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알프레드슨(Tomas Alfredson) 감독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년)는 꽤 묵직한 스파이 영화다.
액션에 초점을 맞춘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달리 사실적인 첩보전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고도의 두뇌 싸움이 필요한 이중간첩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내용은 1970년대 '서커스'로 불리던 영국 첩보기관 MI6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벌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며 MI6 국장이 해임된다.
MI6에서는 작전 실패의 원인이 '두더지'로 통하는 내부의 이중간첩이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중간첩을 잡아내기 위해 동원된 인물이 국장 해임 때 같이 쫓겨난 전직 첩보 관료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 Gary Oldman)다.
그때부터 스마일리는 MI6 내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4명의 핵심 인물인 팅커, 테일러(콜린 퍼스 Colin Firth), 솔저, 푸어맨을 감시하며 내부 스파이 찾기에 나선다.
원작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로 유명한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소설이다.
2020년 12월 폐렴에 걸려 8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존 르 카레는 MI6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케임브리지 간첩단'으로 유명한 킴 필비(Kim Philby) 사건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던 필비는 학창 시절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했다가 MI6에 들어간 뒤 구 소련의 간첩이 됐다.
이후 MI6의 다른 동료 4명과 함께 이중간첩 노릇을 하며 소련으로 10년 넘게 정보를 빼돌리던 필비는 결국 들통이 나서 1963년 소련으로 달아났다가 1988년 세상을 떠났다.
소련이 넘겨준 중요하지 않은 정보 덕분에 승승장구했던 필비는 아마 들키지 않았으면 MI6의 수장이 됐을 수도 있다.
그가 소련에 넘긴 정보 중에는 이 영화처럼 동구권에서 활동한 영국 정보요원들 명단도 있었다.
영화의 초점은 결국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에 관계 속에서 이중간첩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그만큼 첩보물이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드라마에 가깝다.
따라서 요란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게리 올드만을 비롯해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비치(Benedict Cumberbatch), 톰 하디(Tom Hardy), 마크 스트롱(Mark Strong) 등 뛰어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알프레드슨 감독도 액션을 최대한 절제하고 차분한 연출로 인물들 간에 심리 대결이 빚어내는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잘 묘사했다.
안갯속처럼 불투명하고 뿌연 풍경들을 잡아낸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의 영상마저 누가 이중간첩인지 오리무중 상태인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많은 인물을 통해 첩보전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양상을 그려내는 전형적인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잘 살린 영화다.
스파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이 아니라 불신이 주는 긴장이라는 점을 웅변처럼 강조한 작품이다.
다만 제한된 상영 시간 안에 방대한 소설 내용을 축약해 담다 보니 인물들 간에 복잡한 관계 설명이 부족하다.
이 부분이 헷갈린다면 블루레이에 포함된 소책자에서 인물의 관계도를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입자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부록으로 알프레드슨 감독과 게리 올드만의 해설, 이다혜 기자와 김혜선 김세윤 작가가 함께한 해설 등 2가지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존 르 카레와 제작진 인터뷰, 삭제 장면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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