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토리노-밀라노

울프팩 2006. 2. 17. 22:38

토리노(Torino)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려 이탈리아(Italy)에서 2번째로 큰 도시 밀라노(Milano)에 들렸다.
인구 230만 명인 이곳에 약 1,000명의 한인 교포가 살고 있다.

직물로 유명한 도시답게 이를 상징하는 바늘과 실의 조형물이 시 한복판에 서 있다.
밀라노는 239년 로마제국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서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았던 도시다.

역사적으로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가 발표한 밀라노 칙령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로마제국에서 기독교가 용인되며 한동안 박해받던 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포교를 할 수 있게 됐다.

밀라노는 토리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시다.
그만큼 유명한 밀라노 대성당을 비롯해 베르디의 '나부코'와 '오델로', 푸치니의 '나비부인', 벨리니의 '노르마' 등 유명 오페라의 초연이 열린 라 스칼라 극장 등 볼 것이 많다.

특히 이탈리아 패션 산업의 중심지여서 프라다, 아르마니,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업체들의 본사가 즐비하다.
이들의 플래그숍이 즐비한 명품거리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더불어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밀라노 패션위크도 유명하다.
그러나 볼 것이 많은 만큼 위험도 크다.

아찔한 것은 집시 도둑들.
앞에서 어린것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쉴 새 없이 지저귀며 정신을 빼놓고 뒤에서 다른 놈들이 가방을 연다.

또 길을 걸어가던 도중 불쑥 신문지를 눈 밑에 들이댄다.
깜짝 놀라 신문을 쳐다보는 사이 태연히 손이 윗도리 안쪽으로 들어온다.

신문으로 눈 아래를 가리고 훔치는 것.
일행 중 여럿이 과거 밀라노에 들렸을 때 이런 불한당들과 맞닥뜨렸단다.

심지어 훔치던 손을 붙잡은 적도 있는데 태연히 웃으며 가방을 계속 여는 황당한 사태가 있었단다.
여럿이 달려들어 쫓아버렸다는데 대명천지에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이번 출장길에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
밀라노에서 짧은 일정을 마감하고 다음 목적지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가장 먼저 들린 스포르차성. 스페인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약 100년 동안 밀라노를 통치한 스포르차 가문의 성이다.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손길이 묻어있다. 그가 이곳을 증, 개축했다. 겉보기와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널찍하다. 과거를 지배했던 가문의 위압적인 힘이 느껴지는 곳이다.
스포르차 성 벤치 앞에 연인과 노인들이 앉아 있다.
한창 개보수중인 밀라노 대성당. 150m가 넘는 꼭대기에 100여 개가 넘는 첨탑이 빼곡하게 있고 그 위마다 성인들의 조각상이 서 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발길이 붐비는 곳은 성당 좌측 지하철역 표시(M) 옆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명품판매점들이 즐비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다.
온갖 명품점이 꽉 들어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 천장을 유리로 덮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폭격기들이 성당으로 착각하면서 폭격의 화를 피했다. 이곳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에 금장글씨로 간판을 단 맥도널드 매장이 있다.
위대한 천재이자 신비한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조각상이 스칼라 극장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이 서고 싶어한 꿈의 무대 라 스칼라좌. 다 빈치는 이곳에 신비롭기 그지없는 입체무대를 만들었다. 관객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칼라좌에서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 무대에 올랐다가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스칼라좌 앞을 지나는 전철. 얼마나 오래된 물건인지 모르겠으나 목재문짝에 목재 의자가 고풍스럽게 보였다.
밀라노 성당을 바라보고 서있는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 이탈리아를 통일한 인물이다. 유럽의 말 탄 조각상은 모두 의미가 있다. 말이 네 발굽을 모두 땅에 붙이고 있으면 별 탈 없이 늙어 죽은 인물, 말이 한 발을 들고 서 있으면 전쟁 중 부상을 입어 나중에 죽은 인물, 말이 앞발을 모두 번쩍 들고 있으면 전사한 인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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