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면도날을 든 이발사로 두 편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편은 어두운 영국을 배경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잔혹 뮤지컬 '스위니 토드'이고, 한 편은 이루어질 수 없는 순애보를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년)이다.
내용은 양손에 가위 날이 잔뜩 달린 사람을 닮은 로봇인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 Johnny Depp)가 그림처럼 예쁜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가위손은 사람들과 살며 마을의 정원수는 물론이고 강아지와 사람의 미용까지 절묘한 솜씨로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가위손의 신묘한 솜씨를 찬양하지만 어느 순간 가위손이 유괴범의 누명을 쓴 순간 차갑게 등을 돌린다.
가위손은 그 마을의 아름다운 아가씨 킴(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을 사랑하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쫓기듯 성으로 달아난다.
이 영화에는 할리우드의 괴짜 팀 버튼이 집착한 다양한 소재들이 뒤섞여 있다.
우선 '피노키오'처럼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인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집착이다.
이전 작품들인 '프랑켄 위니'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보여준 괴상한 외모의 인조 캐릭터들은 이 작품에서 가위손이 돼 다시 나타났다.
이들은 괴물 같은 외모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씨로 다른 존재들을 품는다.
아마도 팀 버튼은 번듯한 외모와 달리 추하고 욕심 가득한 사람들에 대한 환멸을 프랑켄슈타인의 신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는 곧 '노트르담의 꼽추'와 '미녀의 야수' 같은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두 작품 모두 추한 외모 속에 애틋한 순애보를 지닌 존재들이 주인공이다.
콰지모도와 야수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흉측한 외모의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가위손은 콰지모도이자 야수인 셈이다.
가위손은 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간직하지만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다.
마치 팀 버튼은 왜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냐고 항의하듯 가위손을 성으로 쫓아 보낸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모든 존재들을 위한 송가다.
더불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외모와 조건이 아닌 심성을 봐야 한다는 도덕적 메시지를 강조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름다운 판타지로 꾸며낸 팀 버튼의 놀라운 상상력과 뛰어난 연출 덕분이다.
알록달록 빛나는 마을들은 그림책을 펼쳐놓은 듯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역시 동화적 구성을 따른다.
아름다운 영상 속에 적당한 유머와 볼거리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가위손이 얼음가루를 눈발처럼 날리며 조각하는 장면은 음악과 아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는 명장면이다.
아울러 한창때 풋풋한 모습의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새삼 팀 버튼이 얼마나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샤프니스가 예리하지 못해 윤곽선이 두텁게 보이고 입자감이 두드러진다.
반면 화려한 색감은 잘 살아 있다.
초반 거친 영상은 뒤로 갈수록 안정된다.
DTS HD MA 4.0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의 해설과 작곡가 대니 엘프만의 해설 등 두 편의 음성해설, 피처렛이 들어 있으나 무성의하게도 모두 한글자막이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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