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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타의 나라, 핀란드 헬싱키 탐방

울프팩 2014. 12. 22. 17:41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인천에서 직항인 핀에어를 타면 9시간 걸린다.

여행객들은 주로 낮이 긴 여름에 가고 겨울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쪽인 라플란드 지방으로 간다.

 

겨울철 헬싱키는 밤이 무려 20시간 가까이 지속돼 돌아다닐 시간이 많지 않다.

오전 9시반쯤 해가 떠서 낮 3시면 해가 진다.

 

낮에도 대부분 하늘이 흐려, 여간해서는 겨울철에 해 구경 하기 힘들다.

머무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해를 보지 못했으니, 말 다했다.

 

물론 깜깜하다고 해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점들은 저녁 7시정도까지는 문을 열고 식당이나 카페들은 밤 9시, 10시까지 하는 곳도 있다.

 

공항에서 호텔 중심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자동차로 25~30분 정도 걸린다.

숙소인 래디슨 블루 플라자호텔은 중심가인 에스플라나디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독특한 래디슨 블루 플라자 호텔 복도. 조명을 이용해 방 호실을 표시하며 벽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이용한 그림이 장식돼 있다.]

 

헬싱키 구경은 에스플라나디 거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복판 공원을 중심으로 양쪽에 거리가 조성돼 있으며, 거리를 따라 유명 상점들이 즐비하다.

 

핀란드의 명물인 이딸라 그릇, 마리메코 숍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다.

[-포효이스에스플라나디거리에 위치한 이딸라의 플래그숍. 이곳은 주로 A급과 신제품을 판매하며 가격이 약간 저렴한 아울렛은 B급을 판다.

-따라서 선물용은 이왕이면 이 곳의 플래그숍에서 사는 게 좋다. 제품에 따라 한국 판매 가격보다 3,4배 이상 싼 제품도 있다.

-40유로 이상 구입하면 공항에서 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세금을 현찰로 되돌려 받을 경우 3유로의 수수료를 떼니 염두에 둬야 한다.]

 

[이딸라숍 옆에 옆에 위치한 마리메코 숍. 1964년 마이아 이솔라가 양귀비꽃을 모델로 만든 커다란 붉은 꽃무늬 디자인이 유명하다.]

마침 방문한 기간이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헬싱키 대성당 앞 원로원 광장에 크리스마스 장이 섰다.

 

[원로원 광장에 거대한 트리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이 섰다. 조명을 밝힌 채 돌아가는 회전목마 뒤로 하얗게 빛나는 헬싱키 대성당이 보인다.]

 

시에서 만들어 준 아담한 나무집을 연상케 하는 상점들이 빼곡히 광장에 들어차 있고, 여기에 상인들이 직접 만든 상품들을 갖고 와서 판매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각종 식음료부터 장식까지 다양하다.

 

광장 한 복판에는 특별히 회전목마가 설치돼 빛을 뿌리며 돌아간다.

원로원 광장이 전통 장터라면 일반 쇼핑은 스토크만 백화점에서 주로 이뤄진다.

 

마침 핀란드 최대 백화점인 스토크만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할인 중이어서 사람들로 붐볐다.

스토크만 앞쪽으로는 헬싱키의 명물 중 하나인 스웨덴 극장이 있다.

 

핀란드는 과거 스웨덴에 650년, 러시아에 100년간 지배를 받다가 1917년 러시아 혁명때 독립했다.

다행히 스웨덴은 지배 기간 학정을 펼치지 않아 지금도 핀란드와 관계가 좋다.

 

그래서 지금도 핀란드의 공용어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북쪽 라플란드 지방에 사는 랩족의 언어인 랩어 등 3가지다.

지금은 소수로 남은 스웨덴어를 할 줄 아는 상류층들은 핀란드의 부를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어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스웨덴 극장은 이를 상징하는 존재다.

과거 귀족들의 극장이었던 이 곳은 지금은 고급 음식점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비싼 돈을 들여가며 시에서 이를 보존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특이한 것은 종교다.

과거 카톨릭이 전래됐던 시절 핀란드는 국민의 대부분이 카톨릭을 믿었다.

 

이후 루터파 개신교가 전파되면서 국민의 99%가 개신교로 개종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종교 격변이 일어나면서 과거 전국에 건설된 성당을 그대로 교회로 활용한다.

 

원로원 광장 앞에 우뚝 선 헬싱키 대성당도 지금은 개신교 교회이지만 과거 천주교 성당으로 지어진 곳이어서 여전히 성당으로 부른다.

다만 러시아정교회인 우스펜스키 사원은 여전히 러시아정교를 믿는 곳이다.

 

멀리서 봐도 번쩍이는 금박의 둥근 돔이 눈에 띄는 건축물로, 1860년 러시아 건축가가 지었다.

화려한 그림과 러시아 이콘으로 장식된 내부도 훌륭하다.

 

[우스펜스키 사원 내부.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된다.]

 

헬싱키를 돌아 다니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유명한 건축가 알베르 알토다.

 

곳곳에 그가 지은 건축물들이 많은데 스토크만 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유명한 초콜릿 카페 파체르 본점도 그의 솜씨다.

파체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초콜릿 회사로, 헬싱키 카페 본점은 120년 전통을 자랑한다.

 

더불어 무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성작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동화책 시리즈인 무민은 트롤의 일종이다.

 

[무민 디자인을 입힌 이동도서관. 헬싱키에는 도서관이 많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동도서관도 운용한다. 핀란드는 책값이 평균 3만,4만원으로 비싼 편인데도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

 

과거 스웨덴 지배시절 전승된 트롤 신화를 아이들을 위해 재해석하면서 더불어 동화책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무민과 더불어 유명한 존재는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다.

 

시 한쪽에 위치한 시벨리우스 공원은 1967년 여류 조각가 에일라 힐투넨이 만든 금속 조각 기념비로 유명한 장소다.

마치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케 하는 이 기념물은 24톤의 철을 이용해 만들었다.

 

기념비 옆으로 시벨리우스의 얼굴을 본 딴 조형물도 놓여 있다.

겨울이라 한산했는데 누가 놓고 갔는 지 장미꽃이 그의 얼굴 앞에 놓여 있었다.

 

섬을 공원 겸 박물관으로 조성한 세우라사리 야외박물관은 독특한 곳이다.

1909년 완성한 이 곳은 핀란드 전역에서 전통 가옥 87채를 옮겨와 보존했다.

 

목재 다리를 통해 건너가는 이 곳은 여름이면 축제가 벌어져 붐비는데, 겨울철에는 역시 한산하며 먹을 것을 바라는 기러기들만 반겨 주었다.

 

[세우라사리 야외박물관에서 카페로 활용 중인 노르웨이식 건축물. 1층보다 2층이 더 넓어 가분수처럼 보인다.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바로 오른편에 보인다.]

 

헬싱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축물은 바로 바위 교회로 알려진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다.

티모와 투모오 수오말라이넨 형제가 설계한 이 곳은 거대한 바위를 교회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를 잘게 부순 바위 파편들로 지붕을 덮었다. 한 켠에 보일 듯 말 듯 작게 철판으로 만든 십자가가 보인다. 외부는 참으로 겸손해 보이지만 내부는 웅장해 보이는 기가 막힌 건물이다.]

 

헬싱키 시는 아파트 단지 뒤에 위치한 거대한 암벽 처리 문제를 놓고 투표에 부쳤다.

이때 공모를 통해 이를 바꿀 혁신적 디자인을 제시한 인물들이 바로 수오말라이넨 형제다.

 

이들은 화약을 이용해 바위 안쪽을 깎아낸 뒤 3만미터의 구리선을 둘둘 말아 주황색으로 빛나는 황동 천장을 만들고, 180장의 유리를 천장 밑에 끼워 넣어 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

그렇게 만든 실내 풍경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웠다.

 

마침 방문한 시간에 공교롭게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황동과 암벽의 울림이 입체적으로 조화를 이뤄 더할 수 없이 황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쏟아지는 기가 막힌 건축물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난다. 장식물 밑으로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 

뒤쪽 멀리 보이는 황토색 건물이 국회의사당, 나무 옆에 보이는 반원형 건물이 의원회관이다. 특이한 것은 밖에서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모든 방이 들여다 보이도록 전면을 투명한 창으로 만들었다. 의원들의 방은 아주 협소하며 보좌관 1명의 방 또한 의원 방과 크기가 동일하다. 

중앙터미널 뒤쪽 국립극장 앞에 물을 얼려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전자도서관 건물. 과거 러시아 관료들이 사용하던 건물을 전자도서관으로 바꿔서 국내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들이 예전에 숱하게 다녀갔다고 한다. 

둥근 원통형의 건물은 교회다. 하얀 출입문 옆에 소박하게 벽에 걸린 십자가를 볼 수 있다. 

헬싱키에서 비교적 비싼 주상복합 건물인 깜피. 햇볕을 최대한 쪼일 수 있도록 돌출형으로 만든 점이 특징. 두꺼운 방열 유리를 사용했다. 평소 같으면 핀란드도 영하 20, 30도를 오르내리며 눈이 잔뜩 와야 정상인데, 이상 기후 탓에 영상 2도였다. 서울은 같은 날 영하 4도였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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