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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옹박 더 레전드

울프팩 2011. 7. 17. 23:06

지금도 토니 자를 직접 봤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2004년 5월, 방한한 토니 자가 '옹박'을 알리기 위해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났다.

먼저 영화를 본 기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점은 영화 속 액션이 어디까지가 실제일까 하는 점이었다.
토니 자는 기자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영화가 끝나자 성큼성큼 걸어나와 '옹박' 속 액션을 실연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허공에서 붕붕 돌면서 무릎이나 팔꿈치를 사용해 과격한 공격을 보여주는 것은 약과였다.
압권은 사람들 예닐곱 명을 쭉 세워놓고 영화처럼 껑충 허공으로 솟구쳐 사람들의 어깨를 퍽퍽 밟고 달아나는 장면이었다.

눈으로 봤지만 믿기 힘든 진풍경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제서야 토니 자가 '옹박'에서 보여준 맨 몸 액션이 홍콩영화의 와이어 액션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 실감할 수 있었다.

토니 자의 실제 액션을 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가 나오는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옹박 두 번째 미션'까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옹박 더 레전드'(Ong Bak2, 2009년)는 실망스럽다.
여전히 토니 자는 빠르고 날래고 과격했으나, 맨 몸이 아닌 칼을 들었다.

그가 휘두르는 무기 역시 맨 몸 못지 않게 무시무시했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맨 몸의 아우라가 약간이나마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엉성한 이야기는 영화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느닷없이 끝나는 결말은 거의 전위영화 수준에 가깝다.
그나마 서커스에 가까울 정도로 날랜 몸놀림을 보여준 토니 자가 없었더라면 영화 대접도 못받을 만큼 엉성한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실망스럽다.
지글거림이 심하고 색도 번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한글자막이 수록된 제작 과정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맨 몸 액션의 대가 토니 자가 칼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하면서도 왠지 맨 몸 액션의 아우라를 포기한 듯 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옹박'으로 사람들을 놀래킨 토니 자의 무에타이 액션은 혀를 내두를 만큼 훌륭하다. 하지만 문제는 외모다. 이소룡이나 이연걸, 성룡에 비하면 너무 투박한 듯 싶다.
'옹박'에서 사람들의 어깨를 밟고 달리는 신기한 액션을 보여줬던 토니 자가 이번에는 코끼리 등을 밟고 내달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토니 자는 수리남에 가서 코끼리 50마리를 상대로 연습을 했단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온갖 무술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이다. 토니 자의 특기인 무에타이는 물론이고 쿵푸의 각종 유파를 비롯해 일본의 검도까지 각종 무술이 총망라됐다.
상대의 관절을 공격해 뼈를 꺾는 토니 자의 우악스런 무에타이는 변함없이 등장한다. 뼈가 절단나는 소리와 함께 영상을 보면 절로 소름이 돋는다.
이번 작품 역시 토니 자가 감독, 주연을 맡았다.
브레이크 댄스 같은 발놀림과 허공을 가르는 토니 자의 무술은 한 폭의 그림같다.
심지어 토니 자는 한 쪽의 적은 무에타이로, 반대편 적은 쿵푸로 바꿔가며 상대하는 묘기도 선보인다. 마치 토니 자의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장면 같다.
특히 쇠도리깨와 유성추를 사용한 결투 장면은 압권이다. 더불어 코끼리를 이용한 액션도 특이하다.
영화는 과거로 회귀해 1400년대 크메르 제국을 배경으로 다뤘다. 말도 안되는 느닷없는 결말이 황당한 영화이지만 토니 자의 예술에 가까운 무예 실력 만큼은 높이 살 만한 작품이다. 그의 무술 장면만 편집해서 본다면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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