미에 나오는 시와 대사 일부를 썼다.
천사 역할을 맡은 브루노 간츠. 히틀러의 최후를 다룬 독일 영화 '몰락('http://wolfpack.tistory.com/entry/몰락-히틀러와-제-3-제국의-종말)에서는 히틀러를 연기했다.
베를린 그로세 티어가르텐 공원에 위치한 전승기념탑 꼭대기에 서 있는 황금천사, 즉 골든 엘제상은 세트에 가짜를 만들어 놓고 촬영. 8미터 가량 되는 승리의 여신상은 프리드리히 드라케가 만들었다. 1873년 건립됐으며 69미터 높이의 탑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다.
허허벌판인 포츠담 광장. 멀리 허공에 떠 있는 레일은 모노레일용 시험트랙이다.
그림 같은 흑백 영상은 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을 촬영한 전설적인 촬영 감독 앙리 알르캉의 솜씨다. 그는 할머니가 신던 스타킹으로 만든 필터를 카메라에 부착해 은은한 흑백 영상을 찍었다. 감독은 그를 기려 극중 서커스단 이름을 알르캉 서커스단으로 지었다.
벤더스 감독은 이 작품을 프랑소와 트뤼포, 오즈 야스지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3명의 감독에게 바쳤다. 그는 "아무도 타르코프스키 만큼 형이상학적인 영역을 잘 다루지 못했고, 야스지로 만큼 캐릭터들을 사랑스럽게 묘사하지 못했으며, 트뤼포 만큼 영화 언어를 아름답게 구사한 사람이 없다"며 이들을 자신의 수호천사로 꼽았다.
독일에서 수 대째 이어오는 유명 서커스단인 폴 부쉬 서커스단이 출연. 왼쪽 남자가 유명한 폴 부쉬다.
1879년 완공돼 베를린 최대 기차역이었으나 1943년 폭격으로 파괴된 안할테 반호프 역.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피터 포크도 출연. 그는 극 중에서 배우 피터 포크로 나온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어서 장벽이 나온다. 그러나 원경에서 보이는 장벽은 진짜고, 근접 촬영한 장벽은 가짜로 만들었다. 동독 측에서 근접 촬영을 불허했기 때문. 동서를 가른 베를린 장벽은 1961년 44km 길이로 건설됐으며 1989년 11월에 무너졌다.
서커스단이 들어 섰던 공터는 지금은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섰다.
벤더스 감독은 8년 동안 미국서 살다가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에서 독일을 재발견하기 위해 이 작품을 기획했다.
호주의 가수 겸 작가 닉 케이브가 이끄는 밴드 '닉 케이브 앤 더 배드시즈'도 출연. 콘서트 장면에 직접 나온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니컬라스 케이지와 맥 라이언 주연의 '시티 오브 엔젤'로 리메이크 됐다.
솔베이그는 공중 그네에 이어 루프도 따로 배워서 대역없이 연기했다. 공중 그네 촬영 중 밑에 그물도 설치하지 않고 찍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의 연기를 본 서커스단은 촬영이 끝난 뒤 합류를 제의하기도 했다.
베를린 시립도서관에서 노인이 펼쳐든 사진집은 다양한 인물 촬영으로 유명한 아우구스 잔더의 '20세기 인간'이다. 원래 엔딩에서는 오토 샌더가 연기한 천사 카시엘도 인간이 되는 설정으로 촬영까지 마쳤으나 편집에서 좋지 않다고 보고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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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 CE
빔 밴더스 감독/빔 벤더스 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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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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