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Rome)는 시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그래서 우디 앨런은 로마를 "도시 자체가 예술 작품인 곳"이라고 칭했다.
거리 곳곳이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적이고 나름 운치와 멋을 지닌 카페, 식당, 상점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여행자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중세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아득한 고대 로마제국으로 이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걷다가 지치면 아무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다리 쉼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봐도 좋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도처에 널려 있는 성당에 들어가 수백 년 전 화가들의 그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에 잠길 수 있다.
이처럼 여기저기 멋과 낭만, 볼거리와 역사가 가득한 도시도 흔치 않으리라.
그러니 낯선 이방인도 이 곳에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로마는 사랑이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때문에 그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를 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 2012년)를 보면 안타까움이 더 한다.
아름답고 코믹하며 낭만적인 에피소드로 꾸민 영화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가볼 수 없어 그리움만 쌓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각각 사연을 지닌 커플들의 이야기를 추억과 명성, 꿈과 스캔들이라는 4가지 주제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어떤 커플은 여인(그레타 거윅, Greta Gerwig)의 친구(엘렌 페이지, Ellen Page) 때문에 남자(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가 흔들린다.
남자는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지만 종잡을 수 없는 여인과 함께 로마를 다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인다.
로마에 관광 온 미국 여인(앨리슨 필, Alison Pill)은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에서 길을 묻다가 이탈리아(Italy) 청년(플라비오 파렌티, Flavio Parenti)과 연인이 된다.
문제는 여인의 아버지(우디 앨런)다.
장의사인 청년의 아버지가 목욕할 때마다 부르는 노래에 반해 그를 성악가로 데뷔시키려고 하면서 황당한 소동이 벌어진다.
신혼부부인 어느 커플은 처음 로마를 찾았다가 신부(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Alessandra Mastronardi)가 길을 잃으면서 엉뚱한 사건이 벌어진다.
호텔 방을 잘못 찾은 창녀(페넬로페 크루즈, Penelope Cruz)가 신랑의 아내로 오인받아 일이 꼬인다.
그렇게 엇갈린 신랑과 신부는 뜻하지 않은 유혹을 받게 된다.
유명인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동경했던 중년 사내(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는 어느 날 눈을 떴더니 유명인이 되는 진기한 체험을 한다.
하지만 각종 매스컴에 시달리면서 유명인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은 우디 앨런의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처럼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판타지처럼 전개된다.
즉 로베르토 베니니의 에피소드나 제시 아이젠버그의 이야기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제시 아이젠버그에게 조언을 곁들이는 중년 남성(알렉 볼드윈, Alec Baldwin)은 마음의 소리 같은 존재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우디 앨런의 도시 판타지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이해할 만하다.
다만 '미드나잇 인 파리'가 좀 더 정돈된 이야기가 낭만적으로 흐른다면 이 작품은 여러 커플들의 여러 에피소드가 뒤섞이다 보니 산만한 편이다.
그래서 우디 앨런이 염두에 둔 4가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4가지 주제를 꼭 발견하지 못해도 좋다.
그 모든 것을 덮는 로마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로마의 명소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Monumento di Vittorio Emmanuele),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바티칸(Vatican), 캄피돌리오 광장, 콜로세움(Colosseum), 보르게세 공원(Galleria Borghese),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등이 잠깐씩 등장한다.
'세븐(Seven)' '옥자'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을 찍은 유명한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가 잡은 아름다운 풍경들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만 풍광들을 좀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올여름 로마를 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면 이 영화로 위안을 삼아도 좋다.
그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우며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Blu-ray)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필터링된 색감은 바랜 듯 보이지만 아련한 느낌을 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여기에 음량도 다른 타이틀에 비해 좀 작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들어 있으나 어떠한 자막도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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