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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조조 래빗(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10. 17:16

전쟁은 아이들에게 가장 잔혹하다.

고통스러운 환경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게 하며 잘못하면 세상의 전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의 '조조 래빗'(Jojo Rabbit, 2019년)은 아이들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 블랙 코미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에 독일 아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Roman Griffin Davis)는 나치가 만든 청소년 단체인 히틀러 유겐트에 들어간다.

 

조조에게 히틀러는 영웅이다.

악마 같은 유대인들로부터 독일을 구하고 악을 무찌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집에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 Thomasin McKenzie)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 조조는 경악한다.

조조에게 세상의 전부인 어머니 로지(스칼렛 요한슨, Scarlett Johansson)가 사실은 반 히틀러 단체 일원이어서 엘사를 구해준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엘사를 경계하고 미워했던 조조도 어느새 차츰 정이 든다.

그러면서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군복을 입고 총을 멘 또래 친구의 모습과 비극적 사건을 겪으면서 우상인 줄 알았던 히틀러의 진실을 알게 되고 전상의 참상을 목도한다.

그렇게 소년은 자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바라봤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의 시각에서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의 광기를 다룬 영화는 많다.

 

'양철북'(The Tin Drum)이 그랬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그리고 위대한 작품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가 그렇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어두운 분위기라면 이 작품은 좀 더 풍자극에 가깝다.

 

히틀러가 등장하는 대목에 나치식 경례와 함께 비틀스(The Beatles)의 'I Want To Hold Your Hand'가 흐르는 등 아이들이 군사 훈련을 받거나 나치 선전 선동에 동원되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렸다.

독일군 장교 클렌젠도프(샘 록웰, Sam Rockwell)와 여성 나치 당원 램(레벨 윌슨, Rebel Wilson)이 나누는 대화도 살짝 엇나가면서 냉소적인 웃음을 준다.

 

그렇다고 마냥 코미디로만 흐른 것은 아니다.

소년이 목도하는 참상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광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과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의 광기 때문에 비극적 학살을 당했던 유대인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했는지는 의문이다.

마치 '안네의 일기'처럼 독일 가정의 다락방 소녀가 된 엘사가 조조를 만나 겪는 이야기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순수하게 싹튼 우정과 인간적 연민일지는 몰라도 유대인의 비극을 이야기하기에는 약하다.

 

또 갖가지 구성은 영화 팬이라면 이미 다른 작품에서 익히 봤던 부분들과 겹쳐 기시감이 든다.

조조가 겪는 비극은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게 하고 막판 전쟁터의 참상은 '양철북'을 닮았다.

 

비록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이지만 와이티티 감독은 이런 장면들을 특유의 감각적 묘사로 잘 표현했다.

비틀스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등 팝과 록을 뒤섞은 화면, 마치 슈퍼히어로물처럼 슬로모션을 가미한 장면은 특정 순간의 감정을 고양시키며 강하게 다가온다.

 

더욱이 와이티티 감독은 직접 출연해 히틀러를 연기했다.

와이티티 감독이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마오이족의 후예라는 점에서 히틀러 역할은 의미가 있다.

 

각본까지 직접 쓴 와이티티 감독은 유대인의 후예인 자신이 히틀러를 연기하며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배역을 고집했다.

그만큼 광기에 사로잡혔던 나치를 조롱하는 데는 충분히 성공했다.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품이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물며 이 작품을 '인생은 아름다워'와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저 나치의 광기와 유대인들이 겪었던 비극을 되새겨볼 만한 소품 같은 영화다.

그 정도로 가볍고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Blu-ray)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발색이 곱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비틀스의 노래가 사방 채널을 채우며 입체적으로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과 제작과정, 아웃 테이크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나치 독일은 히틀러 유겐트에 600만명의 청소년을 동원해 이들에게 군사 문화와 전체주의적 사고 방식을 주입했다.
전쟁을 아이들 놀이처럼 그린 이 영화의 제목은 겁쟁이 조조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틴 뢰넨스가 쓴 소설 '갇힌 하늘'이 원작이다. 
뉴질랜드 마오이족의 후예인 와이티티 감독은 어머니가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훈련 장면은 체코의 숲에서 촬영.
와이티티 감독은 원래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고 싶었으나 유럽 분위기를 살릴 수 없어 체코에서 찍었다.
이 작품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조조를 연기한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와이티티 감독은 '토르 라그나로크'를 연출해 유명해졌다.
원작소설은 영화와 많이 다르다. 우선 배경이 독일이 아닌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아름다운 영상은 미하일 말래마레가 촬영했다.
무엇보다 원작소설에는 마음 속 존재인 히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 또 주인공 소년의 나이도 영화와 달리 17세 청소년이며 히틀러 유겐트로 참전했다가 공습으로 얼굴을 다치고 한쪽 팔을 잃는다.
원작소설의 주인공은 나이가 있다보니 유대인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나중에는 집착으로 변한다.
감독의 어머니가 원작 소설을 읽고 감독에게 추천했다. 단 암울한 후반부를 읽지 말라고 했다. 와이티티 감독은 모친의 말대로 소설의 전반부만 읽고 밝은 분위기로 영화를 각색했다.
사람들이 공개 처형당한 거리의 지붕들이 꼭 사람의 눈을 닮았다. 마치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사람의 눈 같다. 와이티티 감독도 "아이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와이티티 감독은 "항상 암울했던 시기를 잊지말자, 21세기인데 과거를 잊은 듯한 행동이 아직도 일어난다"며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네오나치 등 극우파의 발흥을 경계한 메시지다.
와이티티 감독은 제작에도 참여했다. 제작자 중 첼시 윈스탠리는 감독의 아내다.
감독의 이름인 와이티티는 마오이족 언어로 호랑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결말이 원작 소설과 너무 다르다. 소설 속 소년은 전쟁이 끝난것을 숨기고 엘사를 4년이나 가둬놓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조조 래빗 : 블루레이 슬립케이스 한정판
 
조조 래빗 (1Disc)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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