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블루레이)

핀란드의 헬싱키 풍경을 볼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년)은 헬싱키를 무대로 다룬 작품이다.
일본 여성이 헬싱키에 일식집을 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나오코 감독은 낯선 곳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에 헬싱키를 골랐고, 영화의 토대를 구성한 뒤 프로듀서인 무레 요코에게 소설을 의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낯선 곳에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세 여인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TV드라마처럼 특별한 사건없이 잔잔한 일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묘사한 영상이 특징.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코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를 비롯해 카타기리 하이리 등 개성강한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더불어 낯선 헬싱키의 풍광을 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이노우에 요스이가 부른 노래 'Crazy Love' 도 좋다.

언뜻보면 우리네 홍상수 감독을 연상케 하는 나오코 감독을 재발견할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특히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선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안식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일본 영화치고 화질이 괜찮다.
미세한 지글거림이 약하게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안정됐다.

음향은 돌비트루HD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DVD 타이틀에 없는 헬싱키 풍경을 담은 영상과 나오코 감독의 내한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중 카모메 식당으로 소개된 곳은 실제 헬싱키에 위치한 카하빌라 수오미라는 식당이다. 카하빌라(kahvila)는 카페, 수오미(suomi)는 핀란드라는 뜻이어서 의미 그대로 핀란드 식당이다.

2003년 여름에 문을 연 카하빌라 수오미는 핀란드인 부부와 여동생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영화처럼 시나몬 롤빵 등을 판매한다.

나오코 감독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코바야시 사토미(왼쪽부터)와  모타이 마사코, 개성강한 마스크를 지닌 카타기리 하이리.

하카니에미 시장은 헬싱키 중심에서 지하철로 5분 거리에 있다. 야채, 과일 등을 주로 판다.

마사코가 버섯을 따는 곳은 헬싱키에서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눅시오 국립공원. 실제로 이곳은 버섯이 많이 자라 사람들이 따갈 수 있도록 한다.

1928년에 개장한 이르욘카투 수영장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수영장이다. 영화와 달리 누드로 수영하는 곳이어서 남녀가 각각 다른 요일에 이용한다.

사토미와 하이리가 처음 만나는 장소는 북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아 서점 내 카페 알토다. 유명한 근대 건축가인 알바 알토가 설계한 이 서점은 위로 올라 갈 수록 점점 넓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3층 건물이다.

카이보푸이스토 공원 한 쪽에 위치한 카페 우르술라는 발틱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핀란드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맛있는 커피 제조법을 알려주는 핀란드 인은 현지 유명 배우 겸 가수인 마르쿠 펠톨라이다.

하카니에미 시장 내에 위치한 순록고기를 파는 레이닌 정육점은 헬싱키에서 유명한 곳이다. 실제 정육점 주인이 영화에 직접 출연했는데, TV에 여러 번 소개된 덕분에 카메라를 두려워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했단다.

이 작품은 2005년 여름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촬영.

인물 설정은 소설과 같지만 일부 내용은 감독이 바꿨다.

이 작품은 인물들에서 한 뼘쯤 떨어진 영상으로 관찰하듯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심심찮게 역광 장면이 등장한다. 역광 때문에 렌즈 그림자가 보이는 장면. 역광 장면은 나른하면서도 한가한 오후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언뜻보면 무심해 보이면서도 따뜻한 사토미와 강해보이면서도 섬세한 하이리의 묘한 조화가 재미있다.

영화는 이질감 때문에 충돌한 낯선 문화가 서로 녹아드는 과정을 담았다. 결국 문화의 충돌이 융합으로 이어지는 중심에는 오후에 커피같은 따스한 인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