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감독인 최양일이 만든 '피와 뼈'(血と骨, 2004년)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제11회 야마모토 주고로 문학상을 수상한 양석일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때 오사카로 건너가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北野武)이라는 사내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꿈을 안고 도일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게 더없이 폭력적이고 위악적이다.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그는 사람들에게 가장이자 아버지이기 이전에 동물적인 본능을 내세운 남자이며 광기에 휩싸인 괴물로 기억된다.
최 감독은 일본 무사들의 동성애를 다룬 '고하토'에서 함께 연기한 기타노 다케시를 주연으로 기용해 세상을 험하게 산 사내와 가족의 이야기를 선 굵은 그림으로 보여준다.
제목처럼 어머니의 피와 아버지의 뼈를 물려받은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가족사는 시종일관 피가 튀고 뼈 부러지는 소리가 생생할 정도로 가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김준평이라는 사내와 그가 끌어가는 이야기가 더 할 수 없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준평을 맡은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훌륭했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냉정하게 바라본 감독의 침착한 연출력이 좋았다.
여기에 영화를 빛낸 것은 이와시로 타로의 가슴을 저미는 음악.
'살인의 추억'에서 둔중한 북소리로 귓전을 때렸던 타로는 이번 작품에서 스르르 주저앉는 듯한 현악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쉬운 것은 이야기가 너무 수평적이라는 점.
가족의 이야기를 골고루 보여줬으나 정작 김준평의 내면을 속속들이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일생을 위악적으로 살면서 이루고자 했던 것과 막판 모든 것을 북한에 털어 붓고 쓸쓸히 죽어간 이유를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음악이 마음에 들어 추천하는 작품이다.
DVD 타이틀은 케이스에 표시된 것과 달리 레터박스가 아닌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일본 작품치고 괜찮은 편.
일본 작품 특유의 뿌연 감이 있으나 윤곽선이 살아 있어 밝은 장면은 볼 만하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훌륭하다.
서라운드 효과는 물론이고 비감 어린 음악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다만 자막의 싱크가 약간 늦는 것이 문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