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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로마 위드 러브(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5. 23:37

2,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Rome)는 시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그래서 우디 앨런은 로마를 "도시 자체가 예술 작품인 곳"이라고 칭했다.

 

거리 곳곳이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적이고 나름 운치와 멋을 지닌 카페, 식당, 상점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여행자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중세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아득한 고대 로마제국으로 이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걷다가 지치면 아무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다리 쉼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봐도 좋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도처에 널려 있는 성당에 들어가 수백 년 전 화가들의 그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에 잠길 수 있다.

이처럼 여기저기 멋과 낭만, 볼거리와 역사가 가득한 도시도 흔치 않으리라.

 

그러니 낯선 이방인도 이 곳에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로마는 사랑이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때문에 그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를 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 2012년)를 보면 안타까움이 더 한다.

 

아름답고 코믹하며 낭만적인 에피소드로 꾸민 영화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가볼 수 없어 그리움만 쌓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각각 사연을 지닌 커플들의 이야기를 추억과 명성, 꿈과 스캔들이라는 4가지 주제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어떤 커플은 여인(그레타 거윅, Greta Gerwig)의 친구(엘렌 페이지, Ellen Page) 때문에 남자(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가 흔들린다.

남자는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지만 종잡을 수 없는 여인과 함께 로마를 다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인다.

 

로마에 관광 온 미국 여인(앨리슨 필, Alison Pill)은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에서 길을 묻다가 이탈리아(Italy) 청년(플라비오 파렌티, Flavio Parenti)과 연인이 된다.

문제는 여인의 아버지(우디 앨런)다.

 

장의사인 청년의 아버지가 목욕할 때마다 부르는 노래에 반해 그를 성악가로 데뷔시키려고 하면서 황당한 소동이 벌어진다.

신혼부부인 어느 커플은 처음 로마를 찾았다가 신부(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Alessandra Mastronardi)가 길을 잃으면서 엉뚱한 사건이 벌어진다.

 

호텔 방을 잘못 찾은 창녀(페넬로페 크루즈, Penelope Cruz)가 신랑의 아내로 오인받아 일이 꼬인다.

그렇게 엇갈린 신랑과 신부는 뜻하지 않은 유혹을 받게 된다.

 

유명인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동경했던 중년 사내(로베르토 베니니, Roberto Benigni)는 어느 날 눈을 떴더니 유명인이 되는 진기한 체험을 한다.

하지만 각종 매스컴에 시달리면서 유명인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은 우디 앨런의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처럼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판타지처럼 전개된다.

즉 로베르토 베니니의 에피소드나 제시 아이젠버그의 이야기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제시 아이젠버그에게 조언을 곁들이는 중년 남성(알렉 볼드윈, Alec Baldwin)은 마음의 소리 같은 존재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우디 앨런의 도시 판타지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이해할 만하다.

 

다만 '미드나잇 인 파리'가 좀 더 정돈된 이야기가 낭만적으로 흐른다면 이 작품은 여러 커플들의 여러 에피소드가 뒤섞이다 보니 산만한 편이다.

그래서 우디 앨런이 염두에 둔 4가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4가지 주제를 꼭 발견하지 못해도 좋다.

그 모든 것을 덮는 로마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로마의 명소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Monumento di Vittorio Emmanuele),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 바티칸(Vatican), 캄피돌리오 광장, 콜로세움(Colosseum), 보르게세 공원(Galleria Borghese),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등이 잠깐씩 등장한다.

 

'세븐(Seven)' '옥자'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을 찍은 유명한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가 잡은 아름다운 풍경들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만 풍광들을 좀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올여름 로마를 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면 이 영화로 위안을 삼아도 좋다.

그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우며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Blu-ray)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필터링된 색감은 바랜 듯 보이지만 아련한 느낌을 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여기에 음량도 다른 타이틀에 비해 좀 작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들어 있으나 어떠한 자막도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탈리아를 통일한 국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시작과 함께 등장한다. 맞은 편에 무솔리니가 연설을 한 베네치아 궁이 있다.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달콤한 인생'을 찍은 곳이다.
알렉 볼드윈이 걷는 곳은 담쟁이 덩굴로 유명한 비아 마르구따 거리다. 스페인 광장과 포폴로 광장 사이에 있는 예술가들의 거리다.
우디 앨런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이 작품은 특유의 시니컬한 대사가 빛을 발한다.
그레타 거윅과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가 함께 걷는 장면은 베르니니의 걸작 '4대강의 분수'가 있는 나보나 광장에서 촬영.
로베르토 베니니는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되는 에피소드에 등장. 그가 일반인으로 돌아가면서 말한 "저주가 풀렸다"는 대사처럼 유명인의 삶도 고달프다.
입이 딱 벌어지는 예술품으로 가득한 바티칸.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 완만한 계단을 천천히 오르면 아름다운 광장과 뒤편에 포로 로마노를 볼 수 있다.
말이 필요없는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 이 곳은 아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룬다.
서두에 도메니코 모두뇨가 부른 '볼라레'가 흐른다.
옛 로마 황제들의 궁전이 있었던 팔라티노 언덕. 이 곳에서 대전차경주장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맞은 편에 콜로세움이 있고 바로 옆에 포로 로마노가 붙어 있다.
샤워할 때만 노래를 잘하는 장의사 역할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테너인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연기했다. 그가 욕실에서 부른 노래는 푸치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이다. 무대 위에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페도라' 중 '참을 수 없는 사랑'을 불렀다.
우디 앨런은 앨리슨 필의 아버지 역할로 직접 출연했다.
두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은 보르게세 공원이다. 공원 안쪽에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은 꼭 가봐야 한다. 카라바조부터 베르니니까지 위대한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의 빛나는 걸작들이 있다.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가 곤경에 처한 신혼댁으로 등장. 신혼부부가 기차에서 내린 곳이 로마 테르미니역, 이들이 묶는 호텔은 세인트 레지스 로마이다.
기어코 우디 앨런이 고집을 부려 샤워하며 노래부르는 장의사를 오페라 무대에 세운다. 해당 오페라는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다. 그는 여기서 '옷을 입어라'를 부른다.
여름철 로마에 가면 밤거리를 꼭 걸어봐야 한다. 특히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핥던 스페인 광장은 꼭 가볼만 하다. 로렌초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로 베르니니가 만든 바르카차 분수도 여기 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로마 위드 러브(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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