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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시리 : 마운틴 패트롤

울프팩 2013. 9. 12. 23:03
쿤룬 산맥 남쪽 중국 칭하이성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해발 4,800미터 높이의 고원, 커커시리.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은 남극 북극과 함께 사람이 살기 힘든 세계 3대 오지로 꼽힌다.

연평균 기온 섭씨 영하 4도, 추울 때는 보통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진다.
고도도 높아서 산소가 평지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조금만 빨리 걸어도 금방 숨이 차며, 심장으로 혈액이 제대로 흘러들지 못해 쉽게 피곤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이 곳은 야생동물 천국이 돼버렸다.
그것도 티베트 영양, 흰입술 사슴 등 세계 희귀 동식물들이 대거 서식한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짱링양으로 불리는 티베트 영양.
보온 능력이 탁월한 털과 가죽 덕분에 티베트 영양의 모피는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한다.

여기서 커커시리의 비극이 시작됐다.
워낙 열악한 환경 때문에 현지인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밀렵에 나선 것이다.

그 바람에 한때 100만 마리를 헤아리던 티베트 영양은 개체수가 1만마리 이하로 뚝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해 현지인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밀렵꾼들을 잡기 위한 민간 수비대를 만들었다.

루 주안 감독의 걸작 '커커시리 : 마운틴 패트롤'(Kekexili: Mountain Patrol, 2004년)은 바로 이 민간 수비대의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넌픽션 드라마다.
중국 베이징 신문사의 기자가 수비대와 함께 밀렵집단 추적에 나서 보고 들은 진실을 수려한 영상과 함께 재현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쉽게 가보기 힘든 커커시리의 장관을 이루는 풍경이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혹독한 자연의 풍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와이드 앵글과 여백을 잘 살린 차오위 촬영감독의 훌륭한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숨을 건 밀렵꾼들과 수비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또한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극적 구성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루 주안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진실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비대는 티베트 영양 보호를 위해 밀렵꾼들을 추격하지만 모두 생업을 놔두고 자발적으로 뛰어든 민간인들이다 보니 경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모피 밀거래다.

밀렵꾼들을 잡아서 모피를 압수하면 기름값과 식량, 총알값을 마련하기 위해 몰래 내다판다.
그렇다고 그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들의 숨겨진 진실 또한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대신 루 주안 감독은 어디까지를 정의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보는 이의 몫으로 돌렸다.

훌륭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슴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극 중 기자가 던진 "기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이다.
세상이 바르고 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를 하는 것이 언론이라고 믿는 기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만한 생각이다.

극 중 기자는 이를 해냈다.
중국 정부는 기자의 보도가 나간 뒤 커커시리를 국가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티베트 영양의 모피 매매를 전세계적으로 금지시켰다.

이를 알린 이 영화도 기자의 보도 못지 않은 커다란 울림을 준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뛰어난 작품성과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예술영화만 모은 소니의 블랙하우스 시리즈 DVD로 국내 출시됐다.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DVD 치고는 화질이 좋다.
장면에 따라 화질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좋고 샤프니스도 괜찮은 편.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예고편만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훌륭한 모피 때문에 밀렵꾼들의 표적이 된 티베트 영양.
티베트 영양은 밀렵꾼들이 1985년부터 모피 사냥에 나서 한때 100만마리가 넘던 개체수가 90년대 초반 1만마리 이하로 떨어졌다.
영화는 밀렵의 잔혹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충격적인 영상을 사용했다.
티베트 영양의 서식지인 커커시리는 해발 4,800미터 고원으로 장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커커시리는 티벳어로 푸른 산, 몽골어로 아름다운 소녀라는 뜻이다.
겹겹히 포개진 능선이 수묵화처럼 아스라히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현지인들을 밀렵으로 내모는 요인 중에 하나는 심각한 사막화 현상이다. 해발 4,600미터 지점에 풀이 한 포기도 없을 정도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돼 경작을 할 수 없다.
티베트 영양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자들로 구성된 민간수비대는 1993년 결성돼 96년까지 활동했다.
2006년 7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를 달리는 칭장철도가 개통되면서 커커시리 입구까지는 기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됐다.
자연파괴 논란이 이는 칭장철도는 워낙 고지대를 달리기 때문에 기차 좌석마다 산소공급기가 달려 있고 여기에 1회용 호흡기를 연결해 숨을 쉰다. 역에서는 휴대폰도 안터진다.
커커시리를 둘러보려면 커커시리국가자연보호구 산하 여행사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15명으로 제한되고, 50세 이하만 허가를 해준다.
들어갈 때는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의사가 동행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도로를 뚫지 않았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이 다니던 산길로만 다닐 수 있다. 그만큼 험난한 관광을 각오해야 한다.
워낙 힘든 환경 때문에 지난해 3월에도 지질탐사 중이던 연구원 3명이 커커시리에서 실종됐다.
이 영화는 2005년 베를린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워낙 고지대여서 물도 잘 끓지 않고 불을 피우기 힘들어 날고기를 먹기도 한다.
수비대 대장인 실존인물 쑨난다지에는 밀렵꾼들을 추적하다가 영화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커커시리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삼림경비대를 창설해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기존 민간수비대는 해산했다. 티베트 영양은 전세계적으로 모피 교역이 금지된 덕분에 개체수가 3만마리로 다시 증가했다.
커커시리 마운틴 패트롤 (1Disc)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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