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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숏버스

울프팩 2012. 10. 16. 15:27
트랜스젠더를 다룬 '헤드윅'의 존 카메론 밋첼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늘 소외받은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번째 작품 '숏버스'(Shortbus, 2006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성적 소수자들을 다루고 있다.
게이와 레즈비언 등 동성애 커플을 비롯해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성문제 상담가, 정상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SM마니아 등이 등장한다.

영화는 남과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자유롭게 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숏버스라는 클럽에서 자신을 직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이는 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내밀한 상처를 하나쯤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담론이기도 하다.

문제는 밋첼 감독 특유의 솔직한 영상.
결코 비틀거나 가리지 않고 그들의 문제에 적나라하게 카메라를 들이대 충격을 주는 요법으로 보는 이를 영화에 끌어 들인다.

그렇다보니 성기 노출은 물론이고 실제 적나라한 온갖 성행위가 펼쳐진다.
당연히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그 바람에 영화는 재심의와 법정투쟁 등 지리한 공방으로 2년여 시간을 보낸 끝에 2009년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각종 성적 묘사가 영화 진행상 필요하기 때문에 음란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영등위 등급 부과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지만 국민 정서상 성기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수입사인 스폰지에서 부탁해 밋첼 감독이 직접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한다.

물론 모자이크가 없는 것 보다 눈에 거슬리지만 내용 이해에는 지장이 없다.
논란이 된 성적 묘사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 영화는 영상과 음악이 아름답다.

조형물에서 실제 뉴욕으로 바뀌는 장면, 밋첼 감독 특유의 인디 뮤직 등이 영상과 어우러져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그렇기에 적나라한 성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포르노처럼 추하거나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감독과 배우들을 어깨에 떠메고 거리를 행진했다고 한다.
그만큼 예술적으로 평가를 높이 받는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밤 장면에 노이즈가 심하고 지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케이스는 본편 상영 시간이 87분으로 표시돼 있으나, 표기 오류이며 실제 상영 시간은 1시간 40분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초반부터 한 남성의 자위행위를 보여주며 충격적으로 시작한다.
밋첼 감독이 각본 감독한 이 영화의 제목인 숏버스는 장애가 있어서 스쿨버스를 탈 수 없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은어로, 어딘가 부족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을 뜻한다.
영화의 무대가 된 숏버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으로, 자유와 욕망이 억눌려 상처가 된 사람들의 해방구이다.
일종의 연인을 찾아주는 환상적인 기기인 옌타650.
이 영화는 밋첼 감독의 전작인 '헤드윅'처럼 음악이 참 좋다. 요 라 텡고, 아니타 오데이, 스콧 매튜 등이 부르는 노래들은 마치 상처를 보듬듯 부드럽다.
엔딩 타이틀을 보면 '섹스트라'라는 낯선 용어가 나온다. 바로 실제 성 행위를 위해 기용된 엑스트라들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들은 현장에서 감독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을 연출했다.
DVD에는 OST가 포함돼 있다. 따로 OST만 들어도 좋을 만큼 음악들이 감미롭다.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성상담사를 연기한 이숙인은 이름 때문에 한국인으로 오해받았으나 실제론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CBS에서 라디오쇼의 제작과 진행을 한 방송인으로, 영화 출연 뒤 해고 당할 위기에 놓였으나 구스 반 산트, 줄리안 무어 등 유명 영화인들이 구명에 나서 문제없이 넘어갔다.
Shortbus (숏버스) OST
Madonna 노래
숏버스(OST합본)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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