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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드 바론(블루레이)

울프팩 2022. 1. 16. 00:57

니콜라이 뮬러손(Nikolai Mullerschon) 감독의 '레드 바론'(Der Rote Baron, 2008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영웅이었던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 남작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리히트호펜은 제1차 대전때 붉게 칠한 전투기를 몰고 기발하고 과감한 조종술로 적기 80대를 격추한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자장비와 자동화 무기로 무장된 요즘 전투기 조종사들과 달리 눈과 육감에 의지해 싸웠다.

최대한 적기에 바짝 접근해 기관총을 쏘거나 권총을 쐈다.

 

물론 요즘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적기에 근접해 격추하기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위치 또한 제한적이었다.

 

"항상 해를 등지고 바람 방향에 주의하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적의 눈에 띄지 않고 접근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아울러 목재 프로펠러 비행기여서 요즘 전투기들과 달리 상승이나 선회 또한 기민하지 못했다.

 

그런 비행기를 몰고 80대를 격추했다는 것은 신화적인 기록이다.

그 바람에 리히트호펜은 독일 뿐 아니라 적군인 연합군마저 인정한 뛰어난 에이스였다.

 

그의 붉은색 삼엽기인 포커 Dr-1 전투기가 워낙 유명해 별명이 영화 제목처럼 붉은 남작이었다.

독일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1세때 귀족 자제들이 들어가는 군사학교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고 황실 육군학교를 거쳐 제1 기병대의 기병 장교가 됐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부대가 전멸을 한 뒤 병종을 바꿔 육군 항공장교가 됐다.

초기에는 정찰기 뒤에서 기관총을 쐈으나 파일럿으로 전환한 뒤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독일군 기록에 따르면 그가 격추한 연합군 전투기는 80대였으나 확인되지 않은 격추까지 포함하면 100대가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맹활약하던 그는 1918년 4월 21일 솜강 전투 때 격추돼 사망했다.

 

당시 영국군에서는 캐나다 출신의 전투기 파일럿 로이 브라운이 리히트호펜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훗날 확인해보니 황당하게도 리히트호펜은 지상에서 쏜 대공포탄의 집중포화에 피격돼 추락한 뒤 지상에서 한동안 피를 흘리다 사망했다.

 

연합군은 비록 적이었지만 대단한 명성을 누렸던 리히트호펜을 예우를 다해 정중히 프랑스에 묻어줬다.

반면 그의 전투기 잔해는 수 많은 사람들이 기념으로 뜯어가는 바람에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았고 그 바람에 격추 원인을 밝히는데도 오래 걸렸다.

 

영화는 리히트호펜(마티아스 슈바이그호퍼 Matthias Schweighofer)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비교적 육박전에 가까운 복엽기와 삼엽기들의 항공전을 꽤나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린 스크린을 이용해 전투기 조종사들의 결기어린 표정을 생생하게 잡아낸 근접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가미해 공중전의 묘미를 잘 살렸다.

다만 에피소드의 나열로 이어진 구성은 리히트호펜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뮬러손 감독은 리히트호펜을 반전 사상을 가진 전쟁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그의 낭만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연애담을 늘렸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인 독일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보이지만 그 바람에 이야기가 좀 늘어진다.

 

그럼에도 뛰어난 공중전 묘사만으로도 흥미롭게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리히트호펜이 훗날 '붉은 돼지' '기동전사 건담' 등 여러 작품에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하면 그의 활약이 남다르게 보인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컴퓨터 그래픽이 자주 쓰인 만큼 디테일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샤프니스와 색감 등이 훌륭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하늘을 누비며 기관총을 쏴대는 공중전의 묘미를 잘 살렸다.

 

부록으로 시각 효과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는데 자막이 전혀 없어 아쉽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1차 세계대전 때 화려한 전투기들을 잘 묘사했다.
리히트호펜은 독일 슐레지엔 지방의 브레슬라우 근처에서 귀족 아들로 태어났다.
리히트호펜은 기체를 붉게 칠해 적군들 사이에 '붉은 남작'으로 통했다.
촬영은 주로 독일과 프랑스, 체코에서 했다.
공중전 장면은 동체 뒤에 그린 스크린을 설치하고 촬영.
리히트호펜의 동생 로타와 사촌 볼프람 모두 전투기 조종사였다. 동생 로타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민간 비행기를 몰다가 엔진 고장으로 추락사했다.
영화는 간호장교인 케이트 오데스도르프와 리히트호펜의 연애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레나 헤디가 케이트 역을 연기.
리히트호펜을 유명하게 만든 포커 Dr-1 삼엽기.
영국의 거대한 비행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했다.
리히트호펜의 사촌 볼프람도 뛰어난 파일럿이었다. 훗날 그는 스페인 내전때 콘도르 군단을 지휘해 게르니카 폭격을 지휘했고 공군 원수가 됐다.
리히트호펜이 이끌던 제71전투비행단은 기체를 화려하게 꾸며 나르는 서커스단이라고 불렸다. 리히트호펜 전사 후 그의 비행대는 훗날 나치 독일의 2인자가 되는 헤르만 괴링이 이끌었다.
틸 슈바이거가 독일군 에이스 파일럿 베르너 보스를 연기. 리히트호펜의 절친이었던 그는 1917년 10월 격추돼 전사할 때까지 적기 48대를 격추했다.
리히트호펜을 격추했다고 주장한 로이 브라운 대위는 1944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리히트호펜을 연기한 마티아스 슈바이그호퍼. 리히트호펜은 아버지가 예비역 소령이어서 그를 넘어설 수 없다며 승진을 마다하고 대위 계급을 고수했다.
리히트호펜의 약혼녀였던 케이트 오데스도르프의 이후 삶은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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