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Pacific Rim, 2013년)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특촬물을 보는 듯 하다.
마치 '고질라'와 '트랜스포머'를 섞어놓은 듯한 내용은 그다지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거대 로봇이나 괴수 모두 창조적인 아이디어라고 주장하지만 저패니메이션의 로봇물과 괴수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 같은 작품들의 팬이다 보니 결국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비싼 돈을 들여서 다시 만든 특촬물을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독창성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술 더 떠 유치하기까지 하다.
차별화를 위해서 두 명의 조종사가 서로 싱크로나이즈를 통해서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택했는데, 마치 2인 댄스를 보는 것처럼 황당하다.
특히 팀웍을 강조하려는 의도이지만 두 사람의 조종사가 펼치는 몸동작은 어설픈 신인 아이돌그룹의 우스꽝스런 몸놀림을 연상케 한다.
로봇의 디자인은 전적으로 감독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결코 인상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다.
상어머리와 게를 닮은 괴수 또한 저패니메이션 '청의 6호'에 나오는 괴물들을 연상케 한다.
이 작품에서 남는 건 그럴 듯한 영상을 만들어 낸 컴퓨터그래픽 뿐이다.
결국 '용가리'보다는 CG를 잘 만든 '용가리' 같은 작품이다.
허접한 작품에 비해 블루레이는 공들여 잘 만들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블루레이는 보다 지칠 만큼 풍성한 부록이 들어 있는데, 아쉽게도 델 토로 감독의 음성해설에만 한글 자막이 빠져 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윤곽선이 예리한 영상은 풀HD 프로젝터 등을 이용해 화면을 커다랗게 키울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위력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자랑한다.
특히 폭발적인 우퍼 소리는 청취 공간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감독의 노트북, 비하인드씬, 콘셉아트와 삭제장면, NG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감독의 노트북은 인터랙티브 메뉴 형태로 만들어 눈길을 끌지만 작동방식이 귀찮고 불편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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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을 장난감과 괴물의 세계로 봤다. 탱크도 비행기도 건물도 거대한 괴물과 어울리는 장난감이란 설정이다.
델 토로 감독은 "서구영화에는 80미터 크기의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며 "철인 28호 등 일본 애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실사 거대로봇물인 '마그마대사'를 어릴때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러시아 로봇인 체르노알파는 이름 그대로 원자로를 연상케 하는 머리가 특징이다. 색상은 러시아의 T 전차 시리즈 색감을 이용했다.
주연을 맡은 찰리 헌냄. 영국 출신 배우로 '콜드 마운틴'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대본을 쓴 트레비스 비컴은 안개 낀 아침에 캘리포니아 해안을 산책하다가 물 속에서 솟아오른 괴물이 해안에 대기하던 거대 로봇과 싸우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델 출신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가 여주인공으로 등장. '바벨'에 출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인무를 보는 듯한 로봇 조종 장면. 조종실 장면은 캐나다 토론토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 높이 4미터, 무게 20톤의 조종실 세트는 '마이티 모'라는 거대한 수압 짐벌 장치 위에 올려 놓고 움직이며 촬영.
영화 속에서 괴수를 뜻하는 카이주는 일본어로 괴물이란 뜻. 카이주는 고릴라 상어 등 실제 존재하는 동물들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로봇과 괴물의 싸움은 관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레슬링경기처럼 꾸몄다. 극중에서는 로봇을 독일어로 사냥꾼이라는 뜻의 예거로 부른다. 로봇은 신경계를 통해 정신이 연결된 파일럿 두 명이 조종하는 설정.
델 토로 감독은 "복잡하지 않은 영웅주의 영화 제작"이 기획의도였다. 세계를 괴물과 로봇편 등 두 축으로 나눠 단순한 영웅주의를 표현했다.
디지털 시각효과는 ILM에서 담당. 델 토로 감독은 특수효과 전문가 출신이어서 시각 효과에 민감하다. 델 토로 감독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콜로서스'와 일본의 유명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널리 알려진 그림 '카나가와의 거대한 파도'에서 영상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델 토로 감독은 저패니메이션을 잘 아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마치 설계도를 그리듯 로봇의 내부 골격을 먼저 디자인하고 외부를 입히는 방식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들은 제 2 차 세계대전때 병기들을 본따서 그렸고, 각국의 특색을 녹여 넣었다. 제작진은 약 100기의 로봇과 괴물을 그려놓고 매주 선호하는 캐릭터에 대한 투표를 진행해 출연 대상을 뽑았다.
촬영 감독 길레르모 나바로는 7대의 레드 에픽 카메라를 사용해 찍었는데, 그만의 독자 렌즈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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