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호텔'(2018년)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이상한 대화로 흘러가는 심드렁한 내용이지만 제71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제56회 히혼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다만 이번 작품이 약간 다른 것은 남녀 간의 강박적 사랑에 목을 맸던 예전 작품들과 달리 한 사람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죽음에 이르는 여정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홍 감독의 특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병에 걸리거나 자살로 내몰릴만한 우울한 일들을 겪는 등 인물을 둘러싼 죽음의 징후가 보일 텐데, 이 작품 속 주인공은 그야말로 멀쩡하게 있다가 느닷없이 죽음을 맞는다.
그저 자신의 꿈자리를 탓하며 죽음을 맞을 것 같다는 주인공(기주봉)의 자식들을 향한 푸념 뿐 그 어떤 징후도 없다.
자식들조차 너무 건강해 보인다며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
그만큼 느닷없는 남자의 변화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황망하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거나 예비하며 살겠는가.
범인으로서는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일들이 오히려 인생의 진면목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들, 다른 축으로 전개되는 두 여인의 대화 속에 자꾸 홍상수의 사생활이 보이는 점이다.
"엄마가 싫은게 아니라 안 맞았지. 너무 어려서 결혼했잖아"라는 엄마를 버리고 집을 나간 아빠의 변이나, "깨달은 게, 미안함 때문에 인생을 살 수는 없겠더라고. 미안함 때문에 누구랑 계속 살 수는 없는 거야"라는 아빠의 푸념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마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좀 어중간해. 대중적인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가주의도 아니로"라는 극 중 유준상이 연기한 영화감독에 대한 평가도 홍 감독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듯해서 재미있게 들린다.
스스로의 평가인지, 대중의 생각을 반영한 대사인지 모르겠지만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 하다.
그의 작품에 고정 출연하다시피 하는 김민희와 자주 얼굴을 내민 기주봉, 권해효, 유준상, 송선미 등이 나와 열심히 연기를 했다.
항상 술상이든 밥상이든, 커피 테이블이든 상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은 투샷이나 길게 이어지는 롱테이크와 줌인 줌아웃 등 홍 감독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영상도 변함없다.
흑백으로 찍은 이 작품의 카메라는 김형구 촬영감독이 잡았다.
달파란이 맡은 바로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음악이 관조적인 영상과 잘 어울렸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콘트라스트가 약간 뜨는 느낌이다.
촬영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흑색이 회색처럼 보일 만큼 화이트 피크가 높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소리가 전방에 집중돼 있다.
부록은 역시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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