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조폭들의 세계를 다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나 '소나티네'가 인상깊었다면 '아웃레이지'(Outrage, 2010년)를 볼 때는 두 작품을 잊는게 좋다.
같은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에 주연까지 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브라더스'만도 못하다.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작품은 그의 특기인 야쿠자 영화다.
조직에서 출세하기 위해 배신과 권모술수를 일삼는 야쿠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내용.
"더 이상 의리를 찾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예전같지 않은 야쿠자들의 세계를 잔혹 폭력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조직에 매몰되지 않은 사내의 비장미는 보이지 않고 밑도 끝도 없는 폭력만 남았다.
아무리 기타노 다케시가 "죽이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든" 영화라고는 하지만 메시지가 실종된 폭력은 이종격투기 같은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름 거장 칭호를 받던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작품관과 영상 미학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작품이다.
오죽했으면 이 영화는 201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나 유럽 언론들의 평점 집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영국 스크린인터내셔널이 취합한 해외 9개 매체 평점에서 0.9점을 받았고, 필름프랑세스의 13개 매체 평점 집계에서도 1점을 받았다.
영국 스크린인터내셔널 집계에선 9개 매체 중 3개 매체, 필름프랑세스 집계에서는 4개 매체가 0점을 줬다.
한마디로 기타노 다케시로서는 수치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기타노 다케시는 이 작품에 재미를 붙였는지 올해 '아웃레이지 비욘드'를 또 만들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블루레이에 못미치지만 DVD 치고는 무난한 화질이다.
일본 타이틀 특유의 뿌연 영상 속에 링잉이 나타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야쿠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배신과 권모술수를 일삼으며 같은 조직원들까지 죽이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점. 그러니 영화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본 야쿠자 특유의 단지 장면도 등장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작품에서 각본 기획 편집 연출 주연까지 1인 다역을 했다.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잔혹 영상은 여전하다. 전작인 '브라더스'에서는 콧구멍에 젓가락을 쑤셔 박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젓가락으로 귀를 찌르고 치과 치료기로 입안을 헤집는다.
기타노 다케시는 악인들의 악랄함을 일부러 부각시키기 위해 죽이는 방법을 연구한 듯 달리는 자동차로 목을 매달아 죽이고 기관총을 난사해 벌집을 만든다.
비단 야쿠자 뿐만이 아니다. 범죄 집단에 기생하는 부패 경찰, 금융에 밝은 사기꾼까지 악에 가담한다. 그런 점에서 '범죄와의 전쟁'하고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