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중국의 한텐 감독이 만든 '여름날 우리'(你的婚礼, 2021년)는 이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이석근 감독의 2018년 작품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했다.
박보영과 김영광이 주연했던 '너의 결혼식'은 사랑하면서도 한 번의 실수로 엇갈린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이를 다시 만든 이 작품은 내용이 '너의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교 수영선수인 저우샤오치(쉬광한)는 전학 온 여학생 요우용츠(장약남)를 보고 반해서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저우샤오치에게 요우용츠는 삶의 동기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요우용츠가 나온 대학 사진을 보고 필사적으로 공부해 같은 대학에 진학한다.
심지어 저우샤오치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수영마저도 포기할 정도로 요우용츠가 삶의 전부다.
하지만 사랑이란 꿈만 갖고 살 수는 없는 일, 현실의 장벽에 부딪친 사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저우샤오치의 말 한마디로 금이 간다.
그렇게 멀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것은 요우용츠의 결혼식장이다.
전개가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하고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이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 역시 판타지처럼 무조건 아름다운 사랑이나 순애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여곡절을 겪어 연인의 결혼식에 이르는 과정이 알콩달콩 재밌으면서도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짠하다.
그렇기에 막판 절절한 저우샤오치의 후회 섞인 고백이 안타까우면서도 수긍이 간다.
두 사람의 이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저우샤오치가 우연히 친구에게 내뱉은 '후회'라는 한마디였다.
후회라는 단어는 요우용츠의 가슴을 후벼 파는 칼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하지만 후회라는 한 마디에 15년 세월을 저버리는 요우용츠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진로를 바꾼 저우샤오치의 희생을 저버릴 만큼 후회라는 단어의 무게가 컸을까.
아마도 요우용츠 역시 후회라는 말을 빌미로 돌아서고 싶을 만큼 고단한 삶에 지쳤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현실의 무게 앞에서 이상적이었던 사랑의 빛이 바랬던 모양이다.
정작 항상 떠난 것은 요우용츠였다.
저우샤오치가 떠나보낸 것이 아니다.
늘 제자리에서 맴 돈 저우샤오치에게 요우용츠는 스스로 다가왔다가 멀어진 혜성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엇갈린 인연의 궤도를 이야기한다.
'너의 결혼식'과 이야기는 같아도 배우가 달라서 느낌이 다르다.
특히 요우용츠를 연기한 장약남의 매력이 돋보였다.
장약남과 허광한의 호흡도 좋았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영화인데도 한국과 비슷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이다.
교육 방송을 보면서 대입 준비를 하고, 1980년대 우리나라의 대학처럼 교련복을 입고 대학에서 교련 수업을 받는 모습이 나온다.
또 두 사람이 옷을 뒤집어쓰고 비 속을 함께 달려가는 장면은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과 닮았다.
하이틴 로맨스물처럼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튀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색상이 진하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배경음악이 공간을 감싸며 은은하게 퍼진다.
부록으로 배우들의 인터뷰와 허광한의 우리말 인사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도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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