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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1. 05:55

소설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미국의 여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뒤에는 남다른 부모가 있었다.

그는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저먼타운에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브론슨 올컷은 목사이면서 자연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미국 사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 유명한 철학가 랠프 왈도 에머슨과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 교과서에도 실렸던 '큰 바위 얼굴'을 쓴 너대니얼 호손 등과 친분이 두터웠다.

 

'맑은 물에서 용난다'

특히 목사이며 초월주의 철학가였던 에머슨과는 절친이었다.

그의 요청으로 올컷이 '작은 아씨들'을 쓴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소위 '과수원 집(오처드 하우스)'을 구입했다.

 

그의 바로 옆집에는 너대니얼 호손이 살았고 에머슨과 소로도 근처에 살며 가족끼리 자주 왕래했다.

브론슨 올컷을 비롯해 이들은 생각이 비슷했다.

 

지나친 부의 추구와 노예 노동을 반대했고 화려한 세속적 삶보다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을 추구했다.

자연히 브론슨 올컷은 이런 생각을 기초로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치며 자유와 평등, 이웃을 돌아보는 박애 정신을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흑인들의 노예 노동을 통해 재배하는 목화로 만든 면 옷을 입을 수 없다며 거절했고 이웃과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이 그렇다 보니 늘 가난했다.

 

아내 애비게일 메이 올컷이 삯바느질 등을 하고 처가의 도움을 받아 살림을 꾸렸다.

그런데도 아내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 또한 남편 못지않게 급진적이고 혁명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시대상과 맞지 않게 여성의 자유롭고 주체적 삶을 강조한 페미니스트였으며 노예 노동을 인정한 미국을 평생 부끄럽게 여겼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이런 부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남북전쟁 때 북군을 찾아가 간호사로 일하며 야전병원에서 부상자들을 돌봤다.

 

그때 장티푸스와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평생 고생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 보니 어려서부터 삯바느질, 가정교사 등 돈벌이를 해야 했다.

 

작가가 된 것도 돈벌이 때문이었다.

그래서 A.M 버나드라는 필명으로 신문과 잡지 등에 닥치는 대로 연재한 그의 초기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잘 팔린 만한 세속적인 스릴러와 로맨스물들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삶이 투영된 원작 소설

나중에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했던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1886년에 펴낸 책이 바로 '작은 아씨들'이다.

처음에는 '작은 아씨들'과 '좋은 아내들'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출판했다가 나중에 하나로 합쳤다.

 

둘째인 작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그의 부모와 네 자매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가난했지만 우애가 좋았고 이웃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자란 네 자매는 가난한 삶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성장기에는 남달랐던 부모의 철학과 제각각이었던 성격과 개성, 꿈이 녹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성장기를 마냥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그린 것이 아니다.

 

자매간에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질투와 시기심이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들에 그대로 드러났고 형제를 잃는 아픔과 좌절된 꿈,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엇갈린 사랑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처럼 다채로운 네 자매의 모습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배우이자 감독인 그레타 거윅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서부터 이 책을 좋아한 거윅은 소니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사를 찾아가서 감독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소니도 여성의 관점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그에게 연출을 맡겼다.

 

그레타 거윅 "내게는 전부인 영화"

거윅은 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2019년)에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도 많이 투영했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이 많이 들어간 영화이며 내게는 전부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1부와 2부로 나뉜 원작 중에 네 자매의 청소년기보다 8년이 지나 성인이 된 삶에 더 초점을 맞췄다.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그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매의 청소년기 모습은 과거의 회상 씬으로 잠깐씩 나온다.

거윅은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살렸지만 설정과 이야기는 그의 생각대로 약간씩 고쳤다.

 

그렇다고 원작의 정신이나 이야기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윅이 각색한 부분은 각자의 삶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작가의 중요한 메시지를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그것이 여러 번 제작된 영화 중에서도 거윅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감독으로서 거윅의 연출 역량이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다.

 

더불어 요리크 르 소 촬영감독이 찍은 풍경화 같은 영상은 덤이다.

'스위밍 풀' '5x2' 등 프랑소와 오종의 작품과 '퍼스널 쇼퍼' '논픽션' 등 올리비에 아사야스 작품을 찍었던 요리크 르 소의 카메라는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움직임 가운데 깊이가 있다.

 

그래서 오페라의 막간 휴지기처럼 영화를 보며 생각할 여유를 준다.

아울러 네 자매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의 연기도 좋았다.

 

엠마 왓슨보다 시얼샤 로넌이 더 언니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연기 속에 잘 드러났다.고모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 어머니 역할의 로라 던의 연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오래 나오지 않아도 존재를 확연하게 드러내며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자연스러운 조명이 부드러운 색감을 통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확실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를 잘 살렸다.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배음이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아 자극적이거나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감독 인터뷰, 카메라 테스트와 비하인드 장면, 원작 소개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은 모두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작진은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집인 오처드 하우스를 여러 번 방문해서 자세히 연구한 뒤 그대로 만들어 촬영했다.
제작진은 콩코드 근처에 있는 동네에서 촬영했다. 촬영을 위해 4개의 건물을 짓고 60톤의 인공 눈을 사용했다.
시얼샤 로넌이 네 자매 가운데 둘째인 조 마치를 연기. 네 자매를 연기한 배우들은 촬영 전 2주간 리허설을 하며 유대감을 키웠다.
거윅 감독은 콩코드에 있는 올컷의 집 오처드 하우스에서 며칠을 보내며 연출을 구상했다.
플로렌스 퓨가 그림을 그리는 막내 에이미를 연기. 실제 올컷의 자매 중 막내가 그림을 그렸다. 콩코드에 있는 올컷의 집에는 벽과 창턱 등 집 곳곳에 막내가 그린 그림이 지금도 남아 있다.
올컷은 책에서 장녀 애나를 메그, 차녀인 작가 자신을 조, 막내 애비게일을 에이미로 바꿨다. 일찍 세상을 떠난 셋째 엘리자베스만 실명을 살렸다. 실명을 살려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윅 감독은 소설 속 언어가 생동감 넘쳐서 이를 그대로 살렸다. 대신 배우들이 실제 생활처럼 말하도록 했다. 남의 말을 자르거나 중간에 끼어드는 등 자매들의 편한 대화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요리크 르 소 촬영감독은 아름다운 미장센을 위해 필름으로 촬영했다.
원작소설에서 장녀 메그는 허영심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줄었다. 의상을 담당한 재클린 듀런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다. 그는 자매들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색조의 옷을 입혔다.
원작자인 올컷은 소설을 위해 실제 삶과 다른 설정을 했다. 무엇보다 남북전쟁 이전에 겪은 어린 시절을 전쟁 때로 옮겼다. 또 소설에서는 부친이 북군에 참전하지만 실제로는 작가 자신이 간호사로 참전했다.
티모시 살라메가 연기한 이웃의 부자집 아들 로리는 주인공 조와 성별이 다른 쌍둥이 같은 인물이다. 그 역시 조처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 페미니스트다.
올컷은 북군을 위해 간호사로 참전했다가 심하게 병을 앓았는데 소설에서는 북군이었던 아버지가 아픈 것으로 나온다. 당시 시대상이 여자가 간호사로 참전하는 것을 설치고 나선다며 곱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엠마 스톤이 장녀 메그를 맡기로 했으나 영화 '더 페이버릿' 홍보 일정 때문에 출연하지 못해 엠마 왓슨으로 교체됐다.
올컷의 원작은 여러번 영화로 제작됐다. 캐서린 햅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위노나 라이더 등이 각기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 조를 연기했다.
보스턴의 유명한 아놀드 식물원에서 영화 사상 최초로 허가를 받아 촬영했다.
감독은 조와 로리가 성격이 비슷한 쌍둥이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일부 장면에서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나오게 했다.
원작자인 올컷은 주인공 조가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나 책이 팔리도록 하기 위해 설정을 바꿨다. 덕분에 책이 많이 팔렸다.
원작작 올컷의 부친은 직접 책상을 만들어주며 딸에게 글쓰기를 장려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여자가 책상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의사들은 글쓰기가 여성의 뇌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아랑곳않고 딸의 글쓰기를 격려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노예 해방과 금주운동, 여성운동을 했다. 그는 1888년 3월 보스턴에서 55세 나이에 뇌졸중으로 타계했다.
올컷이 원작을 쓴 오처드 하우스는 그의 사후 버려졌다가 많은 독자들이 방문하는 것을 본 이웃 사람이 1911년 지인들과 돈을 모아 구입한 뒤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이웃집 청년 로리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써서 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또 원작에서 로리가 피아노 연주를 잘하는 것으로 묘사된 부분도 영화에서 빠졌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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