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홍(블루레이)

황비홍은 '정무문'의 곽원갑과 함께 근대 중국의 무술 영웅으로 꼽히는 실존 인물이다.

홍가권의 고수인 그는 1847년에 대대로 무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전수된 홍가권을 어려서부터 연마한 황비홍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 8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길거리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고 약을 팔았다.

하지만 워낙 무술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홍가권뿐만 아니라 당대 뛰어난 무술 스승들에게 철선권, 무영각, 취팔선권 등도 전수받았다.

 

황비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전수받은 무술들을 개량해 자신만의 권법을 다듬었고 말년에는 십독수라는 비밀 기술까지 개발했다.

17세 때 도장을 연 황비홍은 광부와 시장 상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쳤고 26세 때 한의원인 바오즈린(寶芝林)을 세워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나중에는 중국군과 광둥 민단의 교관이 돼서 무술을 가르쳤다.

그때 마을을 침략한 마적 떼를 물리쳤고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그만큼 풍부한 사연과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황비홍은 중국에서 100편이 넘는 영화로 제작됐다.

그 많은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관덕흥이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다.

 

관덕흥은 무려 77편의 황비홍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단연 서극 감독이 연출하고 이연걸이 출연한 '황비홍'(黃飛鴻, 1991년)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서극 감독의 영화는 약간의 역사적 사실에 액션과 유머를 가미해 오락적 요소를 강조했다.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이연걸의 공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이연걸은 이소룡처럼 배우이기 이전에 정통 무술을 갈고닦은 무예인이다.

그는 8세 때부터 소림 무술을 배워 중국의 전국 무술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한 강자다.

 

무려 5년 동안 숱한 중국의 무도인들을 누르고 최정상에 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상 세계 최정상의 쿵후인이다.

 

그런 이연걸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쿵후는 절도 있고 힘이 넘치며 정교하다.

어설프게 무술을 배워 흉내 내는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

 

덕분에 유치 찬란하고 황당한 서극 감독의 유머가 흐름을 깨는데도 불구하고 이연걸이 정신없이 손발을 놀리는 장면에서는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게 된다.

내용은 국력이 약해진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에 휩쓸려 휘청거리던 19세기 말, 중국의 젊은 남녀를 빼돌려 미국에 값싼 일꾼으로 팔아먹으려는 못된 서양인과 중국 악당들을 황비홍이 나서서 혼내주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 무예인으로서 정상에 서고 싶은 다른 경쟁자가 악당들과 손잡고 황비홍에 도전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서극 감독은 보지림이라는 의원을 운영하며 상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등 황비홍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시대를 뛰어넘어 함축해서 다뤘고 여기에 가공의 악당들과 에피소들을 끼워 넣어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연걸의 뛰어난 쿵후 실력은 서극 감독 특유의 과장된 와이어 액션을 뚫고 빛을 발한다.

특히 사다리 위에서 황비홍과 경쟁자가 벌이는 결투가 볼 만하다.

 

여기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관지림이 출연해 이연걸과 은근한 러브 라인을 풀어 간다.

또 원표, 장학우 등 다른 홍콩영화들에서 익숙한 배우들도 등장해 반갑다.

 

이야기는 뻔한 내용이지만 이연걸이 보여준 발군의 무술 실력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작품이다.

새삼 이연걸이 얼마나 대단한 무술인인지 알 수 있는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체적으로 아쉬운 화질이다.

클로즈업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중경이나 원경에서는 선명도가 떨어지는 등 화질 편차가 심하다.

 

일부 장면에서는 윤곽선이 퍼져 보이며 색감도 탁한 편이다.

특이하게 이 타이틀은 영어 더빙이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고 오리지널 중국어 버전은 LPCM 2.0으로 수록됐다.

 

중국 무술 영화를 어색하게 영어로 볼 수 없는 만큼 멀티채널을 지원하지 않는 중국어 버전이 아쉽다.

부록으로 실존 인물인 황비홍에 대한 설명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실제 황비홍은 사자춤을 아주 잘 춰서 '광주 사자왕'으로 불렸다.

'남자는 모름지기 강해야 한다'는 뜻의 유명한 주제가 '男兒當自強'은 중국 민요를 바꿔서 사용했다. 노래는 임자상이 불렀다.

황비홍이 운영하던 한의원 보지림은 영화처럼 불이나 잿더미가 됐다.

황비홍이 죽고 나서 제자인 임세영이 홍콩으로 건너와 영화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황비홍 영화가 대거 나왔다.

본명이 황석상인 황비홍은 쇠퇴해가던 홍가권을 부활시킨 인물로 광동 무술계의 전설이자 남권의 일대종사다.

이연걸이 아니었으면 황비홍을 제대로 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연걸은 16세때 영화 '소림사'로 데뷔했다.

서극와 과장법이 가미된 사다리 액션이 볼만하다.

황비홍이 자라서 주로 활동한 중국 불산에 황비홍 기념관이 2001년 건립됐다. 불산은 중국 남쪽지방 무술을 뜻하는 남파권법, 즉 남권의 본산이다.

황비홍의 집안은 너무 가난해서 9개 기왓장 넓이에 불과해 '9개의 기왓장 집'으로 불렸다. 하지만 아버지 황기영은 중국의 10대 무술인을 뜻하는 광둥의 10 호랑이, 즉 광둥십호로 통하던 무술 고수였다.

배우 부모에게서 태어난 관지림은 드라마, 광고 등으로 얼굴을 알린 뒤 아버지의 친구였던 홍금보의 주선으로 영화에 출연했다.

황비홍 덕분에 부활한 홍가권은 남권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무술이 됐다. 소림사에 큰 불이 나는 바람에 광둥으로 거처를 옮긴 홍희관이 창안한 무술이어서 홍가권으로 불린다.