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벌써 4편이 등장했다.
조시 쿨리 감독의 '토이 스토리 4'(Toy Story 4, 2019년)는 전작들과 많이 달라졌다.
이전 시리즈는 카우보이 보안관 우디와 우주 비행사 버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작품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작에서 그저 방 한 켠을 조용히 지키며 우디를 응원하던 도자기 인형 보 핍이 여전사가 돼서 전면에 나선다.
그는 연파란색 드레스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양치는 막대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악당들과 싸운다.
어찌 보면 보 핍의 모험담이라고 할 만큼 그의 비중이 올라갔다.
보 핍은 이제야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았다는 듯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우디를 돕는다.
심지어 악역을 맡은 개비개비 조차도 여자아이를 닮은 장난감이다.
개비개비라는 캐릭터의 변화도 흥미롭다.
그저 소녀들에게 선택돼 사랑받기를 원하며 고장난 부분의 개조에 열심이던 개비개비는 막판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로 변신한다.
이처럼 여성 인형 캐릭터들의 자아를 찾는 과정은 마치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디와 버즈의 활약은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특히 우디의 역할과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우디는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로 나타난 장난감들을 견제했으나 이제는 퇴역 군인처럼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포키 같은 새로운 장난감이 주인 곁에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 역할로 물러 났다.
이 같은 모습은 막판의 아련한 엔딩과도 연결된다.
이기적 존재에서 이타적 존재로 변하는 우디의 자기희생적인 모습은 그만큼 흘러간 세월을 반영한다.
마치 장난감도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사람처럼 물러날 때를 스스로 찾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디와 버즈, 보 핍 등 기존 시리즈에서 거듭해 등장한 캐릭터들은 안정된 모습이다.
반면 새로 등장한 포키나 개비개비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포키는 쓰레기와 장난감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방황하고 개비개비는 선택받지 못한 장난감이 갖는 존재 자체의 불안함을 드러낸다.
따라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그들의 불안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겉보기에 화려한 동화 같은 이 애니메이션은 끊임없이 사회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속살처럼 감추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모험과 선택이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가슴 한 켠에 아련한 안쓰러움과 걱정을 동시에 던져준다.
과연 우디의 선택은 행복할까.
또다시 정글 같은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더 이상 이 시리즈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닌 현대 인간 군상의 슬픈 엘레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아마 후속작을 더 이상 만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영화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훌륭하다.
윤곽선이 예리하며 색상이 화사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방향감은 좋은데 음량이 작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부록은 캐릭터 설명과 제작과정, 스튜디오 소개, 장면 분석과 삭제 장면, 예고편 등 풍성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스터데이(4K 블루레이) (0) | 2020.01.05 |
---|---|
페임(블루레이, 리메이크작) (0) | 2020.01.03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4K 블루레이) (2) | 2019.12.30 |
데드풀2(4K 블루레이) (0) | 2019.12.25 |
라이온 킹(블루레이,실사판) (0) | 2019.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