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모메-식당-블루레이) 이다.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이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카모메 식당은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달랐다.
정말 카모메 식당이 맞나 싶어 간판과 주변을 두리번 거렸을 정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식당에서는 이 곳이 맞다는 듯 전면 창에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카모메 식당의 실제 이름은 카빌라 수오미다.
핀란드어로 카빌라는 카페, 수오미는 핀란드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 곳에서는 음료와 식사류를 함께 팔았다.
영화와 달리 이중으로 된 문을 밀고 들어가니 실내 공간도 영화와 너무 달라 낯설었다.
중간에 작은 샐러드 바가 있고 주방과 카운터가 안쪽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벽 한쪽에는 나오코 감독의 사진과 카모메 식당 촬영 장소를 알리는 사진과 글들이 붙어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갈매기를 그린 액자가 붙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천장에 갈매기를 그려 놓았다.
일본어로 갈매기가 카모메다.
출출하지 않아 식사는 하지 않고 핫초코를 한 잔 마시고 둘러 본 뒤 일어섰다.
카모메 식당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곳은 헬싱키 최대 규모의 서점인 아카테미넨 서점이다.
아카테미넨 키르야키우파라고 부르는 이 곳은 스토크만 백화점 뒷문으로 빠져 나가면 바로 옆에 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1968년에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
마치 천장에 피라미드를 거꾸로 붙여 놓은 듯한 독특한 채광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설계한 점이 특이하다.
덕분에 볕이 좋은 여름에는 자연스런 조명 아래서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 2층으로 구성된 서점은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주변에 책이 비치된 독특한 형태다.
지하에는 문구류 등을 판매하는데, 넓게 펼치면 단층으로 된 교보문고와 비슷한 규모일 듯 싶다.
특이한 것은 음악관련 서적이 굉장히 많다는 점.
유명 밴드별 책과 화보집은 거의 있는 듯 싶었다.
다만 책 값이 권당 3만, 4만원 수준으로 꽤 비쌌다.
이 서점 2층에는 영화 속 배우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던 카페 알토가 자리잡고 있다.
원래 카페 콜롬비아라는 이름으로 옆 건물에 있었으나 1968년 서점이 완공되면서 이사온 뒤 알토 재단의 허락을 받아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꽤나 평화롭게 보였던 카페 우르술라는 바닷가인 카이보 공원 한 편에 있다.
50년 이상 된 이 곳은 마치 돛을 펴고 당장이라도 바다로 달려갈 듯한 모양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외관 못지 않게 실내 분위기도 아주 좋다.
특히 커다란 전면 유리창으로 멀리 수오멘린나 섬이 보이는 바다 풍경이 아주 아름답다.
음료 외에 빵도 팔고 식사거리도 판매하는데 카페모카와 라즈베리 파이와 블루베리 파이가 맛있다.
여름에는 실내보다 야외 테이블이 붐빈다.
카메 우르술라에서 보이는 수오멘린나 섬은 마켓광장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15분이면 간다.
특이하게도 이 섬은 과거 요새이자 현재 해군사관학교가 자리잡고 있으며,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에 감옥이 함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감옥이 아니다.
동네 주민처럼 자유롭게 섬 안에서 어디든 오가며 생활하는 죄수들이다.
주로 형기가 짧거나 출소를 앞둔 죄수들이 머무는데, 휴가철에는 휴가를 받아 내륙을 다녀오기도 한다.
총 4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선착장에 내리면 걸어서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원래 이 섬은 헬싱키의 원조다.
이 섬에 상륙한 사람들이 내륙 해안가를 개발하면서 헬싱키가 됐다.
섬 중앙에는 등대 역할을 겸하는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섬의 볼거리인 요새는 18세기 중반 스웨덴 해군 제독 아우구스튼 에렌스베르드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스베아보라라는 이름으로 건설했으며, 독립 후 핀란드인의 요새라는 뚯의 수오멘린나로 바꿨다.
요새 중앙 뜰에 에렌스베르드 제독의 무덤과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한 때 1,000문의 대포가 배치됐던 이 곳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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