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수 많은 TV 시리즈와 극장물로 수도 없이 되풀이된 작품이다.
그래서 신 극장판 3부작은 개봉 전부터 호기심과 더불어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3부작의 시작인 '에반게리온 서'가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라면 두 번째 작품인 '에반게리온 파'(2009년)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의 수호신을 자처한 에바가 떼거지로 등장해 무지막지한 위력을 보여주는 사도와 맞서 혈투를 벌인다.
그 속에서 에바를 조종하는 소년과 소녀는 실존에 대한 의문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선을 드러내며 고민한다.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처절한 전쟁 영화 같은 로봇들의 전투 장면이다.
관절에서 피를 내뿜고 로봇과 인간이 한 몸이 돼서 느끼는 고통은 이 작품의 특징이자 묘미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제작진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정체 불명의 사도와 정이 안가는 모습의 에바까지 모든 것이 그로테스크하다.
따라서 호불호도 갈릴 수 밖에 없다.
복잡한 이야기를 떠나 캐릭터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다지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시리즈를 거듭하며 줄기차게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저력있는 작품이다.
'파'는 전작인 '서'보다 그래픽도 정교해지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늘어 그림을 보는 맛이 난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정교한 작화가 살아 있는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로 보는 것이 좋다.
칼 끝처럼 선명한 샤프니스와 말끔한 색깔 덕분에 화질은 훌륭하다.
광원 효과도 잘 살아 있다.
DTS-HD 6.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히다.
특히 폭발적인 저음이 전투 장면에서 위력을 발한다.
부록으로 콘티와 작화, 채색, CG 등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제작과정과 예고편, 뮤직비디오 등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에바와 사도의 싸움이라는 기본 골격은 변함이 없으나 위력이 막강해진 사도와 한꺼번에 여러 대의 에바가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외계 괴물을 연상시키는 에바의 디자인 자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로봇답지 않은 움직임은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을 흉내낸 관절의 움직임은 그렇다쳐도 연체동물처럼 흐믈거리는 사지를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마징가' 세대로서는 참 적응하기 힘든 작품이다.
거기에 신을 흉내낸 시퀀스를 보면 제작진의 시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이 작품은 제멋에 사는 저패니메이션 작품 중에서도 제작진의 나르시즘이 특히 심한 작품이다.
총감독과 각본은 여전히 안노 히데아키가 맡았고, 마사유키와 츠루마키 카즈야가 연출을 담당.
이 시리즈를 처음 본다면 붉은 바다 등 생소한 세계관과 복잡한 설정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인류 문명과 인간성 및 환경 파괴에 대한 회의와 반성, 경고가 복잡 다단한 설정 속에 녹아 있는 작품. 전 시리즈에 걸쳐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는 노력이 결여돼 안타깝다. 그 점이 이 시리즈의 한계다.
다양한 에바만큼 다수의 등장인물을 통해 미묘하게 얽히는 감정선과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엮어냈다. 그나마 이런 점들이 건조한 작품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래픽은 TV시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으며, 전작보다도 디테일이 정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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