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삼총사' '보물섬'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작품들은 어린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두려움과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면서 모험에 대한 꿈과 환상을 품게 했다.
어쩌다 여름방학 때 시골로 놀러 가면 온통 산과 들을 들쑤시며 다녔던 것도 그런 모험심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소년은 결코 책에서 읽은 모험담은 이야기일 뿐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조금씩 어른이 된다.
모험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시점이 바로 현실에 눈을 뜨는 시기인 셈이다.
로브 라이너 감독의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1986년)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네 소년이 실제 시체를 보기 위해 하룻밤 길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 영화다.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연상케 하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도는 고물상의 개 이야기부터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시체 이야기까지 부풀려진 소문에 소년들은 기대와 흥분을 안고 길을 떠난다.
물론 여정이 순탄치 많은 않다.
거머리 떼에 물어 뜯기고 동네 불량배들에게 협박을 당하면서 이들은 녹녹지 않은 현실을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마크 트웨인이 미국인들의 어린 시절을 다룬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시대는 다를 망정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은 청소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네 소년의 여정에 거대한 모험이나 환상적인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년들이 현실을 깨닫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모험이자 성장통이라는 점을 영화는 담담한 이야기로 보여 준다.
그만큼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지 않은 감독의 연출과 풋풋한 소년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이제는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의 앳된 모습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리버 피닉스 외에도 키퍼 서덜랜드, 리차드 드레퓨스, 존 쿠삭 등 이제는 유명한 스타가 된 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이 원작 소설을 썼지만 그의 다른 작품과 달리 공포와 거리만 먼 순수한 내용이다.
새삼 스티븐 킹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오래전 작품이어서 그런지 입자가 거칠고 디테일도 떨어진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에서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는 정도.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는데 한글 자막이 없어서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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