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 '뽕' '어우동'은 1980년대 에로물의 대명사였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야한 영상을 제대로 못 본 청춘들이 숱하게 이 작품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면서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몇몇 작품은 그런 평가가 꽤 억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두용 감독의 '뽕'(1986년)이다.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름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남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살기 위해 뭇남성들과 몸을 섞는 얘기다.
내용만 보면 무조건 야한 영화 같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대로 못먹고 못입고 살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스며있다.
원작은 더 이상 떨어질 때 없는 빈한한 서민들의 삶을 가정파탄적인 내용으로 극명하게 드러낸 반면, 영화는 적당한 웃음을 곁들여 마냥 어둡지 않게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마치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처럼 우스우면서도 안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여인네들의 속살이 보이는 등 야한 장면이 나오지만 이를 직접적 묘사보다 넝쿨이 우거진 포도밭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 등 간접 묘사로 눙치고 넘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대근 특유의 코믹한 연기와 한창 때 찰진 이미숙의 연기를 보노라면 그들의 이름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그나마 텔레시네를 잘 한 덕분인지, 생각보다 화질이 괜찮다.
물론 요즘 작품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색감이나 선명도가 양호하다.
일부 장면은 프레임이 유실돼 소리만 나오고, 잡티도 많이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하며 부록은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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