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이곳은 미국의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가난과 기근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은 미국 토박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토박이들은 이민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했다.
이민자들은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갱단을 조직하면서 그야말로 19세기 뉴욕은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무법과 폭력의 아수라장 같은 도시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년)은 바로 19세기 혼돈의 뉴욕을 다루고 있다.
1928년에 출간된 허버트 애스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갱의 후손인 주인공(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당시 뉴욕의 밤거리를 지배하던 강력한 토박이 갱단 두목(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맞서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1840~60년대 파이브 포인츠라고 불리는 뉴욕의 최하층민들이 몰려 살던 구역에서 벌어지는 갱단 간에 패권 분쟁과 복수극은 당시 뉴욕의 어두운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연상케 한다.
암투와 폭력, 극심한 빈부 격차, 불평등과 배타성, 피와 광기로 점철된 뉴욕의 치부를 들춰낸다는 것은 곧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들춰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자와 빈자를 차별대우한 불평등한 현실은 징병에 반대하는 폭동 장면에 세세하게 나타났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가 미국 서부 개척사의 이면을 들춰냈다면 이 작품은 마천루의 토대를 파헤친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는 잔혹한 영상으로 점철돼 있다.
피가 튀고 살이 뜯겨 나가며 뼈가 부러지는 잔혹한 폭력 장면을 가감없이 그대로 묘사했다.
여기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배우들의 열연도 좋았다.
무엇보다 잔혹하기 그지 없는 악당을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비릿한 연기가 뛰어났다.
그의 냉혹한 웃음 뒤에 피비린내가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더불어 19세기 뉴욕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영상도 볼거리다.
당시 사진과 삽화를 참조해 거리와 항구까지 그대로 만든 세트는 마치 역사를 되돌린 듯하다.
빈민들이 사는 지하 토굴의 풍경이 압권이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사실성이 뛰어난 영상,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약 2시간 47분의 상영 시간이 지루한 줄 모르게 흘러가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어두운 부분이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무엇보다 박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줘 액션 장면이 실감 난다.
부록으로 감독 해설과 미술, 세트, 과거의 뉴욕, 의상,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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