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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혁명 전야

울프팩 2012. 11. 1. 23:45

이탈리아가 낳은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게 혁명은 그의 인생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아 있는 주제다.
로마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그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바로 유명한 파울로 파졸리니 감독 때문이다.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던 파졸리니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아버지와 친구였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부친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명 시인이자 이탈리아 공산당의 핵심 멤버였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시를 곧잘 쓰고 마르크시즘에도 심취했던 베르톨루치 감독은 시집으로 문학상까지 받았지만 아버지를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보고, 대학을 중퇴한 뒤 파졸리니의 조감독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영화에 눈을 뜬 베르톨루치의 두 번째 작품이 '혁명전야'(Prima Della Revoluzione, 1964년)다.

제목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다룬 정치영화로 오해하기 쉬우나 이 영화는 정치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제목이 의미하는 혁명은 개인적 혁명에 가깝다.

부르조아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마르크시즘에 경도되지만 개인적 삶은 그렇지 못하다.
부잣집 딸과 결혼을 앞두고 방황하던 주인공은 숙모와 사랑에 빠져 근친상간을 하지만 결국 결혼한 여자에게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마르크시즘에 기울었던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좌파적 열정에 들끓었던 베르톨루치 감독의 젊은 날을 닮았다.
주인공에게 혁명은 숙모와의 일탈 등 잘못된 삶, 정치적 고뇌 등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 모든 것들을 일시에 치워버릴 수 있는 결혼이었다.

결혼은 그 모든 혼돈을 바로잡고 주인공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시작이기 때문.
하지만 그 혁명이 성공한 혁명인 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저 혁명 전야의 혼돈만 보여주고 그 이후는 보는 이에게 맡겼다.
그렇게 열린 결말은 불과 22세의 청년 감독이 자신의 행보에 대한 변명이자 면죄부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영화적 구성 또한 내용 만큼이나 난해하다.
거칠게 덜컥거리며 흔들리는 프레임, 인물에서 벗어난 불안한 앵글, 점핑컷처럼 건너뛰는 편집 등 영화적 구성도 혼란스럽다.

내용과 구성이 난해하다보니 쉽게 권하기는 힘든 영화다.

1.85 대 1 레터박스 방식의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계단현상은 물론이고 중경 원경의 디테일은 형편없이 뭉개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도시 파르마는 베르톨루치 감독이 태어난 곳이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을 현대물로 각색했다.
숙모 역을 맡은 아드리아나 아스티는 훗날 베르톨루치 감독과 결혼했다가 헤어졌다.
주인공을 연기한 프란체스코 바릴리.
얼굴이 잘리고 중심에서 벗어난 앵글 등 영상도 독특하다.
마치 핍쇼를 보는 듯한 독특한 화면 구성.
이 영화는 감독이 큰 영향을 받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와 닮은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 같은 비현실적인 사랑을 의미하듯 시네마 옵스큐라 장면만 유일하게 컬러다.
시적인 일부 장면에서는 시인의 감성이 돋보인다.
일부 장면의 인물 배치 등은 완벽한 회화적 구도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막판 감상한 오페라는 베르디의 '멕베드'.
혁명전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아드리아나 아스티 출연; 프란체스코 바릴리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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